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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전 뜨거웠던 제8차 美·中 연례 전략경제대화


2016년 제8차 미·중 연례 전략경제대화는 전초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먼저 양측이 남중국해에서 지속적인 세 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오바마 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대중(對中) 안보 협력을 강화했고,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미국을 공격했던 일본의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해 핵 공격의 희생자들을 위로함으로써 과거의 악연을 떨치고 일본과의 대중 견제 동맹을 확고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이에 한·미가 주도하는 대북 국제 제재가 북한의 대외교역과 외화수입 감소로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시점에, 중국은 북한의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담당 정무국 부위원장을 초청했다. 그는 김정은의 특사로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전격적으로 방문해 융숭한 영접을 받았다.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에게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김정은의 뜻을 전달했는데, 쑹타오는 북·중 친선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발전시켜갈 것을 다짐했다.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가 북한의 대외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의 이탈 가능성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뒤이어 미 재무부는 북한을 ‘주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해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일반적인 대북 금융제재를 가했고, 미 상무부는 중국의 세계적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무역제재 시행의 사전작업으로 북한·쿠바·시리아 등과의 5년간 거래내역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은 중국이 대북제재를 소홀히 할 경우 중국에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그 직후 G2(미·중)는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군사문제로 대립했다. 미 카터 국방장관은 해양 영토를 일방적으로 확장하려는 중국에 대해 국제법을 준수하고 항행(航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다그쳤고, 중국 측은 미국이 유엔 해양법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았고 중국은 ‘항행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하지만 ‘횡행(橫行·제멋대로 행동)의 자유’는 보장하기 어렵다며 “미국은 자제하고 자기 자신을 잘 단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반격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자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6월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서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 케리 국무장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이 대화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제대화와 북핵문제

 


국제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권력 즉 힘이다. 각국은 다양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 힘을 사용하지만, 상대보다 힘이 강하더라도 명분까지 확보하지 않으면 쉽게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 국제정치다. 이런 측면에서 현 시대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도전자들이 제기하는 이의에 대해 설득력 있는 명분과 법, 규칙을 제시하지 못하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어렵다. 미국이 반인륜범죄에 앞장선다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세계 환경을 걱정한다면서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것처럼, 남중국해 문제도 미국 예외주의나 군사적 우위에 따라 밀어붙인다면 궁극적으로 미국의 의지대로만 처결되지는 않을 수 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리가 작용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핵무기 현대화에 1조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고 자국의 핵 감축에 대해선 소홀히 하면서 ‘핵 없는 세상’을 외치고,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사실상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선 이를 모른 채하고 있으므로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하는 것에 설득력과 강행력이 떨어진다.


어쨌든 이어서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여전히 미국보다 힘의 열세에 놓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G2 간 소통 강화와 갈등 조정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하는 협력을 도모하자고 강조했다. 갈등은 가정에서도 존재하는 것이므로 미·중 간에도 갈등을 대의를 위해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음)나 취동화이(聚同化異·공통점을 취하고 차이점을 바꿈) 등의 원칙에 따라 조정해 더 큰 이익을 취하자고 설득했다. 특히 ‘태평양은 양국의 이익을 다 담을 정도로 넓다’는 그의 말은 이제 서태평양은 중국에 맡기라는 의미일 수 있는데 미국엔 자신이 주도하는 서태평양에서 이제 떠나라는 의미로 인식될 수도 있는 말이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각을 세웠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막고 북한의 행태를 바꾸기 위해 유엔 안보리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도출하기 위해 G2가 협력했던 것처럼 제재안 시행에서도 양국은 긴밀하게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중국도 자신의 논리를 갖고 있다는 데 있다. 러시아와 유사하게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안 2270호는 제재와 함께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는 조항도 있는데 미국과 한국은 왜 이 점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냐고 반박한다. 또한 중국은 유엔이 정해준 대북 행동에서의 최소 기준과 최대 기준 사이에서 성실하게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미국은 왜 이 기준을 넘어 독자적인 제재를 추가로 가하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여타 국가들에도 압력과 불이익을 가하느냐고 따진다. 또한 유엔의 대북제재는 북한 주민의 민생을 해치거나 한반도 및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적절한 제재를 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에도 나서라고 한·미를 설득하고 있다.


북핵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양측이 북한의 핵 개발을 막고자 하는 의지는 일치하지만 그 부당성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고 국가이익도 다르기 때문에 희망하는 해결방법 또한 다르다. 그 결과, 대화 전에 비해 각국의 입장에 별 변화가 없는 채 양측의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양해가 이루어졌다. 케리 국무장관에 따르면, 양측이 ‘북한의 핵 보유 불용’과 ‘대북제재 전면 이행’에 공감했다. 그런데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지칭하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3원칙’을 거론하면서 2270호의 전면적 집행과 조속한 6자회담 재개 조건 창출을 위한 공동 노력을 강조했다. 단지 양국의 전문가들이 제재의 전면적이고 효과적인 이행을 연구·점검하기로 한 것만이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김정은이 중국을 통해 탈출구를 찾고, 한국과 미국은 넓은 중국 대륙에서 그를 찾느라 별 성과 없이 애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창조적이고 전향적으로 대외전략 기조를 재검토해 사드 배치를 자제하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해선 미국이 즉흥적으로 핵 보복을 해줄 것을 약속하는 한·미 동맹 보강조약을 체결하고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과 평화협정을 위한 4자회담 병행 개최안을 수용한 뒤, 오히려 한국형 평화체제 모델을 제안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도 구축하면서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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