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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부터 원윳값 ℓ당 88원↑…유업체 인상 대기
우유 관련 물가 10~30% 상승…대체재 멸균우유 수입↑
2026년 유제품 관세 철폐되면 가격 경쟁력 열위 전망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진열된 우유 ⓒ연합뉴스
올해 원윳값 협상이 88원 인상으로 타결됨에 따라 흰 우유 1ℓ가 처음으로 3000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산우유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낙농가와 유업체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특히 2026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제품 완전 개방이 이뤄지면 국내 우유업계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흰 우유와 발효유 등 신선 유제품에 사용하는 음용유용 원유 기본가격이 ℓ당 88원 오른다. 치즈와 연유,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은 87원 오른다. 이는 지난 27일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인상에 합의한 결과다. 지난해의 경우 원유값이 ℓ당 49원 오르자 유업체들은 흰 우유 제품가를 10% 정도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흰 우유(1ℓ)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2800원대로 올랐고, 매일유업의 900㎖짜리 흰우유 가격은 2610→2860원으로 9.6% 인상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인상폭(88원)이 큰 탓에 주요 유업체들이 책정하는 흰우유 소비자가격이 처음으로 3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정부는 유업계를 만나 과도한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28일 유업계와 간담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 가격 인상이 과도한 흰 우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유업체에 지원 확대까지 언급하며 인상을 최소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정부가 가격 안정에 안간힘인 이유는 우유의 물가상승률이 전체 상승률을 훨씬 웃돌고 있어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6.57(2020=100)로 전년보다 9% 상승했다. 이에 우유를 원재료로 하는 치즈, 아이스크림, 빵 등의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치즈의 물가상승률은 35.9%에 달했다. 지난달에도 22.3%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이스크림 역시 지난 2월 13.6%가 오르는 등 이른바 밀크플레이션 영향이 거센 상황이다. 이번 원윳값 상승으로 또 우유가격이 오르면 다른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밀크플레이션 역시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매일유업의 치즈 제품들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매일유업의 치즈 제품들 ⓒ연합뉴스

3년 만에 3배 넘게 늘어난 멸균우유…관세 없어지면 더 늘어난다 

국내 우유 가격이 치솟다 보니 소비자들도 점차 수입산 멸균우유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멸균우유 수입액은 1531만 달러(약 19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48만 달러 대비 46.1% 늘었다. 수입 중량은 1만837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4675t)보다 25.2% 증가했다. 연도별로 봐도 확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에는 1만484t이던 멸균우유 수입중량은 2022년에는 3만1461t으로 3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멸균우유는 고온에서 가열해 유익균까지 제거하지만 이외 영양성분은 일반우유와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일반 우유는 유통 기간이 최대 10일로 짧은 반면, 멸균우유는 보관기간이 1~2년으로 길어 얼마든지 수입 유통이 가능하다. 아울러 가격도 일반 우유의 절반 수준이다. 전체 수입 물량의 75%를 차지하는 폴란드산 멸균우유는 ℓ당 가격대가 1500~1700원대 수준으로 국내 일반 우유(2900원대)보다 1000원 넘게 저렴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2023’ 보고서에 따르면, 멸균우유 구매 이유로 ‘보관이 간편해서’라는 응답이 30.7%로 가장 많았으며, ‘가격이 저렴해서(29.7%)’, ‘궁금해서(15.6%)’ 순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우유값 부담이 큰 카페 등 자영업자들의 멸균우유 선호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낙농가와 유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FTA에 따라 2026년 1월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산 유제품(우유와 크림) 관세는 폐지되기 때문이다. 올해 EU산과 미국산에 적용되는 유제품 관세는 각각 7.2%, 9.0%이지만 2년여 후에는 0%가 된다. 수입 멸균우유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국내 원유 생산량은 감소하는 반면, 유제품 수입량은 관세율 인하 및 무관세 할당량 증가, 소비자 선호 다양화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낙농가의 고민인 사룟값 안정과 함께 유업계의 유통마진 절감 등의 노력이 없다면 신선도 등의 품질 경쟁력만 내세워서는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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