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사저 의혹…역대 대통령 사저는?

또 다시 대통령 사저 논란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집을 알아보는 일을 국정원에 맡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월4일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의 하나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국정원의 외근 직원에게 대통령 사저 준비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당이 쫓는 것을 알고 그 외근 직원을 내근으로 좌천시키고, 이제는 사저 추진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사저는 5년마다 데자뷔처럼 여론의 비판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사저가 원래부터 논란이 됐던 건 아니다. 해방 뒤 정부가 꾸려진 뒤 초기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조용히’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0년 4․19혁명으로 물러난 뒤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화장(梨花莊)에서 살았다. 이화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해방이후부터 대통령이 될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원래부터 살았던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한옥 집에서 지냈다. 최규하 전 대통령 역시 퇴임 후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사저에 머물렀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살던 집이었다.  사저 논란의 시작은 전두환 전 대통령 때부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화사저’가 논란이 된 뒤 노태우 전 대통령(노태우 전 대통령은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자택의 시설을 조금 고친 뒤 돌아갔다)을 제외하고는 이후 모든 대통령의 사저가 세간의 입길에 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 시사저널 최준필

 전두환 전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 사저가 논란을 빚은 이유는 전직 대통령 사저의 경호시설 건립이 국가 예산으로 지급되기 시작한 탓도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때인 1981년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며 전직 대통령과 그 유족에 대해 경호․경비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사저 주변 경호시설 부지 매입과 공사 등을 국고에서 충당하게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은 빈축을 살만큼 호화로웠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연희궁’이었다. 그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는 대지 816㎡(247평)에 건물은 238㎡(72평) 남짓이다. 여기에 별채도 있다. 대지 310㎡(94평), 1ㆍ2층이 92㎡(28평)인 주택이다. 1996년 추징금 2259억원에 대해 가압류가 걸렸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처남인 이창석 씨가 이를 매입해 소유권이 넘어갔다. 2013년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부지 일부를 압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는 대저택에 살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 경호시설도 ‘특혜’ 시비에 휘말렸던 적이 있다. 2012년까지 연희동 사저의 경호시설은 ‘무상임대’로 운영됐다. 그러다 2012년 서울시가 이 경호동을 유상사용으로 전환하면서 매년 2000여 만원을 사용료로 내게 됐다. 하지만 이 또한 경찰청이 내고 있기에 국고에서 나가는 비용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저를 건립하는 과정이 ‘IMF위기’ 경제 상황과 맞물려 여론의 비판을 샀다. 그는 서울 상도동 자택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퇴임 후 지낼 대지 376㎡(114평)에 퇴임 뒤 지낼 집을 새로 지었다. 신축공사비로 약 20억원, 경호시설 건물 2개동을 짓는 데는 18억3000만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자택에 20억원을 들여 신축한 뒤 퇴임 이후 머물렀다. 이 집은 전체 588㎡(178평) 규모다. 경호 시설은 부지 매입비 7억800만원에 건축비 12억6400만원이 투입돼 총 19억7200만원이 들었다. 역시 예산 투입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는 유일하게 서울이 아닌 지방에 신축됐고, 그래서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점을 들어 비판의 칼날을 댔다. 언론의 비판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사저는 규모면에서 큰 편이었다. 하지만 사저 자체의 건립비용만 보면 다른 대통령 사저보다 적은 비용이 들었다. 4261㎡(1289평)의 땅에 지어진 사저는 부지매입 비용과 공사비․설계비 등을 모두 합쳐 12억원 가량 투입됐다. 대신 경호시설 건립비용에 35억7900만원이 들어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때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지역에 자리 잡았기에 경호시설 내에 경호관들의 체력단련시설이나 교육시설, 회의실 등 부대시설이 추가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이 부분 역시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대통령 사저 논란 중 압권은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배임’ 의혹에 휩싸였다. 그의 아들 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실이 공동으로 부지를 매입해 청와대는 손실을 보고 시형씨는 이득을 봤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시형씨는 23억원어치 땅을 11억2000만원에 샀고, 청와대는 30억대 땅을 42억8000만원에 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사태는 부동산 차명보유, 편법 증여 시도 의혹 등으로 논란을 점점 키워가더니 결국 특별검사(특검)로 이어졌다. 시형씨는 기소되지 않았고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청와대 경호처 인사가 불구속 기소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내곡동에서 논현동으로 옮기기로 한 이후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는 여론의 입길에 올랐다. 그의 경호시설 건립을 위해 예산 67억원이 배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67억원은 그나마 당초 제출안에서 삭감된 금액이기도 했다. 당초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경호시설 부지 비용 70억원을 포함해 도합 100억원 정도를 요청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