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업계가 ENA 주목하는 이유
《마당집》 《행복배틀》 호평으로 ‘장르물 맛집’ 평가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를 선보이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채널 ENA가 부진을 이겨내고 다시 콘텐츠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NA는 KT그룹의 미디어 방송사 스카이TV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최근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과 《행복배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다시 상승세를 탔다. 최근엔 ‘장르물 맛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도 출항시켰다.
지난해 KT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하고 ENA에서 방영한 《우영우》는 첫 회 가구 시청률 0.9%로 시작해 마지막 회 시청률 17.5%를 기록했다.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 정상까지 점령하면서 ‘우영우 현상’까지 만들어냈다. 이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대중에게 생소했던 ENA라는 채널도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우영우》의 성공은 스카이TV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높이겠다고 결심한 배경이 됐다.
그러나 《우영우》의 후속작이었던 《굿잡》이나 《얼어 죽을 연애 따위》 등의 시청률은 2~3%대에 그쳤다.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는 콘텐츠의 성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워낙 성공작이었던 《우영우》의 성취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이후 방송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사장님을 잠금 해제》 역시 시청률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리지 못했다. 여운혁, 장혁재, 김태호 등 스타 PD들과 함께 ENA 예능 프로그램의 확장도 꾀했지만, 채널을 부각시키는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다.
올해 5월 KT그룹 미디어데이에서 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대표는 ‘포스트 《우영우》’가 보이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우영우》 같은 작품은 신생 스튜디오가 아니라 대형 스튜디오에서도 3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작품”이라며 “매 작품이 포스트 《우영우》가 될 것이라 믿진 않지만, 현재 제작 중인 작품이 포스트 《우영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최근이다. ENA가 김태희와 임지연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과 SNS를 통해 보이는 행복에 집착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그린 《행복배틀》의 방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다. 《마당이 있는 집》은 배우들의 호연과 드라마에서 흔치 않은 촬영 구도, 공들인 연출로 ‘영화 같은 드라마’라는 평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행복배틀》은 SNS의 파급력과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 현실적인 시대상을 반영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작품 모두 넷플릭스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그동안 부진을 겪었던 ENA에 의미 있는 성과를 안겼다.
두 작품이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화제성을 견인한 덕분에 ENA는 ‘장르 맛집’으로 평가됐다. 그 뒤를 이어 지난 26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는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다.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던 형사가 가족의 감춰진 비밀과 욕망을 마주하게 되는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MBN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던 드라마 《우아한가》의 한철수 PD와 권민수 작가가 재회해 기대치를 높였다. ENA는 호평을 받았던 두 장르물에 이어 새로운 장르물로 채널의 존재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내달에는 글로벌 제작사와 합작한 다큐멘터리 《하늘에서 본 미래》를 선보이면서 장르적 확장을 꾀한다.
“1~2년 내 탑티어 제작사로 격상 가능”
올해 상반기 한국 드라마 편성 편수는 20% 감소한 49편을 기록했다. 콘텐츠 시장이 위축됐음에도 ENA는 상반기에 7편의 드라마를 편성했는데, 이로 인해 tvN 다음으로 큰 드라마 채널로 격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NA는 올해 전년 대비 6편이 증가한 14편의 드라마를 편성할 계획으로, 전체 시장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안재욱과 최수영 주연의 《남남》이 방영을 시작했고, 신하균 주연의 드라마 《악인전기》의 촬영도 진행되고 있다. 윤계상이 주연을 맡고 에이스토리가 제작하는 스릴러 드라마 《유괴의 날》은 오는 9월13일 첫 방송될 예정이다. 4분기에는 장기 흥행 지식재산권(IP)이자 ENA 채널의 존재감을 먼저 알린 예능 프로그램인 《강철부대》 시즌3 방영이 예정돼있어 채널의 매출 증가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드라마 시장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ENA 채널에 콘텐츠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ENA는 공격적인 드라마 슬롯 확대·오리지널 예능 강화로 《우영우》 이후 주요 채널로 격상 중”이라며 “KT그룹의 자본력으로 화력 지원이 계속된다면 1~2년 이내 탑티어 제작사로의 격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