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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갑자기 들이닥친 압수수색? 한 장짜리 서류가 전부?…대응에 앞서 풀어야 할 오해

지난 칼럼에서는 압수수색에 있어서 법적 원칙이 충돌하는 현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예고한 대로 압수수색 과정에서 변호인 없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압수수색을 당하신 후 상담을 요청하시는 의뢰인들의 실제 사례도 함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관계자들이 1일 밤 서울 강남구 위메프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 박스를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관계자들이 1일 밤 서울 강남구 위메프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 박스를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압수수색이 시작되는 시간

새벽의 고요를 깨는 초인종 소리. 창문 밖을 보니 아직 동이 텄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둑어둑합니다. 압수수색은 공식처럼 새벽에 시작될까요?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주간(晝間), 즉 낮에 실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해가 뜨기 전인 새벽에 압수수색을 시작해야 하거나, 사건의 특성상 야간에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럴 경우 수사기관은 일출 전 혹은 일몰 후 압수수색이 필요한 이유를 판사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야간에도 집행할 수 있는 영장을 받게 됩니다. 너무 이른 새벽이나 한밤중에 압수수색을 당했다면 영장에 “이 영장은 일출 전, 일몰 후에도 집행할 수 있다”라는 도장이 찍혀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주거지의 경우 통상 사람이 집에 있는 시간을 고려해 아침에 압수수색을 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사무실은 영업시간을 고려해 업무가 개시될 무렵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약 영업시간이 10시에 시작되는 사무실이라면 수사관들이 그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업무가 개시되는 것을 확인하고 진입하기도 합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압수물인 경우는 어떨까요. 이때는 압수수색 대상자의 동선을 추적해 영장을 집행하기 가장 적합한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최근 전입신고도 하지 않은 여자친구의 집에서 출근하던 길에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당했다거나, 주거래 은행에서 업무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압수’와 ‘수색’의 차이는 뭘까

‘압수수색’을 줄여 ‘압색’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 단어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압수’와 ‘수색’은 의미가 다릅니다. 범죄 혐의가 있을 때 수사기관은 먼저 ‘증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 등을 조사하는 과정(수색)’과 ‘발견한 자료가 사건과 관련돼 있는지 확인해 확보하는 과정(압수)’을 거칩니다. 즉 ‘수색’을 통해 증거를 찾고, 이후 ‘압수’를 통해 해당 증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 압수를 예로 들었는데, 이걸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과정이 ‘수색’입니다. 우선 휴대전화부터 찾아야겠지요. 신체를 뒤질 수 있는지, 금고를 뒤질 수 있는지, 자동차 안을 뒤질 수 있는지, 집이나 사무실을 뒤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영장의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란에 기재돼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휴대전화를 찾았다 하더라도 끝이 아닙니다. 압수할 물건은 범죄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이기 때문이지요. 휴대전화에 저장된 수많은 전자정보 중 범죄사실 관련 전자정보를 탐색한 다음,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있는 증거를 획득하는 게 ‘압수’입니다.

 

압수수색 영장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별지’

압수수색 영장 서류는 크게 ‘표지’와 ‘별지’의 한 묶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영화에서 보듯 한 장짜리 영장이 발부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피의자가 어떠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압수수색할 대상이 해당 사건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영장에 기재돼야 합니다.

이 같은 내용을 표 형식으로 된 한 장의 영장 서식 안에 모두 적어 넣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별지’를 첨부합니다. 상담을 요청하신 의뢰인들 중 간혹 압수수색 영장 사본이라고 해서 일단 받았는데, 별지의 일부가 누락된 것도 모른 채 압수수색을 받은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혀 있는 "별지 기재와 같다" 문구
압수수색 영장에 적혀 있는 "별지 기재와 같다" 문구

압수수색 영장에는 “별지 기재와 같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때 주의 깊게 봐야할 사항은 다음 장에 첨부된 ‘별지’에 기재돼 있습니다. 특히 ‘범죄사실 및 압수수색을 필요로 하는 사유’ 부분을 보면 무엇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는지, 이번 압수수색을 왜 하는지 등 수사의 목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의 핵심 요소인 ‘범죄사실 및 압수수색을 필요로 하는 사유’와 ‘수색할 장소·신체·물건’ ‘압수할 물건’ 등의 의미에 대해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압수수색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영장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입니다. 영장의 범위를 벗어난 강제수사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면, 급박한 상황에서도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숙정 법무법인 LKB 변호사
김숙정 법무법인 LKB 변호사

■ 김숙정 변호사 약력

김숙정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검사 출신이다. 2012년 제1회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처음 검복을 입었다. 이후 국회 보좌관을 거쳐 2021년 공수처 출범 당시 몸을 담았다. 2022년 공수처장 1호 표창을 받았고 2023년 공수처 1호 우수검사로 선정됐다. 2023년 말 공수처를 떠나 법무법인 LKB에서 수사대응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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