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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21세기 국정 계획 발표…중산층․서민 복지 확대, 인터넷 사회 구축에 역점

2000년대 들어 첫 3년 동안 나라를 이끌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청사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국민 화합 △국정 개혁 △신지식인 사회 △일류 경제 △남북 협력 등 5대 국정 과제를 간단히 제시했다. 이어 1월3일에는 `‘새 천년 새 희망’이라는 주제로 세부 실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 천년이 대립과 갈등의 시대였다고 규정한 그는 새 천년을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시대이자 지식과 인터넷 혁명의 시대라고 내다보고, 여기에 적응해 세계 일류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세부 정책을 무더기로 내놓았다.

이 날 김대통령이 발표한 청사진에는 이제부터 국정에 관해서는 국민을 상대로 직접 이해와 협조를 호소하겠다는 ‘`야심’이 담겨 있다. 우선 김대통령은 밀레니엄 화두를 꺼내기 앞서 지난 한 해 국민 화합에 장애물이 되었던 대립과 갈등 구조를 청산하자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인터넷 신문고’ 등 다양한 세부 공약 제시

이를 위해 김대통령 자신도 그동안 야당과 국민에게 불신을 샀던 사안들을 일일이 다시금 끄집어내면서 털 것은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국민의 참여 속에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인터넷 신문고’를 창설하여 국민에게 직접 고발받아 국정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대통령은 야당을 국정 개혁의 파트너로 삼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표명했다. 검찰과 경찰 중립을 확고히 추진하겠으며, 일각에서 논란이 있었던 특정 지역 인사 편중 문제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더욱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산업 개발과 정부 지원을 둘러싼 지역 편중 여론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기구로 `‘지역 균형 발전 3개년 기획단’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김대통령이 지난해 대국민 사과에 이어 새삼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새 천년을 맞아 국민의 힘을 미래 지향적으로 결집하려면 대통령부터 솔직하고 진솔한 자세로 털어놓을 과거는 털어놓고 진지하게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의 신년사 내용 중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각계 각층의 국민을 상대로 구체적으로 제시한 각종 `‘선물 보따리’.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 분야로 압축된다. 하나는 중산층과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적 혜택들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10대 지식 정보 강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요약되는, 정부가 주도하는 인터넷 사회 구축 선언이다.

우선 김대통령이 올해 국정 목표로 가장 강조하는 대목은 중산층과 서민의 복지 정책이다. 지난 2년간 외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게 된 중산층과 서민의 마음을 풀어주지 않고서는 국민 화합 구호가 공허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른바 `‘웃목론’으로 불리는 중산층과 서민 대책은 크게 여섯 가지 분야에 걸쳐 발표되었다.

우선 1월부터 빈곤층 생계비 지원을 확대한 뒤 10월부터는 `‘국민 기초생활 보장법’을 시행해 4인 가족 기준 최저 생계비를 100만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7백만 봉급 생활자를 위해서는 올해 초부터 근로소득세 감면 제도를 시행하며, 무주택 서민을 위해 올해 안에 주택 50만호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농어민을 위해서는 1백15만 농어가에 대한 상호금융 부채 이자를 반으로 낮추고, 70만호가 지고 있는 연대보증 부담을 정부가 다 떠안고 농민의 보증은 해소한다고 선언했다.

또 일자리 2백만개를 창출하기 위해 중소․벤처․문화․관광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특히 올해에는 1조원 규모의 벤처 자금을 투입해 현재 5천 개 규모인 벤처 기업을 만 개 수준으로 늘려 여기서 10만여 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서민 복지 정책은 교육 분야에도 집중되어 있다. 올해부터 저소득층 중고교생 40만명에게 학비를 무상 지원하며, 대학생 30만명에게는 장기 저리로 학자금 융자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올해 국정 청사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목은 새 천년을 맞아 한국을 일류 국가로 이끌기 위해 과학 기술 투자와 지식 정보화 사업을 정부의 역점 사업으로 펼치겠다는 것이다. 21세기 한국을 세계 10대 지식 정보 강국에 진입시키겠다고 선언한 김대통령은 오는 2010년을 목표로 추진해온 초고속 통신망 설치 사업을 5년 앞당겨 2005년까지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앞서 정보 유통 속도가 현재보다 1000배 빠른 차세대 인터넷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김대통령은 정보 생활화 운동으로 표현되는 전국민 인터넷 교육 사업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국민이 인터넷을 전화처럼 쉽게 이용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터넷 상거래와 교육의 일상화를 강조한 그는 올해 안에 `‘교육 정보화 종합 계획’을 완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올해 안으로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에 초고속 통신망을 구축하고, 모든 교사와 전체 교실에 개인용 컴퓨터 1대씩을 무상 보급한다는 것이다. 우수 학생에게는 개인용 컴퓨터를 국비로 지원하며, 이들의 인터넷 사용료도 5년간 전액 면제한다고 밝혔다. 또 전 군장병이 병영에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도록 교육하며, 전국의 주부를 대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가계부 정리 운동을 펼치는 등 정보 혁명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학기술 부문 연구 개발 투자비를 전체 국가 예산의 5%로 확대해 반도체․생명공학․영상․신소재․정보 기술 등 첨단 부문을 선진 7개국 수준으로 개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대통령이 이렇게 정보 혁명을 선언한 배경에는 ‘빛의 속도 시대인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조선 왕조 말엽처럼 삼류 국가로 전락해 세계 일류 국가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남지 못한다’는 절체 절명의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재경부․교육부 장관 부총리로 승격

이같은 21세기 정보화 사회를 위해 김대통령은 정부 기구도 대폭 개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재정경제부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켜 경제 각 부처를 유기적으로 총괄토록 하고, 교육부장관도 부총리로 승격시킨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 대통령 직속 기구인 여성특별위원회를 여성부로 바꾸어 여성의 역할이 증대될 시대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인원이나 예산을 늘리지 않고 추진할 것이며 개편 전에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도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번 대통령 신년사가 정책기획실이 주관해 오래 전부터 기획되었으며, 정부 부처 별로 조율을 끝낸 뒤 전문가 집단의 토론을 통해 검증했고, 관련 예산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지난 한 해 동안 조성된 국정 위기 국면을 일거에 전환할 회심의 카드로 21세기 국정 청사진을 마련한 셈이다.

이처럼 방대한 분야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와 개혁을 표방한 김대통령의 새 천년 국정 과제는 궁극적으로 총선 승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각종 국정 지표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국 안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김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이미 국민회의에 보낸 신년사를 통해 21세기 국정 과제는 정치가 안정되지 않고서는 수행하기 어렵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를 뒤집어 보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집권당에 표를 많이 모아 달라는 대국민 호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새 천년 벽두부터 강조하는 `‘국정 동반자론’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국민 희망의 메시지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선심 공약을 쏟아놓아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되고 그 결과 선거에 악영향을 입지나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결국 21세기를 여는 첫 대통령으로 기록된 김대통령이 국민에게 제시한 ‘`화려한’ 밀레니엄 구상은 이를 정파 지도자의 선거 전략이라고 치부하려는 야권의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하면서 국민에게 얼마나 진솔하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막 시작된 21세기는 김대통령에게 국가 통치자로서의 정치 역량을 시험하는 본격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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