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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칸 최우수 감독상,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스페인의 악동 페드로 알모도바르는‘여성적인 것’에 대해 각별한 애착을 지니고 있는 감독이다. 그런 그가 아예 어머니를 화두로 삼았다. 52회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그의 열세 번째 작품. 종래 그의 영화는 독특한 색채 감각과 성적인 유머, 기상천외한 차용 방식 덕에‘알모 드라마’혹은‘스크류볼 드라마’로 불렸다. 국내에도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키카> <라이브 플래쉬> 등으로 낯이 익다. 얼마 전부터 그는 성숙미가 더해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거장이 된 악동’이라는 수사를 거느리고 다닌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그 징표로 회자되지만, 특유의 장난기까지 몰아내지는 못했다.

영화의 얼개는 교통 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 마뉴엘라(세실리아 로스)의 여행기이다. 18년 전 아들을 잉태했던 도시 바르셀로나로 아이의 아버지를 찾아나선 그는, 그곳에서 남편 롤라의 흔적을 발견한다. 결혼 후 여장 남자가 되어버린 남편은 그에게 ‘남자로도 여자로도 최악의 존재’였다. 그 남편이 이번에는 수녀를 임신시킨 채 종적을 감춘다. 수녀는 아이를 낳다가 죽어가고, 아이는 에이즈에 걸린 채 태어난다. 마뉴엘라는 병이 옮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가족을 피해 아이를 안고 바르셀로나를 떠난다.

많은 ‘휴먼 드라마’가 실제로는 폭력과 지배의 욕망에 대한 알리바이이기 십상인 터에, 정반대 원리를 강조하는 그의 영화는 경향성이 두드러진다. 통념의 경향성을 폭로하는 경향성인 셈이다. 그 방식 또한 교묘해서 통념의 진수인 멜로 드라마 형식을 즐겨 빌린다. 이번에는 할리우드 전성기의 영화 <이브의 모든 것>과 테네시 윌리엄스의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차용했다(영화 속에서 방영되거나, 공연된다).

인용한 드라마와, 그가 짜내려가는 영화가 만나는 모양새는 교직(絞織)이다. 즉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차 있는 인간 혹은 비틀린 욕망에 대한 온정 어린 시선 대신, 세상의 어머니들을 매개로 하여 희생과 관용의 메시지를 택한 것이다. 평소 그는 ‘어둠 속에서 희망과 관용, 헌신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인간은 어머니나 천재뿐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지론대로 그는 이 영화를 ‘모든 여자 연기자와 여자 연기를 한 남자들, 어머니가 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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