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또는 행정관료]
일반국민 지목률은 57.2%로 상승…‘소통령’ 한동훈 2위로 부상
지난 해 2위 이준석,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
시사저널-한국갤럽, 전문가·일반국민 1000명 설문조사…‘시대의 희망·요구·과제’ 상징하는 ‘대한민국 권력 지도’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2023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찾아낼 수 있다. 마침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가장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4년째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 공고해진 윤석열-이재명 구도
올해 실시된 시사저널의 ‘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아직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이 대표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이 대표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또는 행정관료’(현직 대통령은 제외) 조사에서 지목률 39.2%로 선두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다. 올해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전문가 조사보다 일반국민 조사에서 이 대표 지목률이 훨씬 더 높다는 점이다.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대표는 57.2%를 얻으며 1위에 올랐다. 전문가 지목률(39.2%)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높고, 지난해 일반국민 지목률(41.0%)보다도 15%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지만 오히려 영향력은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전체 영향력 조사에서도 전문가(25.4%), 일반국민(34.4%) 모두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지난해보다 순위와 지목률에서 상승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지난해 대선 정국부터 지금의 정국을 사실상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두 사람이 주도하면서, 그 밖의 리더십은 거의 보이지 않는 인물 부재 현상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8월 영장 청구설’이 현실화할 경우 체포동의안 결과와 상관없이 이 대표에게는 또 한 차례의 위기가 찾아올 전망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 당내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야심 차게 출범시킨 혁신위원회마저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당내에선 이 대표 체제가 12월에 흔들릴 수 있다는 ‘초겨울 위기설’까지 돌고 있다. 이에 더해 돈봉투 의혹에 연루됐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까지 최근 속속 공개되면서 당내 악재가 겹치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현재 민주당이 처한 위기를 돌파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그에 앞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 비명계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또는 행정관료 조사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2위로 부상했다. 전문가 27.0%, 일반국민 43.4% 지목률을 얻었다. 윤석열 정부의 행정관료 중에서는 가장 높은 지목률이다. 전문가 지목률 11.4%로 3위에 오른 한덕수 국무총리보다도 앞서면서 명실상부 ‘실세 장관’임을 입증했다. 한 장관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좌상민 우동훈’이라 불릴 정도로 윤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고, 범보수진영 차기 지도자를 묻는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으로 선두에 있다. 인지도와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여권에서 내년 총선 ‘한동훈 차출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야당과 강경 대치를 이어가며 체급을 키운 한 장관이 수도권에 출마해 총선의 전면 나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300명 중 한 명이 되면 체급이 떨어지니 바로 대권 도전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윤핵관’ 권성동·장제원은 10위권 밖으로
3위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차지했다. 전문가 조사에서 11.4%, 일반국민 조사에서 16.4%의 지목률을 기록했다. 한 총리는 지난해 5월 ‘1기 내각’의 컨트롤타워로 임명돼 이태원 참사와 수해, 잼버리 사태를 수습했다. 4위부터는 전문가와 일반국민의 시각이 조금씩 갈렸다. 전문가 조사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목률 9.8%로 4위로 꼽힌 반면 일반국민 조사에서는 4위에 홍준표 대구시장(12.8%)이 올랐고 김 대표(5위·11.6%)는 그다음이었다. 당대표 당선 초기부터 제기된 낮은 인지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홍 시장은 ‘수해 골프’ 사건으로 내년 총선 이후까지 당원권이 정지되는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았음에도 존재감이 여전하다. 그는 징계 결정에 “모두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에 나까지 내치고도 총선이 괜찮겠나”라고 당을 겨냥해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 내부에서도 수위 높은 징계로 오히려 홍 시장의 존재감만 키워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 조사에서는 5위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7.6%), 6위에 추경호 경제부총리(5.8%), 7위에 이낙연 전 총리(5.6%)가 각각 올랐다. 일반국민은 6위로 문재인 전 대통령(9.0%), 7위로 이낙연 전 총리(8.0%)를 지목했다.
‘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지난해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3일부터 7월21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면접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 ‘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특집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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