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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사과‧인물난 노출‧커지는 책임론…방어 못하는 용산
그 사이 尹 지지율 급락…與 내부서도 “골든타임 지나간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센 ‘정권 심판론’의 영향으로 여당이 4‧10총선에서 참패한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쇄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뒤늦은 첫 일성부터 모호한 ‘비공개 사과’, 갈수록 논란만 커지는 ‘인선’까지 그야말로 용산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여당 내에서도 윤 대통령이 ‘골든타임’을 속수무책 보내고 있는 데 대한 답답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후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배에 대한 즉각적인 책임과 사과 메시지가 나와야 했는데, 그 ‘타이밍’부터 늦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총선 후 엿새 만인 지난 16일에서야 총선과 관련한 첫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형식도 내용은 더욱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기자회견 또는 대국민 담화 방식을 거부했다. 그리고 국무회의를 열어 ‘좋은 정책이었지만 국민이 체감하지 못했다’는 흐름의 메시지를 이어갔다.

‘반성’ 빠진 ‘반성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4시간여 후 돌연 “윤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서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국무회의 내용으로 비판을 이어가던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조국혁신당에선 진짜 사과했는지 ‘국무회의 속기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윤 대통령의 사과 여부는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범야권 의식하랴 보수층 달래랴…‘딜레마’ 빠진 용산

총선 패배 후 정부가 가장 발 빨랐던 대응은 하나 있었다. 바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참모진의 사의 표명이었다. 총선 다음날인 11일 이들이 물러날 뜻을 밝히자 각종 언론에선 보수 중진들을 중심으로 유력한 후임 후보군들이 거명됐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직간접적인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인선 작업은 교착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17일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유력설’이 보도되면서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여야 모두 당혹감을 표한 데다 보수 지지층마저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자 대통령실은 곧장 “검토한 적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당사자들도 임명 가능성을 부인하며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만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또한 대통령실의 ‘인물 떠보기’와 내부 소통 혼선에 대한 논란도 가중됐다. 이처럼 후임 인선이 더욱 갈 길을 잃어가면서, 앞서 사의를 표한 이들을 유임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친윤(親윤석열) 인사를 기용하면 거대 범야권의 반대에 부딪히고, 야권 인사로 시야를 넓히면 보수층의 반발을 사는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온 인사들을 적극 기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유승민 전 의원이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이 자리를 수락할 가능성이 적은 데다, 여전히 그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감도 큰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하마평이 나온 후보군을 보면 국정 쇄신에 대한 용산의 콘셉트가 부재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때처럼 민심과 괴리된 길을 걷는 모습”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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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지율 취임 후 최저치…반등 기미 안 보여

총선 패배에 더해 지난 일주일 간 난맥상만 노출하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18일 전국지표조사(NBS) 발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7%로 취임 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총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인 2주 전(4월1주차) 조사보다 무려 11%포인트(p) 떨어진 수치다. 국정 쇄신이 더디면서 지지율 반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참패 수습에 나서고 있는 국민의힘 내에서도 ‘용산 책임론’에 대한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수도권 당선인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부 친윤 인사들 가운데서도 비토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당선인은 취재진에 “당도 잘못했지만 대통령도 총선 패배에 무한한 책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패배보다 더 심각한 건 아직도 무엇을 잘못해 패배했는지 용산이 파악하지 못한 채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원로들인 국민의힘 상임고문단도 전날 간담회를 갖고, 총선 참패의 원인을 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으로 꼽으며 강하게 질책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소통과 겸손의 자세를 강조하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적’으로 돌렸던 인물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에 인용된 윤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4.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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