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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175석 ‘단독과반’ 달성, 조국당 12석 ‘돌풍’…192석 巨野 탄생
국민의힘 108석 그쳐…‘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 가까스로 사수
이재명 ‘리더십’ 공고화…親明 체제 강화 속 정국주도권 가져갈 듯

‘민심’의 선택은 ‘윤석열 정권 심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지난 제21대에 이어 2연속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200명)만 가까스로 지켜냈다. 조국혁신당(12석) 등을 포함한 범야권 의석이 190석에 육박하면서 정국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여당으로선 4년 전 패배보다 이번 패배가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간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 과제를 수행할 수 없는 ‘레임덕’(권력 누수)에 직면하게 됐다. 윤 대통령과 복잡한 악연으로 얽혀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원내에 진입한 것도 정부 여당으로선 부담스러운 변수로 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김부겸(왼쪽)·이해찬(오른쪽)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4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김부겸(왼쪽)·이해찬(오른쪽)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4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연패 떠안은 與…‘尹 레임덕’ 막지 못했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75석(지역구 161석·비례대표 14석), 국민의힘과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08석(지역구 90석·비례대표 18석)을 확보했다. 조국혁신당은 12석(비례대표)을 차지했다. 개혁신당은 3석(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새로운미래는 1석(지역구), 진보당은 1석(지역구)을 확보했다. 녹색정의당은 0석으로 제22대 국회 원내 입성에 실패했다.

이로써 22대 국회는 민주당과 민주연합,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군소 야당까지 포함해 190석에 육박하는 ‘거야(巨野)’가 탄생하게 됐다.

여당으로선 굴욕적인 결과다. 4년 전의 참패를 고스란히 재현하면서, 남은 4년 다시 야권에 정국주도권을 넘겨주게 됐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당시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에 비례대표(더불어시민당) 17석을 합쳐 180석을 차지했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103석, 무소속을 합쳐 107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완패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는 21대 총선의 패배보다 22대 총선의 완패가 국민의힘에 더 큰 치명상을 안겼다는 시각도 있다. 야당으로 맞선 지난 총선과 달리, 이번 총선에선 ‘정부 지원’을 호소하는 여당의 지위로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대패했다는 것은 정부 심판론으로 무게 추가 기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 동안 야당의 협조 없이는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비롯한 국정과제 실현이 불가능해졌다. 사실상 ‘레임덕’에 직면한 셈이다.

‘승전보’를 받아든 민주당의 상황 역시 4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이재명’이다. 21대 총선 당시 이재명 대표의 신분은 ‘경기도지사’였다. 원외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던 시기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는 당권을 쥔 대표로서,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꺾고 지역구 재선에 성공하고, 총선을 대승으로 이끌면서 대권 가도에 더 탄력이 붙게 됐다.

이번 총선을 통해 친명(親이재명)계가 대거 원내에 입성했다는 점도 이 대표로서는 호재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주류는 친문(親문재인)계였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거치며 친문계 좌장이었던 홍영표 의원과 임종석 비서실장은 컷오프(공천배제)를 당했고, 홍 의원은 결국 탈당했다. 이에 ‘사법리스크’ 등으로 흔들렸던 이 대표의 당내 위상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총선이 끝나자마자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이 대표가 재출마해야한다는 당원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도 친명계가 차지할 공산이 크다. 국회의장은 통상 제1당의 최다선 의원이 맡는다. 22대 총선에 당선된 민주당 후보 중 최다선은 6선에 성공한 추미애(경기 하남갑) 전 법무부 장관과 조정식(경기 시흥을) 의원이다. 추 전 장관은 대표적인 친명계 원외인사이자 ‘대정부 강경파’로, 조 의원은 이 대표의 최측근이자 친명계 핵심인사로 분류된다.

전문가들도 이 대표가 차기 정국의 주도권을 독점할 것이라 전망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과거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누렸던 정치력까지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고,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이 대표는 차기 당대표는 물론 대권주자로서 지위도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0일 오후 조국혁신당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0일 오후 조국혁신당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온 조국, 尹의 대항마이자 李의 라이벌로

22대 총선을 거치며 여야 모두의 ‘변수’가 된 존재도 등장했다. 주인공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다. 조국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이른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돌풍을 일으키면서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정부 여당으로선 조 대표의 원내 입성은 큰 악재다. 조 대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자녀 입시 비리 수사’ 등을 두고 윤 대통령과 악연으로 엮여있다. 조국혁신당은 총선 기간 ‘3년은 너무 길다’는 구호를 앞세운 바 있다. 이번 총선 승리와 맞물려 조 대표의 대정부 투쟁 수위는 더 거칠고,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권 관련 특검 등 주요 입법 국면마다 ‘캐스팅보터’(의견이 양분될 때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제3의 주체) 지위를 갖고 민주당과 공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및 각종 국정조사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왔고, 민주당 역시 조국혁신당이 공약한 ‘한동훈 특검법’에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 대표와 조국 대표의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보다 더 강하게 ‘윤석열 탄핵론’을 밀어붙이며 총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음 지방선거 혹은 대선까지 야권이 헤게모니를 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조 대표가 이 대표의 우군이 아닌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 대표가 친명계가 아닌 친문계 등과 규합해 ‘이재명의 대안 주자’로 발돋움한 뒤, 향후 대권 가도에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두고 이 대표와 경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변수도 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원심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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