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에 밀려났던 범여권 정치인들, 尹심판 포스트 총선 정국에서 존재감 커질 듯
4·10 총선 개표가 마무리돼 가는 가운데 이준석(경기 화성을)·나경원(서울 동작을)·안철수(성남 분당갑)·김기현(울산 남을) 후보 등 여당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정치인들이 당선을 확정지어 주목된다.
11일 오전 개표 현황에 따르면, 개혁신당 대표를 맡고 있는 이준석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영운 후보와의 접전 끝에 당선을 확정했다. 이 후보는 정치권 내 대표적인 반윤(反윤석열) 인사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대통령 선거 시절 국민의힘 당 대표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함께 뛰었으나 이후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대표직을 잃었다. 당시 정치권 내에선 이 대표를 향한 윤리위 징계 등 과정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2022년 7월엔 윤 대통령이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말한 메신저 내용이 언론에 노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총선 도전 4수 끝에 첫 당선을 이뤄낸 이 후보는 11일 오전 1시30분께 “이번 선거 결과를 보니 여당이 정말 준엄한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이런 생각을 한다”며 “바로 직전에 전국 단위 선거에서 대승을 이끌었던 그 당의 대표였던 사람이 왜 당을 옮겨서 이렇게 출마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것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한번 곱씹어보셨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4년 만에 국회에 재입성한 나경원 후보는 류삼영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승리했다. 그는 이번 당선으로 여성 5선 고지에 오르며 차기 당권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나 후보는 지난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했으나 대통령실과 친윤계 압박 등에 떠밀려 중도 포기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임명 3개월 만에 나 후보를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하는 등 나 후보의 당권 도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 48명은 나 후보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광재 후보를 상대로 승리한 안철수 후보 역시 3·8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의 강한 견제 속에 낙선했다. 지난 대선에서 막판 단일화로 윤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안 후보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내세웠지만,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외면에 좌절했다. 4선을 이뤄내며 국민의힘 유력 중진으로 떠오른 안 후보는 여권 내 차기 당권 및 대권 후보군으로도 다시금 떠오를 전망이다.
3·8 전당대회에서 친윤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당선되며 이른바 ‘윤심 당 대표’로 평가됐으나 9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난 김기현 후보도 5선을 확정했다. 그 또한 지난해 12월 대표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윤심의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김 후보에게 ‘총선 불출마’를 요청했으나 김 후보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총선 출마를 택했다. 이렇듯 윤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충돌했던 범(汎)여권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생환하면서 윤 대통령 심판 여론이 증명된 포스트 총선 정국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