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러운 재떨이’를 비워라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 중에서 흡연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순이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예비 실무 회의 때 회원국들로부터 ‘더러운 재떨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은 바 있다. 아르헨티나 전 정부가 다국적 담배회사들의 막강한 압력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고 아르헨티나가 흡연 문제를 등한시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1980년대 후반부터 각종 금연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다만 그 규정을 철저하게 적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당시 갓 취임한 키스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세계보건기구의 ‘담배 규제 기본 협약(FCTC)’에 서명했다. 지난 2월에는 물가 충격을 우려하면서도 담배회사들과 연초세 인상에 합의했다. 동시에 공공기관이나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은 물론, 식당이나 술집에 흡연석을 따로 설치하거나 담배 선전물을 규제하는 등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사항을 하나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최근 발표된 한 금연 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국민의 몸에 밴 흡연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멕시코, 브라질 다음 가는 담배 소비국이다. 지역 인구의 7%에 불과한 아르헨티나가 소비하는 담배는 지역 전체 소비량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15~60세의 흡연 비율이 최대 담배 소비국인 브라질을 능가한다. 여성의 흡연율도 높아 아르헨티나 흡연자의 35%가 여성이다. 미성년자 10명 중 6명이 흡연을 경험한 적이 있고, 흡연 시작 연령대 또한 점차 낮아지고 있다.

메르코수르(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의 경제협력체) 전체의 흡연 관련 통계에 따르면, 전체 흡연자의 69.6%가 13~15세 미성년자로 나타난다. 이들 중 남자 33%와 여자 33%는 단순히 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늘 담배를 피우는, 이른바 ‘액티브 흡연자’이다.

이같은 통계를 종합하면, 전체적으로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은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인구의 70%가 흡연 경험자로 나타나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담배를 즐기는 국민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