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불기소에 반발한 피해자 ‘재정신청’ 끝에 실형
法, 징역 3년 선고…“항거불능 상태 이용해 범행”
잠든 전 연인을 성폭행하고 불법촬영한 30대 남성이 범행 3년만에 실형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김중남 부장판사)는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남성 A(33)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2월 몸살 증상 때문에 약을 먹고 잠든 전 연인 B씨를 성폭행하고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형편이 좋지 않던 B씨는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전 연인이던 A씨의 집에 잠시 머물던 상태였다. B씨는 카메라 소리에 잠에서 깬 뒤 A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촬영물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해 증거로서 보관했다. 이후 B씨는 A씨를 준강간치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 판단은 달랐다. A씨의 불법촬영 혐의만을 인정해 기소하고,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한 것이다. A·B씨의 관계를 고려하면, 한 쪽이 자고 있을 때 다른 한 쪽이 일방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준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B씨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재정신청이란, 검찰이 고소나 고발 건을 불기소 처분했을 때 고소·고발인이 불복해 법원에 검찰 결정의 타당성을 판단해달라 요구하는 제도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이 작년 4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A씨의 기소가 이뤄졌다.
이날 재판부 또한 A씨의 준강간치상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 있다”면서 “당시 피해자의 몸 상태를 고려할 때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A씨)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납득 불가능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수법 등에 비춰볼 때 죄질도 좋지 않다”면서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수 년간 겪었음에도 피해 보상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고 지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