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인]
언론계선 손석희, 법조계선 한동훈, 방송문화계선 유시민·유재석 두드러져
시사저널-한국갤럽, 전문가·일반국민 1000명 설문조사…‘시대의 희망·요구·과제’ 상징하는 ‘대한민국 권력 지도’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2023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찾아낼 수 있다. 마침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가장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4년째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국민 조사에서 손석희·한동훈 1·2위
손석희 순회특파원의 위상은 그동안 단단했다. 시사저널의 ‘영향력 있는 언론인’에서 2004년부터 17년째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조사에서는 언론인 분야에서 지목률 85.2%를 받는, 압도적 표를 가져갔다. 그도 그럴 것이, 손 순회특파원에게는 ‘영원한 앵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MBC의 간판 프로그램 《시선집중》 《백분토론》부터 JTBC 뉴스 프로그램 《뉴스룸》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대중적 인지도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가 JTBC 앵커직에서 물러난 2020년에도 언론인 조사에서의 지목률은 52.9%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언론인, 법조인, 시민단체, 종교인 등을 통합해 ‘사회인’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손석희 순회특파원은 일반국민 조사에서는 16.0%로 1위를 유지했으나, 전문가 조사에서는 12.0%를 기록하며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18.0%)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손 순회특파원의 지목률은 일반국민 조사에서 전년 대비 6.4%포인트 오른 22.4%를 기록했다. 전문가 조사에서는 5.8%로 3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전문가 조사 결과보다 6.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주목할 점은 일반국민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지목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한 장관은 일반국민 조사 결과 지난해 5위(8.6%)에서 올해 2위(14.2%)로 올라섰다.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기록한 전문가 조사와는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한 장관의 대중적 인지도가 올라간 점이 지목률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민생범죄와 관련한 한 장관의 행동과 발언은 연일 주목받았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토요일인 7월22일 예고 없이 찾은 것이 대표적이다. ‘서현역 칼부림 사건’ ‘대전 교사 피습’ 등 연일 벌어진 강력범죄와 관련해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장관은 8월7일 대검찰청에 폭력사범 검거 과정에서 정당방위를 적극 적용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이 저항하는 흉악범을 제압할 때 물리력 사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한 장관은 마약·폭력조직 범죄 등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동시에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향해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문가 조사에서 한동훈 장관과 이재명 대표가 지목률 5.0%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한 장관은 지난해 조사에서 지목률 5.6%로 5위를 기록했다.전문가 조사에선 유시민·유재석이 1·2위
지난해 전문가 조사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하락세는 올해 확연했다. 오은영 의사는 올해 전문가 조사에서 지목률 2.8%를 기록하며 12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18.0%의 지목률을 받은 것과 대비됐다. 반면 오 의사는 일반국민 조사에서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와 동일한 14.0%의 지목을 받아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일반국민 조사(4위, 9.4%)보다 상승한 결과다. 활발한 방송활동을 통한 대중적 인지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국종 교수는 지난해 일반국민 조사에서 2위(15.6%)를, 전문가 조사에서는 4위(7.6%)를 기록했다. 올해 전문가 조사에서는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지목률 3.0%를 받아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 조사 결과 10.0% 이상의 지목률을 받은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일반국민 조사 결과와의 차이다. 전문가 조사 1위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낸 유시민 작가가 차지했는데, 지목률은 8.8%에 불과했다. 지난해 1위를 기록한 오은영 의사 지목률(18.0%)과 대비됐다. 유 작가는 지난해 전문가 조사에서 3위(9.0%), 일반국민 조사 6위(7.4%)를 기록했다. 올해 조사 결과는 이러한 수치와 큰 폭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재단 이사장(2018~21)을 끝으로 주요직을 맡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 등 굵직한 직함이 있었지만, 현재 그의 직업은 작가다. 달필로 알려진 유 작가는 《유럽도시기행2》 등을 출간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노무현재단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도서 관련 코너에 출연하고 있다. 유 작가는 직업 정치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유 작가의 이름이 여전히 오르내린다. 명실상부 ‘국민MC’로 통하는 방송인 유재석(6.0%)은 전문가 조사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재석은 지난해 전문가 조사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반면, 일반국민 조사(14.2%)에서 3위를 차지했다. 유 작가와 방송인 유재석은 올해 일반국민 조사에서 각각 11.6%, 10.4%의 지목을 받았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이끌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일반국민 조사에서 5.6%(7위), 전문가 조사에서 3.8%(공동 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일반국민 5.4%(공동 10위), 전문가 5.4%(6위)로 집계됐다. 전문가-일반국민 조사 분리 전인 2021년, 김 총수는 ‘언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에서 2위를 기록했다. 손 전 사장 다음으로 가장 높은 지목률 22.0%를 얻었다. 종교인 중에서는 염수정 추기경(9위, 3.2%)이 전문가 조사에서 순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시사저널은 2021년까지는 전문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했으나, 2022년부터는 전문가(500명)와 일반국민(500명)으로 나눠 조사하기 시작했다.‘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지난해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3일부터 7월21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면접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 ‘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특집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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