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포스텍·삼성SDI, 열 폭주 메커니즘 규명
신코팅법으로 열 폭주 성공적 억제 확인

연구에서 제시한 ‘자가증폭루프’로 인한 급격한 온도 상승을 묘사한 표지 그림. 이번 연구는 유명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Advanced Materials)’에 1일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어 출판됐다. ⓒ서울대학교 제공
연구에서 제시한 ‘자가증폭루프’로 인한 급격한 온도 상승을 묘사한 표지 그림. 이번 연구는 유명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Advanced Materials)’에 1일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어 출판됐다. ⓒ서울대학교 제공

최근 전기차 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배터리 ‘열 폭주 현상’의 원리와 이를 억제할 방법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에서 화재가 나면 배터리 온도가 수 초 안에 1000도 넘게 되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 현상이 나타나는 매커니즘을 밝힌 것이다.

임종우 서울대 화학부 교수팀, 김원배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팀, 삼성SDI 연구진은 “열 폭주 반응이 기존 예상보다 급격히 악화하는 이유가 배터리 내 음극과 양극 사이 ‘자가증폭루프’ 때문이라는 것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연구는 삼성SDI,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것으로, 연구 결과는 국제 유명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출판됐다.

전기차의 안전 문제는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앞서 해결해야 하는 이슈 중 하나로 여겨진다. 특히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이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하이니켈 양극재는 용량이 크지만 열 안정성이 낮은 단점이 있기 때문에 열 폭주에 더 취약하다.

화재·폭발을 예방하기 위해 열 폭주 메커니즘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 더욱 필요하지만, 수 초 안에 일어나는 열 폭주 특성상 매커니즘의 분석 난이도가 매우 높고, 배터리셀 안의 물질들의 화학적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방법론적으로도 매우 어려워 지금까지 제대로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다.

연구팀은 방사광 가속기 기반 X선 회절 기법을 활용해 배터리셀 내부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양극재와 흑연 음극 사이의 화학종 교환에서 중대한 발열 반응이 야기되는 것을 발견했고, 이것이 생성물이 반응물을 또다시 만들어내는 ‘자가증폭루프’ 때문임을 밝혀냈다. 자가증폭루프 도중 생선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음극 표면에 석출된 리튬과 반응해 배터리 온도를 더욱 올릴 수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음극 표면의 리튬과 자가증폭루프에 의해 생성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반응을 막을 수 있는 고품질 알루미나 코팅법을 개발해, 배터리셀 내에서 일어나는 열 폭주를 성공적으로 억제해냈다.

연구진은 “공학적으로 풀지 못한 이차전지 분야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이를 응용하면 하이니켈 양극재를 주력으로 추진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