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힘은 4·3 학살의 후예”…한동훈 “범죄자와 싸우는 중”
정치권도 ‘막말 리스크’ 경고…“유권자 마음 아프게 해선 안 돼”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표들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제주 4·3 학살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라고 하고,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향해선 “나베(나경원·아베 합성어)”라고 조롱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출신”이라며 “뿌리 깊은 여성 혐오 정신을 가지신 분”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기 추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등을 겨냥해 국민의힘을 직격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4·3을 폄훼하고 있다”며 “4·3 학살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 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조수연 후보 등) 4·3 폄훼 인사에 대해선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 동작을에서도 나경원 후보를 향해 ‘나베’라고 언급하고 이번 총선을 ‘신(新) 한일전’에 비유하면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어 그는 경남 창원 유세 과정에서도 “국민들이 맡긴 세금과 권한으로 자기들 뱃속이나 채우고 가족들 범죄 은폐하고, 억울하게 죽은 채상병 사건 진상규명하는 것 못하게 막고 은폐하고 조작하다가 심지어 관련자를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해외에 도피나 시키지 않았나”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수위 높게 쏘아붙였다.
이에 한 위원장도 즉각 이 대표를 향해 맞대응에 나섰다. 그는 강원 춘천 유세 과정에서 이 대표의 국민의힘 직격 발언을 두고 “이 대표는 본인도 인정하다시피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출신이다. 이 대표 같은 분이야말로 제주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했지, 실제로 그 아픔을 보듬기 위해 행동한 것은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제주 주민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4·3과 관련해 직권 재심을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법원까지 확대하는 것이었다”며 “문재인 정권은 그걸 해주지 않았다. 제가 법무부 장관이 된 다음에 그걸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4·3을 이용하는 것과 실제로 직권 재심을 확대해서 실천하는 것, 어떤 게 역사를 제대로 보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의 ‘나베’ 발언에 대해서도 충북 충주 지원유세 도중 “(나베 발언에 대해)뿌리 깊은 여성 혐오 바탕 없이 그냥 나온 말 같냐”며 “뼛속까지 찬 여성 혐오를 가지고 어떻게 여러분에게 표를 달라고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이대생 성상납’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김준혁 후보 등을 겨냥해 “여성혐오를 일상화하고 권력 속에 심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로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을 맞은 한 위원장은 유권자에게 큰절을 하자는 당내 일각의 제안에 대해서도 “범죄자와 싸우는 데 왜 큰절을 하나”며 “서서 죽을 것”이라고 수위 높게 발언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8일 유세에서도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대표들의 ‘거칠어진 입’이 총선의 막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통화에서 “결국 중도층의 마음을 도망가게 하는 발언 등이 최근의 감성시대에선 중요하다”며 “총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유권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실수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일주일동안 여야가 민생과 관련해 얼마나 비전을 내세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