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인사의 이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파국은 세계적으로 꽤 관심사인 것 같다. 톱스타 커플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둘은 자선 활동에 열성적이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봉사 활동을 펼쳤다. 둘 사이에는 매덕스, 팍스, 자하라, 샤일로, 녹스, 비비엔 등 6명의 아이가 있는데 세 명만 친자식일 뿐 나머지 세 명은 입양한 아이들이다. 결혼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던 그들이 결혼식을 올린 게 2년 전이었다. 그 이전 10년은 동거 관계로 지냈다. 가족을 구성했지만 그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도 관심의 원천이 됐을 터다.
그런 가운데 졸리의 이혼 신청이 공개됐고 두 사람이 양육권 등을 두고 갈등이 있었던 점이 드러났다. 졸리가 피트의 음주와 마리화나 복용에 불만을 가졌고 이게 이혼의 단초가 됐다는 루머도 흘러나왔다. 수면 위로는 세상 그 누구보다 완벽했던 커플이 막상 수면 아래서는 꽤 오랫동안 갈등을 빚고 다퉈왔다는, 그런 은밀한 부분들이 하나 둘 공개됐다.
둘의 이혼을 가장 관심 있게 바라보는 사람은 아마도 피트의 전 부인인 제니퍼 애니스톤이 아닐까. 애니스톤을 두고 ‘브래드 피트와 결혼한 여배우’ 정도로 아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그녀가 미국 TV계의 톱스타라는 걸 잘 안다. 한때 영어공부 교재로 인기 있었던 시트콤 ‘프렌즈’의 주연으로 드라마계에서는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여배우다. 피트를 만나던 시절 이미 미국에서는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에 금발의 그녀는 ‘프렌즈’ 덕에 여자들에게도 사랑받는 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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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브래드 피트와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돌 때는 미국 전역에서 관심을 보였다. 둘의 결혼식날, 혼인 서약을 할 때 피트를 향해 “좋아하는 바나나 쉐이크를 매일 아침에 만들어 줄게요”라고 말한 그녀를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결혼식 이후의 관심은 두 사람의 2세였다. 아이를 좋아하는 피트는 “7명은 낳겠다”고 말했고 반면 애니스톤은 “그건 무리다. 2명이면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둘의 아이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프렌즈가 종영된 뒤 아이를 갖겠다”던 애니스톤은 막상 드라마가 종료된 뒤 영화로 진출했다. TV에서 스크린으로 진출해 인정받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런 애니스톤의 행보는 아이를 갖고 싶다던 피트의 바람에 어긋났다. 비슷한 시기에 피트도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었는데, '미스터앤미세스 스미스'였다. 당시 피트의 상대 여배우는 니콜 키드먼이었지만 다른 영화의 스케줄이 길어지면서 하차하고 대신 안젤리나 졸리가 등장했다. 애니스톤은 당시 영화 촬영 현장을 찾아가 졸리에게 “피트는 당신과 일하는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해요”라고 인사했다. 남편을 빼앗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때다.
졸리는 이미 두 번 이혼을 한 상태였고 캄보디아에서 입양한 매덕스를 혼자 키우고 있었다. 영화와 엄마의 역할에, 유엔 친선대사 활동까지 해내며 바쁘게 지내는 졸리에 피트는 마음이 끌렸나보다. 둘의 애정에 관해 조금씩 소문이 돌 때쯤 피트와의 관계에 대해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졸리는 “나에게는 애인이 많이 있다. 브래드는 필요 없다”고 대답했다. 특히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 탓에 어머니의 눈물을 많이 봤던 졸리는 “결혼한 남자와의 육체적 관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애니스톤과의 관계에 그늘이 드리워졌다는 정도가 돌았지만 2004년 1월7일 둘의 사이는 확실하게 결말이 났다. 4년여의 결혼 생활을 정리했다. 당시 ‘팀 애니스톤’ ‘팀 졸리’의 티셔츠가 마치 편을 나누듯 팔리기 시작했는데 많이 팔린 쪽은 ‘팀 애니스톤’이었다, 애니스톤에 대한 동정 여론이 훨씬 높았다는 증거였다. 파파라치들이 깔린 가운데도 당당하게 촬영현장에 등장한 애니스톤을 두고 ‘프로페셔널’이라는 칭찬도 나왔다.
하지만 애니스톤은 오히려 이혼 이후 굴욕을 느껴야 했다. 이혼 선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해 4월, 피트와 졸리가 매덕스를 데리고 케냐의 해변에서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파파라치가 찍었다. 이미 피트에게 애니스톤은 과거의 사람이 돼 버린 셈이었다. 졸리는 피트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는데, 애니스톤과의 정식 이혼이 성립되기 전이었던 것도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었다. 애니스톤이 배신감을 느끼는 그 순간에도 피트와 졸리는 입양과 출산을 통해 아이를 하나 둘 늘리며 자신들의 행복함을 실현해나가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졸리는 과거에 여러 번 인터뷰를 통해 말한 적이 있다. “애니스톤이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면 나는 물론 오케이다.” 물론 둘의 대화가 이뤄진 적은 없다. 피트와 졸리의 이혼이 보도된 뒤 애니스톤이 공개적으로 입을 연 적은 없다. 다만 ‘유에스위클리’는 애니스톤이 자신의 친구에게 “그의 업보(業報)야”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이런 날이 올 거란 걸 그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애니스톤 자신만 졸리에게 피해를 입은 건 아니다. 애니스톤과 절친 중 한 명인 영화배우 로라 던도 피해자였다. 던은 과거 배우 겸 제작자인 빌리 밥 손튼과 약혼했지만 어느 날 손튼이 졸리와 라스베가스에서 전격적으로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손튼은 졸리의 두 번째 남편이었고 피트는 졸리의 세 번째 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