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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들추며 대비책 마련 부심…중앙만 지면 통해 반박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서 사주의 소유 지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언론 개혁 입법을 추진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히자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사주가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언론사들은 그동안 나왔던 법안을 검토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들 신문은 일단 소유 지분 제한 등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입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중앙일보를 제외하고는 아직 지면을 통한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는 4월22일자 4면 기사 ‘지분 제한 조항, 선진국에는 없어’에서 ‘신문 역사가 오래된 선진 외국에서도 신문 시장의 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있었으나 미국·일본·독일·영국 등에서의 미디어 사업 환경은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들 국가에서는 한 신문사가 여러 일간 신문을 소유·경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상파 TV와 라디오까지 가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현재 선진국에서 신문이라는 단일 매체에 대한 시장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신문사 개인 소유 지분을 제한하거나 경영 현황을 정부에 보고하는 식의 법률이 있는 국가는 없다. 다만 한 신문사가 여러 매체를 소유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독과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신문·라디오를 포함, 전체 여론 시장의 20~30% 이상을 차지할 때에만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정간법 개정안·신문진흥법(가칭) 등 그동안 나왔던 언론 개혁 입법안을 검토하며 본격적인 입법 추진에 대비하고 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이 법안을 어떻게 만들지 지켜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기사화하겠다. 지금은 이미 나와 있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편집위원회 설치나 사주의 소유 지분 제한 등은 회사의 필요에 따라 하면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왜 언론사만 지분을 제한해야 되는 것인지가 쟁점이 되겠지만, 결론적으로 무리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마음의 준비는 이미 되어 있다”

조선일보의 한 간부는 “법대로 추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무리하게 할 경우엔 비판을 가할 것이다. 독자들의 생각에 어긋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겠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내부에서는 총선 결과가 나온 후 단단히 각오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 간부는 “이미 탄핵 직후 마음을 접고 체념했다. 우리 같은 보수 우파 신문의 한계를 절감했다. 앞으로 우리는 정말 보수 우파 신문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이어 “정부를 견제할 만한 데가 언론말고 어디 있느냐. 앞으로 조선·동아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DJ 정부를 포함해 6년 동안 내성이 길러져서 이미 내부 논리도 정교해졌다. 쉽게 문 닫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사 지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선일보의 한 인사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하지 않겠느냐. 세상이 어마어마하게 바뀐 만큼 적극 적응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신문의 한 기자는 “사내에서 진보와 보수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갖자는 의견이 많이 있다. 앞으로 이런 점을 감안해 지면을 운용할 것이고, 우리도 사회 변화에 발맞춰 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언론 개혁 입법의 구체적인 조항들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정치부와 문화부 기자들에게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동아일보 편집국의 한 간부는 “민주노동당이 정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긴장하지는 않는다. DJ 정부 때부터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위 조사 등을 겪었고, 지난 1년 간 노무현 정부도 경험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이미 다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지난 4월19일 “언론개혁 입법 취지에는 동의하나 사주 소유 지분 제한의 경우 위헌 소지가 있어 공익성이라는 말로 밀어붙이기엔 법적 근거가 미흡한 것 같다. 우리도 정치부와 문화부가 법안 문제를 알아보고 있지만 현정부와 여당이 개혁보다는 민생을 먼저 챙기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아직은 그렇게 시급하고 예민하게 접근하지는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앞서 설명한 대로 이들 신문 중 가장 먼저 지면을 통해 반박했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해당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언론 개혁 입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문이 다 어려운데 사주가 오너십을 발휘해 잘 가고 있는 신문을 끌어내리는 방식보다는 잘 안 되는 신문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법안이 만들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사주가 오너십을 발휘하는 언론사를 무조건 악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법안 추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지만, 중앙일보는 사생결단하듯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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