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거나 완전히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없는 한 전 위원장의 파괴력은 극히 제한적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완승이고 국민의힘의 참패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패배다. 선거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 그대로 나왔다.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36% 정도 되는데 여기에 국회의원 의석수 300명을 곱하면 국민의힘이 확보한 의석수와 거의 일치한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정권 심판적 성격이 강한 선거 구도였다. 그래서 선거가 윤 대통령 심판론으로 흘러가면 백약이 무효였던 선거였다.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나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비상 시기’라는 점이다. 비상 시기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다. 결과적으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총력전을 펼치기에 손발이 다 묶여있는 상태였다. 만약에 한 전 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바로 임명하지 않고 총선이 끝나고 난 이후에 의사결정을 했더라면 총선 결과가 달랐을까.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이 논란의 발단이 된 그 회식에 가지 않았다면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되고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어떤 변화가 왔을까. 문제의 875원 대파를 윤 대통령이 마트에서 손에 들지 않았다면 ‘경기 침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솟구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중도층 유권자층은 정권 안정에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했을까.
윤 대통령 리더십과 맞서지 못한 韓의 한계
의대 정원을 둘러싼 갈등은 선거 후반부 집권여당이 반등하는 국면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의지대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려고 미리 두어 달 전에 의료계와 소통하는 노력을 파격적으로 전개했다면 의대 증원 문제가 악재가 아니라 호재가 되었을까.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선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지난번 총선보다 더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게시된 최종 성적표를 보면 지역구 총 254개 의석 중 민주당이 161석이고 국민의힘은 고작 90석에 그친다.
지역으로 내려가면 더 비참하다. 서울에 걸린 48개 의석 중에서 37개는 민주당 당선 지역이고 11개 지역만이 국민의힘이다. 경기도는 총 60개 의석 중에서 민주당이 거의 대부분인 53석을 석권하고 국민의힘은 겨우 6개 의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천신만고 끝에 당선되어 정치 입문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행운을 안았다. 대전은 모두 7개 지역구가 있는데 국민의힘이 단 한 석도 가져오지 못했다.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윤석열 심판론’이었다. 선거 후에 인사를 해도 될 내용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출국과 관련해 공수처와 갈등을 빚으며 지난해 수해 현장에서 숨진 해병대원의 사건을 재점화했다.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로 인해 한동훈 위원장 대 이재명 대표 간 대결 구도가 다시 ‘윤석열 심판론’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여기에 3월초 창당한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렇다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따지고 보면 국민의힘 당대표를 맡았던 다른 인물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며 제대로 자신의 소신조차 펼치지 못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그랬고 김기현 전 대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낼 적임자로 한 전 장관을 선택했다. ‘한동훈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여의도 정치권 문법이 아닌 5000만 국민 문법을 표방하면서 많은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계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과 맞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거나 완전히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없는 한 전 위원장의 파괴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실제로 3월 초순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의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 파동으로 국민의힘이 지지율 반사이익을 가져갔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종섭·황상무·물가·의대증원 이슈가 터지면서 그리고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지역구 몇몇 후보와 비례정당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동훈 후광 효과는 한풀 꺾여버렸다.
‘긍·부정’ 尹 33%·64%, 韓 31%·67% 엇비슷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어떻게 나타날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 캐치애니(CatchAny)로 총선 직후인 4월11~16일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국민’ ‘국무회의’ ‘정부’ ‘국회’ ‘총리’ ‘국민의힘’ ‘장관’ ‘이재명’ ‘정치’ ‘특검’ ‘민주당’ ‘청사’ ‘비서실장’ 등으로 나타났고,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국회’ ‘국민의힘’ ‘위원장’ ‘정치’ ‘비상대책위원장’ ‘국민’ ‘홍준표’ ‘특검’ ‘미국’ ‘조국’ ‘민주당’ ‘이재명’ ‘정부’ ‘윤석열’ 등으로 나왔다(그림①).
총선 결과에 따른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파악하기 위해 이번에는 같은 기간 동안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을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파악해 보았다. 먼저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참패’ ‘비판’ ‘패배’ ‘최선’ ‘압승’ ‘우려’ ‘기대’ ‘논란’ ‘진심’ ‘의혹’ ‘불통’ ‘갈등’ ‘위기’ ‘소통하다’ 등으로 나타났고,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참패’ ‘패배’ ‘비판’ ‘압승’ ‘최선’ ‘부족하다’ ‘비난하다’ ‘응원하다’ ‘실망하다’ ‘사랑’ ‘갈등’ ‘논란’ ‘위기’ 등으로 나왔다.
압승이라는 연관어는 범야권이 압승했다는 의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모두 부정적인 감성 연관어로 도배되어 있다.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 지지율에서 긍정보다 부정이 높은 결과가 빅데이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그 시점에 윤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정치적 매력이 발산되었지만 김건희 특검법과 공천을 둘러싼 마찰 그리고 이종섭 호주대사 건과 관련해 역시 윤 대통령과 크게 차별화되지 못하고 ‘윤석열 심판론’에 수렴되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 분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긍정 감성 비율은 33%, 부정 64%로 나왔고,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긍정 감성 비율은 31%, 부정 감성 비율은 67%로 나타났다(그림②). 말 그대로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심판이었고, 한 전 위원장도 그 준엄한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