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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62.4% “취업 대신 창업 고민한 적 있다”
인스턴트식보다 일본의 도제식 전수창업이 바람직해

요즘 청년세대들의 로망을 표현하는 키워드가 있다. ‘파이어(FIRE)족’이다. 파이어족이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의 첫글자인 ‘FI’와 조기은퇴(Retire Early)를 뜻하는 ‘RE’의 합성어다. 청년세대들이 꿈꾸는 파이어족은 현실적인 시장 가치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구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특히 창업시장을 통해 파이어족을 꿈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청년세대들이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유는 뭘까.

대학교 4년을 졸업해도 미래 걱정 없는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갖기란 바늘구멍과 같다. 열심히 공부해 정부나 지자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하더라도 당장 삶의 질이 나아지지도 않는다. 서울시 9급 1호봉 공무원 실수령액은 168만원, 7급 1호봉의 월 실수령액은 175만원 수준이다. 현장에서 만나본 청년세대 공무원들은 퇴직하고 파이어족을 꿈꾸면서 새로운 창업을 모색하고 싶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월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린 제21회 제일 창업박람회 in 서울에서 참관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 만나는 청년세대의 현주소

최근 청년 창업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알바천국이 대학생 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업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2.4%가 ‘취업 대신 창업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창업을 고민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전공, 취미 등 내 관심사와 맞는 일을 하고 싶어서(46.4%)’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어서(43.3%)’ ‘직장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서(34.8%)’라고 복수 응답했다. 즉,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 아이디어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획일적 직장생활보다 창업을 통해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을 가진 청년세대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상권 현장에 나가 보면 창업시장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는 청년세대를 자주 만나게 된다. 청년 창업의 유형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골목상권에서 작은 가게를 열어 창업을 실행한 점포형 창업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디어 창업이나 기술형 창업을 실행하고 있는 오피스 형태의 청년 창업자들이다. 업종별로는 외식업, 판매업, 서비스업 창업으로 나눠져 있다.

문제는 비교적 문턱이 낮은 외식업 창업시장에서는 청년 창업자의 성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청년세대들이 가장 많이 노크하는 외식업 시장 중 하나는 카페 창업이다. 투자금액 1억원 내외로 카페 창업을 실행할 경우 독립형 카페로 오픈할 수밖에 없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프랜차이즈 10평 카페를 창업할 경우 총 창업 비용은 2억원에 달한다. 점포 구입비를 제외한 시설투자 비용만도 1억원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청년세대들의 카페 창업 콘셉트는 독립점 형태의 작은 카페로 쏠릴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사실은 한 달 매출액은 500만원 내외. 내 손에 쥐는 월 순이익은 100만원도 안 되는 독립형 카페가 많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청년 창업자들은 배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00% 배달 형태의 음식점 창업은 투자 비용도 작게는 3000만~5000만원, 일반상권에 들어가더라도 1억원 이내의 창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가 끝나면서 배달 100%로 운영하는 음식점은 곤두박질한 상태다. 특히 청년 창업자가 많이 뛰어들었던 공유주방 업체들의 경우 도산도 늘어난 상황이다.

청년 창업자일수록 빠른 창업보다는 느린 창업을 실행해야 한다. 빠르게 오픈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만 쳐다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한 달이면 수백 개 이상 생겨나는 얄팍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보다는 골목상권에서 오랫동안 사업성이 검증된 전수창업 아이템을 살펴야 한다고 필자는 그동안 줄곧 주장해 왔다. 특히 청년 창업자들이라면 사업성이 검증된 상권 내 점포를 선택하고, 그곳에서 성공 창업자의 노하우와 패러다임까지 전수받아 창업하는 전수창업이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투자 비용을 줄이고,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일본의 이자카야 주점 사장인 우노다카시의 저서 《장사의 신》은 국내에서 200쇄를 찍은 베스트셀러 창업서적이다. 우노다카시의 이자카야 매장에서 일하던 청년들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직원 경험을 바탕으로 우노다카시 사장의 속칭 ‘아들점포’를 오픈한다. 일본의 도제식 창업의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도제식 창업은 전수창업 형태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지 기술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모(母)점포’를 어떻게 찾고, 프랜차이즈 못지않은 브랜드 경쟁력, 마케팅 경쟁력까지 확보해 제대로 오픈하는 게 관건이다. 

청년세대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외식업만 쳐다볼 필요는 없다. 최근 경기도 안산 상권에서 만난 한 청년은 정육점 창업을 통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육점을 시작으로 정육식당 사업까지 확장했다. 정육점 아이템은 점포창업 시장에서도 기술형에 가깝다. 소나 돼지의 뼈와 살을 분리하는 ‘발골’ 기술을 제대로 습득하려면 최소한 1년 이상, 길게는 3년 정도의 업계 경험을 갖춘 후에 창업하는 아이템이 정육점이다.

 

전수창업과 청년 창업의 차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살아남은 청년 창업자들도 있다. ㈜만만한 녀석들 장철호 대표(38세)는 31세에 부산에서 처음 창업을 했다. 현재 주력 아이템은 ‘테이블 타임즈’와 쉐어하우스 사업이다. 연간 매출액 20억원을 올리는 견실한 법인 대표로 성장했다. 플리마켓 등의 행사장용 테이블을 제작하고 렌털하면서 전국 지사망까지 갖추고 있다. 한 가지 사업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동시패션 아이템으로 ‘쉐어하우스’ 사업까지 운영한다.

이렇듯 청년 창업자로서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창업의 성공 사례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개인적으로 청년 창업은 정부에서 과도하게 권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설문조사에서 보았듯 미래 가치를 위해 꼭 필요한 청년들만 뛰어들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절실한 청년들에게 그들의 재능을 바탕으로 창업자 역량을 높이는 창업교육 및 인큐베이팅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고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전통시장 청년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무작정 빠르게 청년 창업을 독려하거나 권장하면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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