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을 둘러싸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54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내곡동 사저 부지의 계약 전 매물 가격이 약 35억원이라는 관계자의 증언이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나왔다. 이 관계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와 시형씨가 19억원의 웃돈을 더 얹어주고 사저 부지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한 셈인데, 이 경우 국가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수사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특검팀도 현재 이 ‘차액 19억원’의 의혹 부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에서 확인되었다.
<시사저널>은 지난 10월부터, 내곡동 사저 부지의 최초 매물 가격이 54억원에 비해 훨씬 더 낮았다는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심층 취재해왔다. 기자는 지난 10월30일 사저 부지 인근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부지 매도자 유용희씨(56·여)가 운영했던 한정식집 ‘수양’ 터에 버려져 있던 과거의 우편물들을 입수했다. 이를 토대로 수양에 관계했던 다양한 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 중에는 부동산개발업자 윤 아무개씨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 10월31일, 경기도 모처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윤씨는 자신이 문제의 그 내곡동 사저 부지 매매를 중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윤씨는 “내 오랜 친구인 김 아무개씨가 유용희씨와 각별한 관계였다. 김씨는 여사장인 유씨를 대신해서 사실상 한정식집의 바깥일을 도맡아 한 것으로 안다. 그래서 나도 수양을 여러 번 갔었다. 유씨는 안 좋은 병에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몸도 불편하고 한정식집이 손도 많이 가고 하니까 그 집을 내놓았다. (유씨의) 딸이 미국에 유학 가 있어서, 한정식집을 접고 미국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팔려고 내놓아도 안 팔렸다. (그래서) 2010년 가을, 9월쯤 나한테 팔아달라고 부탁하더라. 관련된 서류를 모두 받아서 아는 사람들을 통해 (매수인을) 한참 동안 알아봤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매물 가격이다. 기자가 당시 매물 가격에 대해 묻자, 윤씨는 “청와대가 54억원에 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높은 분이 쓰려고 했으니까 조금 더 주고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옛날로 치면 왕의 집인데…”라며 매우 조심스러워하다가 “35억원에서 40억원에 매물로 나왔었다”라고 밝혔다. 다시 한번 정확한 매물 가격을 묻자 “그때 김씨가 나를 찾아와 관련 서류를 주며 35억원 선에서 알아봐달라고 했다. 좌우간 그때 그 정도는 내가 알고 있지”라고 대답했다.
한때 사저 부지의 가격이 80억원을 호가한다는 이야기도 떠돌았으나, 윤씨는 강하게 손사래를 치며 “그 땅이 용도가 없다. (그 땅의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이다. 전(田)이 있고, 뒤에 임야가 있고. 일반인들은 이 땅을 가지고 어떤 행위를 할 수가 없다. (이 땅은) 국토부장관이 오케이해야지, 지자체에서 의논할 사항이 아니거든. 이렇다 보니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쓸 수가 없으니까 매수자가 없었다”라며 35억원이 적정 가격이었다는 것을 재차 설명했다.
윤씨와 유사한 다른 증언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11월1일 만난 내곡동 사저 부지 인근 주민 ㄱ씨는 “당시 수양이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매수인 몇 명을 소개했었다. 당시 나왔던 가격이 30억원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땅이 쓸모가 없어 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ㄱ씨는 부지 인근 상황을 소상히 잘 알고 있는 주민이다.
윤씨가 사저 부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앞서 밝힌 것처럼 유씨와 각별한 사이였던 김씨와 오랜 친구였기 때문이다. 윤씨는 “김씨 역시 있는 그대로 솔직히 이야기해줄 것이다”라며, 기자 앞에서 김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기자가 곧 찾아갈 테니 한번 만나보라”라고 소개해주기도 했다. 기자는 윤씨의 소개대로 11월1일, 김씨가 근무하는 직장을 찾아갔으나 마침 그날이 비번인 관계로 전화 통화를 통해 다음 날 약속을 잡고, 11월2일 김씨를 만났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김씨는 친구인 윤씨의 증언을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윤씨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54억원에 판 것은) 10억여 원을 손해 보고 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잔금 24억 건네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이 엇갈린 탓에 좀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 청와대측과 유씨의 거래 중개인이었던 ㄴ부동산과 ㄷ부동산 대표 등과 접촉했다. 그러나 이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린 채 확답을 회피했다. ㄴ부동산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당시 매물 가격을 묻는 질문에 “모른다”라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ㄷ부동산 대표 역시 “언론과는 할 말이 없다”라고만 답변했다. 당시 매물 가격을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당사자는 매도인인 유씨 본인이지만, 그녀는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시사저널>은 수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결국 유씨와 통화할 수 없었다. 특검팀 역시 미국의 유씨와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 서면 질의를 했으나, 만족할 만한 답을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자는 11월8일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서초동 인근에서 특검팀의 한 관계자를 만나, <시사저널>이 추적하고 있는 사저 부지 거래 가격 의혹에 대해 현재 특검팀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 관계자는 “우리가 파악한 최초 매물가 역시 3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거래 가격 54억원은 매우 부풀려진 것이다. (당시 상황을 볼 때) 청와대와 시형씨가 굉장히 비싸게 산 것으로 보인다. 특검 초기에 이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매물가 35억원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없었다. 통상 내곡동 사저 부지처럼 덩치가 큰 물건은 알음알음으로 거래된다. 매물 가격은 구두로 알려주는 것이지, 문서로 남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아직도 확인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유씨가 당초 내놓았던 내곡동 사저 부지의 가격이 35억원이 맞다면, 거래 가격인 54억원의 흐름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54억원 전액이 유씨에게 전해졌을 경우, 청와대측이 왜 19억원이라는 거액을 더 지불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유씨는 자신이 애당초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던 매물가 35억원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흥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매수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고, 유씨 자신은 암 투병 중이었다. 특히 유씨는 이 땅을 담보로 24억여 원을 대출받은 상황이기도 했다. 더구나 일반인인 유씨가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를 상대로 19억원의 웃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변의 이야기이다. 오히려 청와대측은 매물가 35억원보다 더 낮은 가격에 사저 부지를 매입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윤씨 역시 “청와대가 (아무리) 돈이 많고, (내곡동 사저 부지가) 아무리 위치가 좋더라도 그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더 주고 (매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다거나, 그런 개발 호재가 있다면 몰라도…”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기자에게 한 가지를 덧붙였다. 그는 “내가 김씨에게 듣기로는 매매 잔금을 받는 동시에 일주일 이내에 (유씨가) 국내를 떠나는 것이 조건이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런 일들이 (세간에) 알려지면 불편하니까, (그런 조건을 청와대가) 요청한 것이겠지”라고 말했다. 내곡동 사저 부지 매매 거래에 대해 입을 닫는 대가로 유씨에게 웃돈을 더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떠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서도 김씨는 “처음 듣는다. 그런 말을 (윤씨에게) 한 적이 없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특검 출범 때부터 “유씨에게 54억원이 모두 다 가지 않고, 일부만 지불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해왔다. 야권은 “내곡동 사저 부지의 적정 거래 가격은 42억원 정도로, 사저 부지의 실제 거래 가격 역시 42억원이었을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실제 부담한 금액과 맞아떨어진다. 따라서 12억원을 지불했다는 시형씨는 사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사저 부지 지분을 소유한 것이다”라고 주장해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만약 <시사저널>이 확보한 증언대로 최초 매물 시세가 35억원이 맞다면 실제 거래가가 54억원이 아닐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진다. 청와대와 시형씨가 유씨와 체결한 매매계약서를 보면 잔금을 2011년 6월20일에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이 잔금을 모두 합하면 24억원가량이다. 이 잔금이 실제로는 유씨에게 지불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수사 기간 연장 안 되면 미궁에 빠질 우려
특검팀도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었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백머니(뒷돈)의 존재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배달 사고나 이면 거래 등 다양한 측면을 염두에 두었다. 내곡동 사저 문제는 돈과 땅, 사람이 얽혀 있는 사안이다. 수사를 진행하면서 돈과 땅에 대한 의혹은 어느 정도 해명되었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초 매물 가격에 대한 의혹은 관련 인물의 양심 고백 없이는 밝혀내기 어렵다. 특히 유씨의 경우 모든 의혹을 밝힐 수 있는 핵심 인물이다. 그러나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유씨를 강제로 소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검팀은 지난 11월8일, 청와대에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특검팀은 30일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의욕적인 수사로 여러 가지 의혹을 해명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기간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유씨와 관련된 의혹들은 영원히 미궁 속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특검이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서 청와대가 나서서 이러니저러니 언급하는 자체가 적절치 않다”라면서 답변을 피했다.
내곡동 부지 매입 의혹, 발단에서 수사까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은 <시사저널> 제1147호(2011년 10월10일) ‘단독 공개, 퇴임 이후 MB 사저’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불거진 이 사건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2011년 10월19일,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인종 전 경호처장, 김백준 총무기획관 등 5명을 배임 및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2011년 12월5일, 이대통령 부부를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 조사는 2011년 11월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검찰은 시형씨를 단 한 번 서면 조사했을 뿐, 수사에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2012년 6월8일 피고발인 7명에 대해 전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이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에 민주당은 시형씨 등을 재고발하는 동시에 7월24일 국회에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특검법은 오랜 진통 끝에 9월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한 차례 특검법 심의를 보류했고,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자에 대해 재추천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검 후보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대통령은 결국 10월5일 민주당이 추천한 이광범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10월15일 출범한 특검팀은 11월14일까지 30일간 운영되며, 한 차례 15일 연장할 수 있다. 그동안 특검팀은 이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과 시형씨의 사무실·자택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특검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11월1일에는 이회장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현재 특검팀은 수사 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청와대가 기한 연장을 거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대통령이 인도네시아·태국 순방에서 돌아오는 11월11일, 특검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