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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수세 업고 1000고지 돌진…내수·투자 살아나야 활황 장세 열릴 듯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눈앞에 둔 지금,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4월부터 ‘바이 코리아(Buy Korea)’ 열풍을 일으키며 종합주가지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2002년 4월23일 926.70을 기록한 이후 정확히 2년이 지난 올해 4월23일 936.06까지 급등했다. 지금 추세라면 종합주가지수 1000 포인트 시대가 멀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10조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시가총액은 1백8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4월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 잔고는 1백81조1천5백16억원.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4%. 국내 기업 주식 10주 가운데 4~5주를 외국인이 갖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듯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국내 주가가 곤두박질하지 않겠냐는 시장의 우려가 있다. 지난 2000년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넘어섰으나 외국인 투자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주가지수가 600포인트까지 밀린 악몽이 있었다. 하지만 돌출 변수가 없는 한 외국인들이 갑자기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대체로 순매수세는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국내 주식 시가가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 중론인 데다가 비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묻지마’ 투자를 지속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4월20일 금리 인상을 예고하자 투자 의지가 위축되면서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또 국내 주가지수가 짧은 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 포지션을 어떻게 잡아갈지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내수와 투자다. 수출 활황으로 경상수지 흑자 폭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으나 내수와 설비 투자가 아직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갖가지 경제지표들에 따르면, 투자 부문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는 하지만 잠재성장력 쇠퇴를 걱정할 정도로 설비투자 규모는 오히려 줄고 있다. 따라서 내수와 투자 회복세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주가지수는 920~950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매집세가 꺾이면 국내 주식시장 상승세를 지지할 세력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잠재적 폭발성을 가진 변수는 4백조원에 가까운 부동자금의 향방이다.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한다면 종합주가지수는 사상 최대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내수 회복에 대한 확신이 확산되기까지는 부동자금은 여전히 갈 길을 찾지 못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갖가지 지표와 달리 체감 경기가 너무 얼어붙어 있다.

여당, 내수 부양 정책 준비

총선 정국이 일단락되자 여당이 추가경정예산을 세우면서까지 내수 부양 정책을 추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유수효과(誘水效果)’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유수 효과는 펌프로 물을 끌어올릴 때 처음에 약간의 물을 먼저 부어 주어야 그 다음부터는 물이 잘 나오는 것처럼 불황기에는 정부 지출처럼 경제에 자극을 주는 요인이 있어야 경기 회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뜻의 경제학 용어다. 추가경정예산이 유수 효과를 발휘한다면 내수 경기 회복세가 앞당겨질 가능성은 크다.

내수 부양책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라는 단발 엔진으로 900 고지를 넘어섰으나 1000 고지에 오르려면 내수와 투자라는 한 쪽 엔진도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고공 비행에 따른 기체 안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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