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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 영화 《더 킹》으로 안방극장 이어 스크린도 접수 나서

넉 달 만이다. 기자가 류준열을 다시 만난 게. 두 계절이 바뀌었는데도 그는 여전했다. 여전히 꾸밈없었고, 여전히 솔직했다. 지난겨울 《응답하라 1988》(《응팔》·tvN)로 류준열이 별안간 얻은 인기를 ‘거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거품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드라마 《운빨 로맨스》(MBC)를 이끄는 그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자신의 두 번째 드라마로 자기를 둘러싼 열기와 환호가 결코 거품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류준열은 올 하반기 영화 《더 킹》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치 깡패 들개파 보스 두일 역을 맡았다. 전도유망한 검사 태수(조인성)와 목포 지역 중학교 동창으로 주로 음지에서 태수의 뒤치다꺼리를 해 주며 세력을 확장하는 야심 많은 건달이다. 《응팔》이 끝나자마자 촬영을 시작해 지난 7월 중순 촬영을 마쳤다. 류준열은 《더 킹》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두께를 두껍게 했다. 첫 번째 상업영화이자 조인성과의 호흡이다. “정말 엄청났어요. ‘굉장히 많이 배웠다’는 느낌이 들었죠. 평소 한재림 감독님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감독님의 전작(前作)들이 마치 필름처럼 떠올랐죠. 촬영을 다 마쳤는데,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되면서도 설레어요.” 류준열과 조인성의 만남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18년 차 베테랑 배우 조인성과 떠오르는 신예 류준열의 만남. 이 한 줄만으로도 관객을 현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조인성 선배는 시트콤 《뉴 논스톱》으로 처음 봤는데, 그때 풋풋했던 배우가 지금은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됐어요.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죠. 선배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했어요. 숨 쉬는 것도 배우고 싶었달까요. 연기뿐만 아니라 인생 노하우에 있어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예요. 이래저래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배우 류준열 © 우먼센스 제공

베테랑 배우 조인성과의 만남

 류준열은 이렇듯 다양한 작품과 선배들을 거치며 한층 자연스럽고 또 성숙해지려 노력한다. 그는 “유독 좋은 선배들과 작품을 함께하는 운이 있었다. 한 작품씩 하면서 선배들을 많이 보고 배우고, 또 여쭤보고 하는 시간들을 통해 연기는 물론 배우로서의 삶과 태도에 대해 명쾌한 해답들을 받기도 했다”고 전한다. “지금 촬영 중인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만난 송강호 선배님은 정말 어마어마한 분이에요.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느낌은 아니지만, 옆에서 바라보고 또 카메라 안에서 숨 쉬면서 움직이는 자체가 소중해요. 그 모습만 봐도 배울 게 있거든요.” 류준열은 지금 달리고 있다. 드라마 《응팔》부터 《운빨 로맨스》와 영화 《더킹》을 거쳐 《택시 운전사》까지. 잠시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그는 인터뷰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 했다. “《응팔》 이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작품에 출연했어요. 드라마 촬영 후 바로 영화 촬영장으로 가는 스케줄이었죠. 현장 스태프나 선배 배우들이 ‘힘들지?’하며 챙겨주시고 응원해 주신 덕분에 힘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체력이오? 아시잖아요. 제가 갖고 있는 건 체력밖에 없어요.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어요. 힘들어도 안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힘들거든요. 지금의 바쁨이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혹자는 《응팔》 출연 후 차기작에서 미끄러졌던 출연 배우들을 예로 들며 ‘응팔의 저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류준열 역시 《응팔》의 흥행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가 해결해야 하는 첫 번째 숙제였다. “《응팔》보다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왠지 깊은 바닷속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것 같아요. 점점 물이 차오르는 느낌인 거죠. 《응팔》이 이제 막 물에 발을 담근 작품이었다면, 《운빨 로맨스》는 발목까지 담근 작품이에요. 시간이 더 지나면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겠죠?” 지난 2년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이었다. 류준열을 찾는 곳이 많아졌고,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도 높아졌다. 꿈을 이뤘다는 행복감과 바쁜 일상 속 무료함이 동시에 찾아왔다. 피곤하고 힘든 일상을 위로해 주는 건 팬들이었다.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그래요. ‘피곤할 텐데 장난도 잘 치고 밝다’고요. 팬들을 만날 생각에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다음 주 방송을 기다리는 팬들, 그리고 그 팬들이 보내주는 손편지 같은 것들이 제 에너지의 원천이죠. 그리고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에요.” 모범답안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목소리와 표정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박힌다고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위로가 되는 또 다른 건 없느냐고. ‘특별한 취미가 없다’던 넉 달 전과는 완전히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스케줄이 끝나고 집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데 문득 촬영하고 자고, 일어나서 또 촬영 가고,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소모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뭐라도 해서 채워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음악 감상이었죠.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에요. 친구를 만날 수도 없고, 게임을 할 수도 없는 바쁜 일상에서 찾은 한 줄기 힐링법이라고나 할까요.” 
배우 류준열 © 우먼센스 제공

스스로도 놀라운 변화였다. 류준열은 기자에게 엔니오 모리코네의 《러브 어페어》를 꼭 들어보라고 권했다. 이 노래는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들어야 하는 곡이라고 강조했다. 점심시간이나 근무 중에 들으면 곡의 참맛을 모를 것이라고도 충고했다. 분명히 엉뚱한 구석이 있는 남자다. “저요? 엉뚱하죠. 근데 그런 엉뚱한 생각들이 모두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워낙 자유분방한 라이프를 살고 있다 보니 사람도, 사건도, 에피소드도 많죠. 그런 데서 힌트를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엉뚱한 사고가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류준열은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사랑과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처와 좌절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된 천생 배우다. 무너지고 다치더라도 오래 연기하고 싶은 것, 류준열은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연기’에 쏟아붓고 있다.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라는 타이틀이 너무 좋거든요. 존경하고 닮고 싶은 배우도 오래 연기하는 선배님들이에요. 유해진 선배님 같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고, 매력이 무궁무진한,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변함없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분명한 건, 그는 오늘도 성장 중이라는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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