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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에 이어 배달 주문마저 급감…자영업자들 “이대로라면 올해 안에 폐업 불가피”

“반 토막 났어요. 원래 매출도 그리 좋진 않았는데, 요즘 같으면 그냥 알바 뛰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올해 안에 폐업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듭니다. 당시에는 코로나만 끝나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끝이 안 보이네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140만 명을 회원으로 둔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최근 올라온 글이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지난해 8월31일부터 4급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자영업자들 역시 숨통이 트이는가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고금리에 고물가, 여기에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 심화되면서 올 2분기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크게 감소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자영업자들이 6월20일 국회 앞에서 생계 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지났지만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장에서 식자재를 나르는 상인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든 자영업자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올 2분기 기준으로 가구주의 종사상 지위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인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537만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9.5%나 급감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343만원으로 16.2%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구의 소득에서 이자비용,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소득이다. 가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처분가능소득에서 물가 상승 영향을 뺀 수치다. 입법조사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특히 올해 들어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최대 6배가량 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위기가 닥쳤던 2020년 1분기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3%대(고용원 있는 자영업 가구 –3.2%, 고용원 없는 자영업 가구 –3.6%) 감소 폭을 기록했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자영업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1, 2분기 들어 회복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3분기부터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당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4분기에는 8.2%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 올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 폭은 1분기 10.0%, 2분기 19.5%를 기록했다.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는 높아진 인건비와 고금리가 한몫하고 있다. 특히 금리가 상승하면서 건물주의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임대료 상승 압박도 심해졌다. 여기에 전기료, 가스비, 재료비 등도 상승하면서 하루하루 버티기도 만만치 않다는 게 자영업자의 공통적인 하소연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달시장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배달앱을 휴대전화에서 삭제한 사람만 5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바일 통계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 3곳의 8월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3077만3972명이다. 지난 7월 3040만9523명과 비교하면 1.2%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3200만1139명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4%에 이른다. 10월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도 2949만630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75만4134명) 감소했다. 배달업계는 올해 배달앱 이용자 수가 줄어든 이유로 배달앱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외식 소비를 늘린 것이 주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경기 침체 장기화, 치솟은 배달비 등으로 인해 포장이나 가정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해 먹는 비율이 높아져 전체적인 이용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신림동에서 배달 아이템으로 1인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30년 넘은 노포 맛집, 저가형 20대 타깃 점포 등을 제외하고는 지난해보다 더 힘든 상황이다”면서 “다들 해외나 지방 관광지 등으로만 이동하고, 주머니가 얇아지다 보니 평일 매출이 줄어든 곳이 주변에 많다”고 설명했다. 공직자 청렴을 내세운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도 자영업자의 불만을 사는 요소다. 8월30일 추석을 맞아 시행령 개정이 국무회의에서 일부 이뤄졌다. 주요 골자는 선물의 품명과 범위다. 농수산물(가공품)의 경우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상향됐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 기간에는 30만원까지 금액이 인상됐다. 하지만 외식 자영업자에게 직접 타격을 주는 식사비는 그대로인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자영업자들이 6월20일 국회 앞에서 생계 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외식업중앙회 자영업자들이 6월20일 국회 앞에서 생계 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늦어지는 ‘김영란법 식사비’ 상향

현재 식사비는 3만원, 화환·조화는 10만원 등 기존 상한선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외식업 종사자를 포함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높은 이유다.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식사비도 현실화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3만원이면 술을 조금만 시켜도 훌쩍 넘어가는 비용”이라면서 “김영란법을 도입한 지 7~8년이 지났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물가는 천지차이임에도 전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영란법이 도입된 2016년 최저시급은 6030원이었다. 7년이 지난 2023년 최저시급은 9620원으로 59.5% 올랐다. 내년 최저시급은 9860원으로 1만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식자재 비용과 주류 가격이 오르면서 매장의 상품 가격도 소폭 상승했다. 정부가 이런 현실을 감안해 김영란법의 식사 한도액도 상향 조정해 달라는 게 자영업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법의 기본인 보편타당성과 합리성에 배치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차별이라는 게 이유다. 그래서일까. 이 식사비 조정안이 최근 다시 꿈틀거리고 있기는 하다. 김영란법 주무 행정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식사비 한도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 등 현장 의견과 물가 상황, 국민 법감정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시간과 여건 등을 비춰봤을 때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수정 의지를 밝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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