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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신곡 《Do or Die》 주요 음원 플랫폼에 고공행진 중…‘임영웅 현상’의 확장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
‘팬덤’ 위주로 재편된 국내 음악 산업
그럼에도 일말의 아쉬움은 남는다. 조금 더 폭넓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조용필이나 신승훈 같은 국민가수까지는 어렵더라도 또 다른 ‘대형 가수’의 등장을 목격하는 것은 이젠 불가능한 것일까. 그 같은 이유로 필자는 몇 년째 임영웅이라는 아티스트를 주목하고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취향을 떠난 평론가로서의 관찰자적 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임영웅 현상의 확장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질문인 것이다. 임영웅은 분명 ‘트롯’ 예능이 낳은 가수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굳이 트로트라는 장르의 이름 대신 ‘트롯’이라는 별칭을 쓴 것은 임영웅이라는 스타 탄생의 무대가 TV ‘트롯’ 예능이었을 뿐 그의 본질이 트로트라는 ‘장르’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임영웅은 그 누구 못지않은 트로트 장르의 소화력을 갖춘 가수다. 그것은 이미 예능을 통해, 그리고 그의 첫 솔로 앨범 속 《사랑역》이나 《보금자리》 같은 맛깔스러운 트로트 넘버들로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장르를 떠나 이미 슈퍼스타덤에 오른 임영웅이지만, 그가 전문 트로트 가수로 나서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그 파괴력은 적어도 상업적인 면에서 역대 그 어느 트로트 레전드들 못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임영웅은 그 뻔한 길을 가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트로트라는 장르에 무관심하거나 존중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그의 정체성이 장르 아티스트에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늘 도망가》부터 시작해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지나 《모래 알갱이》까지, 그를 대표하는 히트곡 중에는 오히려 서정적인 성인 취향의 발라드 곡이 더 많았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첫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인 《다시 만날 수 있을까》인데, 고급스럽고 우아한 편곡을 내세운, 임영웅으로서는 가장 큰 도전이었던 곡이다. 이 곡을 통해 그가 갖고 있던 ‘트롯’ 예능 출신의 스타라는 이미지도 많이 희석됐다.‘트롯 예능 출신의 스타’는 이제 옛말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전방위적 행보는 《모래 알갱이》와 《London Boy》로도 이어졌다. 이 곡들에서는 아예 그간 작업하지 않았던 K팝 전문 작곡팀들과 ‘송 캠프’ 스타일의 협업을 통해 록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는 동시에 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이쯤 되면 여타 K팝 싱어송라이터들과 유사한 행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나름의 차별성은 분명했다. 그것은 그가 다른 트렌디한 K팝 아티스트들보다 훨씬 많은 성인 취향의 성숙미를 음악에서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가 발표한 곡들의 사운드에서도 정확하게 나타난다. 대개의 트렌디한 팝이나 장르 음악들은 그 편곡의 형식미나 시그니처 스타일을 강조하기 위해 사운드를 강조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임영웅의 곡들은 사운드가 대단히 매끄럽고 무난하게 다듬어져 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그가 추구하고 있는 음악 스타일이 분명 성인 취향의 현대적인 팝, 영어로는 ‘어덜트 컨템포러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 같은 선택에는 그가 겨냥하고 있는 타깃 청자들의 연령대가 중요한 고려 대상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임영웅의 팬들은 기본적으로 장르 음악의 팬들이 아니며, 자극적인 K팝 아이돌 스타일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임영웅의 따뜻하면서도 감성적인 목소리와 그의 인간적인 매력인데,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데서 지나치게 장르적인 편곡 기교나 도드라진 사운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중장년층이 새로운 ‘음악 대중’으로 떠올라
임영웅의 다양하지만 일관적인 ‘어덜트 컨템포러리’적 음악 성향은 놀랍게도 EDM을 표방한 파격적인 신곡 《Do or Die》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임영웅과 전자음악, 장르적으로 언뜻 와닿지 않지만 굳이 연결 짓지 못할 이유는 없다. 임영웅이 즐겨 부르는 트로트 역시 현대적인 맥락에서는 엄연히 전자음악 사운드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곡이 갖고 있는 경쾌한 EDM의 박동감은 개인적인 감상용보다는 큰 아레나나 스타디움 관람에 어울리는 종류의 것으로, 언뜻 생각해 봐도 큰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임영웅의 콘서트형 자아와 잘 어울리는 선택이다. 많은 이가 이 곡이 가진 EDM이라는 장르의 정체성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그것은 어떤 의미로 하나의 유쾌한 ‘속임수’에 가까운 것인지 모른다. 모르긴 몰라도 임영웅이 이 곡을 작업하면서 장르 음악으로서의 EDM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임영웅 입장에서 장르란 본격적인 예술적 탐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대중에게 혹은 팬들에게 본인의 음악적 스타일을 다양하게 선보이려는 하나의 방편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미 그는 트로트, 포크, 팝, 발라드, 심지어 록 음악의 장르를 빌려 이 같은 의도를 지속적으로 드러낸 바 있고, 결국 《Do or Die》는 다른 듯 유사한 또 하나의 임영웅표 노래가 된다. 앞서 나는 ‘국민가수’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의 대형 가수 임영웅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한 바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종합해 보건대, 임영웅의 접근방식은 매우 일관적이며 명료하다. 그는 50대를 주축으로 한 중장년층의 탄탄한 팬덤을 중심으로 그 핵심 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취향의 범위 내에서 나름의 변화와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8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즐기는 가수’라는 표현도 있을 정도로 그의 팬층은 현재 그 어떤 제도권 가수를 통틀어도 가장 넓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임영웅의 음악이 가진 성향과 그것이 선보여지는 방식은 철저히 중장년층을 겨냥하는 행보로 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낮추어 볼 필요가 있을까? 어떤 의미로 그것 역시 새로운 음악적 실험이자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다. 대중음악의 역사가 전통적으로 10대들의 취향에 복무해온 방식으로 진화해 오는 와중에 트렌디한 음악 대중에서 소외돼온 중장년층은 이제 임영웅이라는 새로운 대형 스타를 통해 발라드, 트로트, 록 심지어 EDM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음악 대중’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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