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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효성 등 잇달아 베트남行
향후 중국 대체할 글로벌 생산기지로 급부상
인건비 낮고 인력 수준 높은 게 장점
6월23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양국 기업인 600여 명이 총출동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지정학적 차원에서 한국 기업은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정치·안보적 외풍에서 자유로운 베트남은 효율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적의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역시 보반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베트남의 친기업적 환경으로 인해 향후 양국 경제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국 기업들이 경제협력을 든든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글로벌 정세와 무관하지 않다. 원료 공급망 및 생산기지 다변화와 관련해 중국 의존도를 낮춰가야 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이 적합한 곳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아태협력팀장은 “미·중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중국 투자에 대한 리스크 다변화 차원에서 베트남이 떠오르고 있다”며 “베트남도 공산국가지만 경제 발전을 위한 개방에 있어선 상당히 적극적이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인구는 약 1억 명으로 중국의 10분의 1도 안 되지만 평균연령이 32세에 불과해 향후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국가로 평가받는다. 인건비도 중국보다 낮아 향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 중 한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베트남에서 한류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화장품 업계의 경우 한류 인기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 베트남으로의 화장품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중국과 일본에서 각각 25.7%, 5.3%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베트남 인구 구성에서 젊은 층이 주축임을 감안하면 향후 화장품 업계에 중요한 먹거리 시장으로 부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CGV의 경우 국내에선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한창이지만, 베트남에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CGV는 베트남에서 영화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전부터 베트남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한국은 베트남 해외직접투자(FDI) 1위 국가다. 베트남에 공을 들이는 가장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탄콩(Thanh Cong)그룹과 베트남 닌빈성에 생산합작법인 ‘HTMV’을 세운 후, 2년 만인 2019년 도요타를 제치고 판매 1위에 등극했다. 올해도 5월 기준 2만2903대의 차를 팔아 도요타를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랐고 기아 역시 1만3951대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은 경제성장률이 높고 젊은 층 인구가 많아 완성차 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현대차는 이 기세를 몰아 베트남 시장에서의 1위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2021년 판매합작법인(HTV)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HTMV 2공장을 준공한 현대차는 7월부터 전기차 아이오닉5를 본격적으로 현지 생산하며 베트남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6월23일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베트남 최고 대학으로 평가받는 하노이 국립대학교의 꾸언(Le Quan) 총장을 만나 우수인재 육성 및 채용 등 향후 산학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베트남 사랑 역시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베트남에 삼성 R&D센터를 세웠는데, 이는 글로벌 기업이 베트남에 세운 최초의 대규모 종합연구소다. 이미 전 세계 스마트폰의 50%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을 만큼 베트남을 중요한 생산기지로 여기고 있고, 1년에 두 차례 공채를 진행하기도 한다. 6월23일 이 회장은 베트남 방문 일정 중 생일을 맞았는데 베트남 측에서 케이크를 준비해 주고, 만찬을 주재한 보반트엉 국가주석과 판티타잉떰 여사가 축하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방산·희토류 조달 협력도 가시화
조현준 효성 회장은 베트남이 포스트 차이나의 글로벌 제조 생산기지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베트남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효성은 베트남 법인 설립 후 지금까지 35억 달러를 투자해 8개 현지법인을 운영 중인데, 투자 규모에서 베트남 투자 한국 기업 중 세 번째로 꼽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생산인력 수준이 높고 인건비가 낮아 국내 기업들이 속속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며 “다만 여전히 글로벌 IT 기업들의 생산시설이 중국에 있는 만큼, 반도체와 관련해 중국을 대체할 시장이 될 것이란 분석은 아직은 이르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에 불모지처럼 여겨졌던 방산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베트남이 중국, 러시아에 대한 방산 의존도를 낮추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기업들의 수출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베트남 방문 중 윤 대통령은 양국 간 안보 및 방위산업 협력 강화를 강조했는데, 트엉 베트남 주석이 노후화된 군용 헬기 교체 작업 등을 한국 기업과 추진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전략물자인 희토류 조달과 관련해서도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희토류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생산에 필요한 희귀 금속인데 베트남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매장량을 자랑한다. 일각에선 이번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것을 놓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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