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꺾으면 원희룡 ‘비상’…‘승리 공신’ 김부겸, 당권 등판할까
4·10 총선은 ‘잠룡’이라 불리는 여야의 유력 대권후보들의 정치적 공간도 결정지을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선거 결과에 따라 유력한 당권 주자로 떠오를 수 있는 잠룡이 많다. 4선 중진으로 2018년 여성 최초 보수당 원내대표를 맡은 바 있는 나경원 후보가 5선 고지에 오른다면 ‘당권 1순위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 취재에 따르면, 나 후보는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당권 도전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붙는 원희룡 후보가 ‘명룡대전’에서 승리해 원내에 진입한다면 여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당권 접수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된다. 안철수 후보가 이광재 민주당 후보를 꺾고 국회에 돌아온다면 그의 존재감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여권 잠룡 중 윤석열 대통령에게 견제구를 던지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 바로 안 후보다. 4선을 지낸 권영세 후보도 서울 용산에서 승리한다면 중진으로서 당정의 가교 역할 이상을 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당내 대표적 반윤(反윤석열)계로 평가받는 유승민 전 의원은 총선 승패에 따라 운신의 폭이 가장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몸을 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오 시장은 총선에서 여당이 지더라도, ‘이재명의 민주당’의 독주에는 좀 더 분명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탄핵론을 운운하거나 일방적인 개헌 등에 나선다면 확실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겠다는 의지다.
야권에서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부겸 민주당 선대위원장이 주목받고 있다. 공천 파동을 겪으며 이재명 대표와 갈등했던 임 전 실장은 반대급부도 얻었다. 정치 체급을 확 키운 것은 물론 친문·86그룹의 구심점으로서의 입지도 한층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총선 이후 임 전 실장이 민주당 내 비명(非이재명)계 세력을 규합해 당권에 도전한다면 판세는 알 수 없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김부겸 위원장도 총선 이후 당권 도전 등을 통해 당내 세력 확보와 활로 모색에 나설 전망이다. 공천 과정에서 이 대표와 묘한 갈등을 빚었던 김 위원장은 총선 막판 선대본부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와 어떤 관계 설정을 할지 주목된다.
김동연 경기지사를 주목하는 시선도 많다. 민주당은 물론 이재명 대표에게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김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도 한층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명계의 집중적인 견제 속에 끝내 낙마한 박용진 의원 또한 정치적 무게감이 한층 무거워졌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당내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