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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 가치 높고 일자리 창출 효과 탁월…성장성·이윤 ‘상상 초월’

문화 산업이 곧 문화가 아닐지는 몰라도 문화가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이자 산업인 것은 틀림없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내놓은 2003년 문화 산업 백서에 따르면, 2002년 현재 8개 문화 산업 시장 규모는 2000년에 비해 6배 가량 늘어난 39조2천억원에 달했다. 문화 산업 종사자 11만명이 창출한 이 부가 가치는 2002년 국내총생산(GDP)의 6.57%에 해당한다. 특히 방송·영화·광고·게임·캐릭터 산업은 2001년에 비해 성장률이 21.8%에 달해 급신장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드라마·게임 등의 발돋움은 수출 실적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1998년 3백만 달러로 보잘것없었던 영화 수출 실적이 지난해 3천4백만 달러로 11배나 뛰어올랐다. 방송 영상 수출 역시 같은 기간에 천만 달러에서 3천7백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영화·드라마·게임 수출이 강세를 보이는 까닭은 중국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이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 상품 해외 진출은 걸음마 수준

한류 열풍에 마케팅 전략 등이 가세하면서 한국 문화 상품의 해외 진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초보 수준이다. 해외 구매자를 접촉하는 수단이 국제 견본시에 머무르는 등 유통 채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화 산업은 산업 발달 주기로도 이제 도입기를 갓 벗어난 성장기 초입에 들어섰다.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1999~2003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5.5%에 그쳤지만, 문화 산업 성장률은 4배에 가까운 21.1%에 달했다. 흔히 문화 산업은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가 큰 고부가 가치·고성장 산업이라고 불린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통신과 전자 산업 등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문화 산업의 이른바 ‘원소스 멀티 유스’ 방식은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요인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한 부문에서 시작된 창작 캐릭터가 영화·방송·게임 등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만화 <둘리>가 만화로 출발해 애니메이션, 게임, 교재 캐릭터 등으로 개발되어 매년 20억원 이상 로열티 수익을 올리는 것이 좋은 예다. 게임 ‘리니지’도 이익률이 34.3%나 되는 등 제조업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는 천만명 관객 시대를 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의 경제 효과가 각각 5천억원과 3천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저고용 성장이 크게 부각되면서 문화 산업은 실업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산업으로 떠올랐다. 최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제조업에 비해 문화 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훨씬 컸다. 특히 고용유발계수는 10억원을 투입할 때 15.9명으로 제조업(9.4명)과 농림수산업(7.5명)에 비해 크게 높았다.

문화 산업은 지역 균형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설화와 풍물 따위 지역별 문화 원형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고 지역 별로 문화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는 신화라는 문화 원형을 세계적 수출 상품으로 성공시킨 좋은 예다.

기업들도 문화 산업의 유용성에 눈뜨고 있다. 지난 3월 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문화산업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초대 위원장에 대성그룹 글로벌에너지네트워크 김영훈 회장을 앉혔다. 우리은행 같은 금융 기업들이 문화 펀드 조성에 다투어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기실 문화 산업의 중요성은 경제적 가치로만 잴 수 없다. 문화적 가치가 가진 소프트 파워는 한 나라의 이미지와 대외 영향력을 드러내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한류 열풍은 좋은 계기이지만 그 방식은 일방적 점령이나 장악이 아닌 상호 교류여야 한다. 그래야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동시에 한국 문화의 힘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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