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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조진웅, 《시그널》 이어 11월 새 드라마 《안투라지》로 다시 안방극장에 인사
시쳇말로 요즘 가장 잘나가는 배우를 꼽으라면, 조진웅을 들 수 있다. 천만 관객 영화 《명량》(2014), 《암살》(2015)로 2014년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과 2015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그는 올해 들어서도 박찬욱 감독의 화제작 《아가씨》로 칸 무대를 밟은 데 이어 올 상반기 최고의 히트 드라마 《시그널》(tvN)로 안방극장까지 장악했다.
조진웅은 좋은 작품은 스케줄을 무리하게 조정해서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단다. 그 욕심은 오는 11월 방송되는 드라마 《안투라지》(tvN)까지 이어졌다. 《안투라지》는 미국 HBO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여덟 시즌을 방송하며 인기를 모았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 연예계 일상을 담은 블랙코미디로, 조진웅은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인 ‘김은갑’ 역을 맡았다. “많은 배우들이 눈독 들였던 역할이라고 들었어요. 제가 캐스팅된 이유는 단가 대비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 아닐까요(웃음). 그래도 동급 최강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조진웅 특유의 너스레 때문에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안투라지》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기대 중이란다. “한 신을 2시간씩 찍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찍고 있어요. 촬영을 하다가 시간을 보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라며 다들 놀라요. 그 정도로 화기애애합니다.”“《시그널》,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작품”
서강준과 그의 친구들 박정민·이광수·이동휘 등이 함께 출연한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친구들인데도 호흡이 대단하다. 《안투라지》 팀의 찰떡호흡은 이미 방송가 관계자들에게 소문이 났을 정도다. “《안투라지》 촬영·제작팀 중 《시그널》에서 같이 작업한 분들도 있어요. 함께 출연하는 후배 배우들도 다 좋아요. 마음 씀씀이가 예쁜 친구들이죠. 제가 ‘이리 와라’라고 하면 ‘네~’라고 대답해요. 예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해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사냥》이 언론에 처음 공개되던 며칠 전, 조진웅은 몇 명의 기자를 불러 모았다. 술자리는 조촐했지만 분위기는 뜨거웠다. 고생해서 찍은 영화이니 잘 봐달라는 인사의 취지도 있었고, ‘나 이만큼 힘들었어요’라고 투정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드라마 《안투라지》 방송을 앞두고 있어 더욱 활기가 넘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진웅은 이날 딱 기분 좋을 만큼 취했다. 이 자리엔 함께 출연한 배우 안성기·권율·한예리가 같이했고, 《사냥》을 제작한 《명량》의 김한민 감독도 있었다. 안성기는 후배 조진웅의 모든 걸 칭찬했다. 배우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조진웅은 그런 안성기의 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마치 소년처럼. “안성기 선배님과 처음 만난 건 2008년이었어요. 선배님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마이 뉴 파트너》에 조연으로 출연했었거든요. 당시에는 선생님으로 모셨었는데, 이번 작품 첫 미팅에서 선배님이 ‘선생님 호칭 말고 선배님으로 불러달라’고 하셨어요. 대선배님을 선배님이라고 부를 수 있다니 하면서 감격스러웠죠. 그런데 선배님이 그렇게 한 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제가 아무리 한참 어린 후배라도 촬영할 때만큼은 동료로 대하고 싶으셨대요. 진정한 프로죠. ‘나도 저런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범접할 수 없는 분이에요. 이번 작품에서 선배님을 통해 배운 것들이 많아요.”“아내 죽으면 나 때문에 사리 나올지도 몰라”
고백한다. 기자는 《시그널》 속 조진웅을 사랑했다. 그 어떤 훈남 배우보다 훈훈하지 않았던가. 어렵게 갖게 된 훈남 이미지가 사라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 건 기자뿐일까. “《시그널》에서 얻은 훈남 이미지가 사라질까봐 걱정되지 않느냐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어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원래 훈남 이미지가 없던 사람이에요(웃음). 《솔약국집 아들들》(2009, KBS) 출연 때는 ‘저 돼지는 어디에서 왔느냐’는 비난을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안티들로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서 그런지 당연히 악역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캐릭터에 빠져서 놀아보자는 생각이 더 컸죠. 배우로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더 큰 행복입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시그널》로 이어졌다. ‘인생작’이 아니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조진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각보다 인기가 뜨거웠어요. 주변에서는 ‘인생작’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저로선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작품이었어요. 극중 신분이 경찰이기 때문에, 슬픈 상황에서도 감정을 억눌러야 했었죠. 여자친구가 살해되는 장면 기억하시죠? 그 설정은 너무 잔혹하지 않았나요? 그 장면을 연기할 땐 정말 괴로웠어요. 그런 걸 쓰는 사람(김은희 작가)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조진웅이 건배를 권했다. 시원하게 목이나 축이자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가 작품 이야기는 그만하고 사는 이야기 하자며 화제를 돌렸다. 때마침 방송에서는 야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롯데가 지고 있어요? 아이고, 한잔 더 해야겠네요. 제가 야구 광팬이거든요. 아무리 바빠도 야구 방송은 챙겨볼 정도로 좋아해요. 어느 팀이 이기고 지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마운드 위에서 선수들이 쏟는 땀을 보면 괜히 뭉클해요. 얼마나 힘들겠어요. 승리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거고요. 꼭 촬영 현장에서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좋아하는 야구선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같은 질문이라며 새초롬하게 기자를 쳐다본다. 친근함의 표시가 싫지만은 않다. “야구를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어요. 야구를 좋아하니까 시구의 기회도 있었어요. 야구 시즌 때 집에 친구들을 불러서 화채 만들어서 맥주랑 먹으면 그것보다 행복한 게 없어요.” 술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또 있었다. 아내와의 러브스토리. 조진웅은 7년간 교제한 지금의 아내와 2013년 결혼했다. 무명일 때부터 대세가 된 지금까지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키며 힘이 되어준 단 한 사람이다. 조진웅은 아내를 두고 ‘내조의 여왕’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대단한 친구예요. 결혼기념일에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었는데 마침 《시그널》에 출연하게 됐죠. 김원석 감독님이 집 앞까지 찾아오셨고, 만나보니 사람이 너무 좋아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그래서 아내와의 여행이 미뤄졌죠. 이럴 때 보통 아내들은 화를 내지 않나요? 제 아내는 ‘그래’라고 한마디만 했어요. 싸둔 짐을 다시 푸는 아내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내가 죽으면 저 때문에 아마 사리가 나올지도 몰라요.”“통장에 출연료 입금되던 날, 아내 펑펑 울어”
아내와의 약속은 드라마 종영 후 지켰다. 하와이로 2주간 휴가를 다녀온 것. 조진웅에게는 배우가 된 후 첫 여행이었다. 그만큼 더 의미가 컸다.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간 여행이었어요. 그동안 몇 번의 해외 촬영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나를 위한 여행은 다르더라고요. 작품이 끝나고 캐릭터를 비워내는 과정도 좋았어요. 여행에서 돌아와서 아내에게 1년에 한 번씩은 꼭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어요. 연초는 가족행사가 많아서 힘들고 매년 3월 정도가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죠. 여행을 통해 비우는 연습을 하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비운 만큼 또 잘 채우면 되니까요.” 얼마 전 아내를 울린 사연도 털어놨다. 듣고 보니 기쁨의 눈물이었다. “무명일 땐 정말 가난했어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제 기준으로 엄청 큰돈을 벌었죠. 통장에 출연료가 입금되던 날 아내가 펑펑 울었어요. 이렇게 큰 액수의 돈을 벌어본 적이 없으니까 본인도 깜짝 놀랐던 거죠. 사람들이 ‘돈 많이 벌었냐’고 물어요. 솔직히 말해서 많이 벌었습니다. 근데 그만큼 세금도 열심히 내고 있어요. 아내는 그 세금이 아깝대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그런 마음을 먹으면 안 된다고요. 내가 더 열심히 벌 테니 세금 아까워하지 말라고요.”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올 무렵 조진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나는 조진웅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우리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