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와 ‘김지윤’은 결국 사라지게 됐다. 말 많던 두 캐릭터는 선정성 논란만 낳은 채 삭제될 예정이다. 넥슨이 야심차게 내 놓은 FPS(1인칭 시점 총싸움) 게임 ‘서든어택2’의 여자 캐릭터 얘기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은 지금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단 ‘안’의 얘기다. 최근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게임 중 하나가 넥슨이 내놓은 ‘서든어택2’다. 3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 게임은 11년 만에 넥슨이 내놓은 ‘서든어택’의 후속작이다. 개발 기간만 4년이 걸렸다.
과거 ‘서든어택’은 넥슨의 효자 게임이었다. 106주 연속 PC방 점유율 순위 1위, 국내 최고 동시접속자 35만명이라는 기록들이 증명하듯 히트상품이었다. 자연스레 후속작에도 엄청난 기대가 모였고 넥슨 역시 오픈을 앞두고 TV 광고를 내놓으며 공격적으로 마케팅했다. 그렇게 7월6일 ‘서든어택2’는 출시됐다. 출시 첫날 ‘서든어택2’가 기록한 PC방 게임 점유율은 2.5%였다. 그리고 그 점유율은 시간이 갈수록 하락했다. 현재는 1%대에 불과한 점유율로 10위권 밖에 머무르는 저조한 순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점유율 34%)’와 맞장을 뜨겠다며 호기롭게 출발했건만, 넥슨이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했다. 하필이면 7월6일은 ‘포켓몬 고’(우리나라는 출시가 안 돼 서비스가 되지 않지만 속초에서는 플레이가 가능하다)가 출시된 날이다. 그리고 이 게임은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켰고 심지어 국내에서도 사람들을 속초행 고속버스에 오르게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게임성과 그래픽 모두 10년 전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난감해진 것은 별도로 치자. ‘서든어택2’는 캐릭터의 목이 비틀어지거나 벽에서 얼굴이 튀어나오는 등의 오류조차 잡지 못하고 급하게 출시된 느낌이 역력한 게임이다. 하지만 그런 단점은 선정성 논란이 워낙 거센 탓에 두드러지지도 않았다. 선정성 논란에는 ‘미야’와 ‘김지윤’이 중심에 섰다. ‘서든어택2’는 15세 이용가의 게임이지만 여성 캐릭터의 가슴과 복장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나치게 글래머스한 여자 캐릭터, FPS에 어울리지 않는 노출로 화제가 됐다. “여캐(여성 캐릭터) 죽는 거 보는 시체 구경 게임”이라는 비아냥이 나온 이유다.
엄청난 개발비를 들여 만든 게임의 참혹한 결과와 또 다르게 ‘밖’에서는 넥슨 창업주로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김정주 NXC 대표가 7월13일 검찰에 출두하는 일이 벌어졌다. ‘은둔’으로 대표되는 수식어처럼 그동안 대외활동을 극도로 꺼려했던 김 대표였다. 그는 카메라가 몰려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 약 15시간에 걸쳐 특임검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진경준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 매입자금 4억2천500만원을 무상으로 넘겨줬다”며 특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대학 동창인 진경준 검사장에게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헐값에 매입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는데 진 검사장은 김 대표 덕분에 넥슨 주식을 싸게 매입해 무려 126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한 넥슨의 직원은 “‘서든어택2’의 평가에다 본사 압수수색까지 들어온 탓에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요즘 밖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첫 인사로 ‘회사는 괜찮냐’고 묻는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서비스하며 성장한 넥슨은 2011년 12월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 당시 시가총액만 약 8조원에 달했다. 넥슨은 2005년 투자부문인 넥슨홀딩스(현 NXC)와 게임사업부문인 넥슨으로 회사를 분할했다. 넥슨 한국법인 지분은 넥슨 일본 법인이 소유해 지배한다. 그리고 지주회사인 NXC가 넥슨 일본법인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로 지배구조가 이뤄져 있다. 지난 6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정주 NXC 회장의 자산은 약 18억달러(2조1000억원)다. 국내 기업인 중 6위에 해당한다. 김 대표의 재산 규모가 보여주듯 게임은 이미 주요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단순히 ‘놀이’로 표현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 선두에 서있던 넥슨이 차기작 실패와 대표의 검찰 출두라는 내우외환을 털고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