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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시아 수출통제 나선 韓…러 “나중에 놀라지 마라” 경고
러시아에 체포된 한국인 선교사, 3개월 만에 영사면담 이뤄져
전문가 “전략적 모호성 유지 못한 韓, 외교 기조 바꿔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인 선교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실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3월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인 선교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실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교민 사회가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러시아에 체류 중인 교민 구금 등 일련의 사태가 한·러 냉각 기류 속에서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 같은 피해는 갈수록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8일 외교 당국에 따르면, 한국인 선교사 백아무개씨는 지난 1월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한국인이 체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가 백씨의 체포 사실을 발표한 시점도 외교계는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백씨가 체포된 지 2개월이 지나서야 그가 국가 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로 체포, 구금됐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일부 매체에서는 백씨에 이어 한인회장을 지냈던 60대 교민이 지난달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30년 간 입국금지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추방 사유를 ‘국가 기밀’에 해당해 밝힐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관련 부서와 확인 작업을 거치는 중”이라고 밝혔다.

 

“러, 분쟁 상황서 가장 약한 고리 ‘교민’ 건드려”

외교가에선 러시아 체류 교민을 향한 악재가 우연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백씨가 체포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26일, 한국 정부는 대러시아 수출 통제 공조를 위해 682개 품목을 ‘상황허가’ 대상에 포함했다. 상황허가 대상에 해당되면 원칙적으로 대러시아 수출을 할 수 없다. 상황허가 대상에 포함된 품목을 보면 건설중장비, 항공기 부품, 이차전지 등 군용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이에 러시아는 즉각 상응하는 조치를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의 새로운 제재는 한국이 ‘서방 집단’의 불법적인 반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러시아와 한국의 실질 협력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양국 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도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응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며 “이 조치가 반드시 대칭적이지는 않을 것이고 (한국이) 나중에 놀라지 않기를 바란다”고 엄중 경고했다.

이후 백씨가 전격 체포됐고, 지난 8일에서야 백씨와 외교부 영사면담이 이뤄졌다. 백씨가 FSB에 체포된 지 약 3개월 만에야 가까스로 한국 정부 측과 면담이 진행된 것이다. 영사면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3월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주러시아대사관에서 이도훈 대사가 현지 한인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선교사단체, 유학생 대표들을 초청해 교민안전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3월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주러시아대사관에서 이도훈 대사가 현지 한인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선교사단체, 유학생 대표들을 초청해 교민안전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한국에 대한 보복으로 ‘교민’을 건드렸다고 보고 있다.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교민 추방 등의 문제는 러시아가 한국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며 “국가 간 분쟁상태가 되면 가장 약한 고리를 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힘없는 국민이 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전 주 러시아 공사)도 지난달 13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러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처하면서 현지 교민은 모국인 한국의 대러 제재로 인해 많은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거기다가 러시아의 비우호국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외교 정책 기조를 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 교수는 한국이 지나치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도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며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서방을 의식, 의존해 러시아를 적대시했다. 외교 관계에 있어서 미숙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전적으로 한 쪽 편만 든 경향이 있다”면서 “그 결과로 인해 국익에 악영향을 끼쳤고 국민이 피해를 봤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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