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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 '데이 트레이닝' 극성 ··· 폭락 대비해야

‘풍선 불기’’폭탄 돌리기’’러시안 룰렛’…. 증권 전문가들이 요즘 코스닥 시장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현재 코스닥 시장은 머니 게임, 즉 돈 놓고 돈 먹기식 노름판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뒤늦게 코스닥 기업들에 투자 비중을 확대한 일부 기관 투자가까지 머니 게임에 가세하고 있는 판국이다.

코스닥 시장이 투전판이라는 비난을 받는 데는 그만한 근거가 있다. 지난해 연간 시가 총액 회전율에서 코스닥 시장은 1,108%를 기록하며 세계 50개 주요 증권거래소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를 차지한 미국 나스닥 시장의 352%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시가 총액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단타 매매가 극성을 부렸다는 뜻이다.

특히 하루에도 몇 번씩, 심하게는 수십 번씩 주식을 사고파는 ‘데이 트레이딩(Day-trading)’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증권거래소가 개인 투자자들이 낸 주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개인 주식 거래 중 22.4%가 데이트레이딩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시장의 초단타 매매는 이보다 더욱 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내내 폭락세를 보였던 코스닥 지수는 1월28일부터 상승세로 반전해 2월 한 달 사이에 약 100 포인트나 급등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라는 증시 격언처럼, 폭등에 따른 폭락 위험도 갈수록 높아가는 시점이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상무는 “폭등을 이끈 코스닥 주도주들은 오를 만큼 올라 더 이상 살 만한 종목을 찾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닥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부나비처럼 덤벼드는 개인 투자자들의 단타 매매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ING베어링증권은 올해 코스닥 지수가 358∼432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수는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SEI에셋코리아 박경민 상무는 “코스닥 지수는 기껏 상승해야 300선 안팎에서 오르내릴 것 같다. 종목에 따라 차별화가 진행되면서, 더 오르는 주식과 내리는 주식의 격차가 뚜렷해지는 차별화 장세로 갈 것으로 본다”라고 예상했다.

지난 1월 말 코스닥 시장이 상승세로 반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 상태는 극도로 날카로와져 있었다. 지난해 10월 하순부터 급등세를 이어온 대다수 코스닥 종목들의 주가가 절반 이상 폭락한 상황이었다. 지수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팽배해, 급등 장세가 재연되기를 바라기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다음커뮤니케이션·새롬기술·로커스·핸디소프트 등 인터넷 및 정보통신 관련 주요 종목들의 주가는 지난 1월 저점과 대비해 2∼3배 이상씩 급등했다. 특히 버추얼텍·장미디어인터랙티브 등 일부 기업들은 4∼9배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이 4월 총선 전까지는 대체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그같은 관측의 저변에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 있는 코스닥 시장을 지나치게 규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지난 1∼2월에 집중된 유·무상 증자 물량이 3월에 쏟아질 예정이어서(오른쪽 도표 참조), 코스닥 시장도 2월 같은 상승장을 기대하기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실시된 과도한 증자로 공급이 넘쳐 현재 증권거래소가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외국인들, 최고 경영자 보고 투자 늘려

이런 판국이어서 증권 전문가들은 더욱 더 데이트레이딩을 만류한다. 자칫 매도 시점을 놓쳐 주식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속 하한가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매수 뒤 보유(Buy and Hold)’라는 고전적인 투자 전략이 데이트레이딩보다는 수익률을 올리기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오성진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나고 보면 코스닥 주식들 역시 중·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주의해야 할 것은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주가가 급락할 때를 기다렸다가 소신 있게 매수하는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유망 업종의 최고 기업들에 분산 투자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투자한 기업들의 동태를 계속 관찰해야 한다. 아무리 업종 최고주라 해도 관심을 끌고 있는 코스닥 종목들은 대부분 변화와 부침이 심한 벤처 기업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급등하여 자금이 풍부해지자 벤처 기업들이 본래 비즈니스 모델에 전력을 쏟기보다는 사업을 확장하는 데 더 열을 올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행태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많다.

하지만 동양증권 노근환 리서치팀장은 그 같은 현상에 대해 “사업을 벌이는 자체만으로 잘잘못을 가리기는 곤란하다. 자금이 풍부해지면 회사의 내용이 바뀌는 법이다. 자꾸 좋다고 하면 실제 내용도 더 좋아지는 ‘자기 실현적 예언’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외국 투자자들이 어떤 기업을 왜 선호하는지 짚고 넘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매수 세력은 외국인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1월 코스닥 시장이 폭락하는 와중에서도 순매수 행진을 벌인 데 이어 2월 급등장에서도 주식을 계속 사들였다. 특기할 만한 점은 국내에서 ‘최고’로 평가되는 일부 벤처 우량주들의 지분을 계속 축소했다는 사실이다.

SEI에셋코리아 박경민 상무는, 그 같은 투자 방향은 최고 경영자(CEO)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은 벤처 기업에 투자할 때 최고 경영자를 가장 중시한다.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의 70∼8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력이 경쟁사보다 좀 떨어지더라도, 최고 경영자가 유능한 기업을 더 선호할 때가 많다. 작은 벤처 기업이었던 미국의 시스코 사가 세계 최고 기업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발 빠르게 관련 기업들을 합병·매수해 간 최고 경영자의 능력이 절대적이었다. 정보 산업은 변화 속도가 빨라, 그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영자 역량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

덧붙여 주의해야 할 요소는, 최고 경영자를 바라보는 외국인 시각이 한국인과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외국인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사업 설명을 잘 하는 최고 경영자에게 더 호감을 갖는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며 덤벼들지만, 일확천금에 눈이 멀면 너무도 쉽게 원칙과 정도를 내팽개치는 곳이 증시이다. 노력하지 않는 투자자가 잠시 데이트레이딩으로 번 돈은 그보다 더 큰 돈을 똑같은 방식으로 잃게 되리라는 전주곡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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