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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현장 경험으로 죽비 꺼내든 《분리수거부터 인공위성까지》

지난해 말 우리나라 공무원 정원 숫자는 117만 명가량이다. 이들은 대한민국호의 뼈대가 되어 나라를 움직인다. 일반적인 대국민 서비스 담당자부터, 항공우주 분야를 리드하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철밥통이라는 비칭부터 상대적으로 연금을 많이 수령하는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현장은 녹록지 않다. 부러움의 대상인 연금은 축소되고, 젊은 공무원들이 스스로 사표를 내는 의원면직을 신청하는 모습을 봐야 한다. 6월 공직생활을 떠나는 전북도청 김용만 실장의 책 《분리수거부터 인공위성까지》는 공직자들이 지금 자신의 위치를 볼 수 있는 나침반이자, 자존감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가이드북 역할을 한다. 독자들의 첫 느낌은 생각보다 독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앞부분에서 30여 년간의 공직사회에서 만났던 언론인, 의원, 시민단체, 환경단체 등에 과감하게 죽비를 내려친다. 시작부터 도청 앞에서 시위하는 각종 단체에 대한 고언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3장부터는 지방 정치의 가치를 중심으로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이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특히 평생교육 전환을 통해 지방대학이 지방과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은 눈에 들어온다.
분리수거부터 인공위성까지│김용만 지음│온하루출판사│259쪽│1만6500원
분리수거부터 인공위성까지│김용만 지음│온하루출판사│259쪽│1만6500원

“건전한 공직 문화가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의 초석”

책 전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무원이 자존감을 갖고 일에 임하라는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을 옹호하고 응원하는 글은 위험하다. 공무원 사회는 우리 사회를 지키는 중요한 버팀목이다. 그들이 자존감을 잃으면 이 사회가 무기력해지고, 그들이 부패하면 이 사회는 썩는다. 공무원들이 자존감을 잃는 이유는 다양하다. 생각보다 박한 임금, 갈수록 축소되는 연금, 권위적인 상하관계, 상식 밖의 민원인, 지방의회나 언론의 무리한 요구들도 있다. 공직사회가 가진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도 아니고, 알렉산더의 매듭처럼 일도양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건강한 공무원과 건전한 공직 문화가 국민의 행복과 국가 발전의 초석이라고 생각하기에 비판을 무릅쓰고 저자는 말한다. 공무원도 우리 이웃이다. 위기의 지방자치가 결코 사라져서도 안 되고,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의견을 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는 공무원은 국민의 이웃이고 동료이자 기본권을 가진 또 다른 국민이라고, 공무원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역설한다. 지금까지 공직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책은 많았다. 하지만 직업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아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가장 좋은 교과서이자, 지침서가 될 수 있다. 또 현재 다양한 갈등에 직면한 공무원들에게 위로가 돼주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7장부터 자신이 경험했던 시장권한대행 부시장의 경험을 상당히 소개한다. 공무원들의 가장 큰 성공은 퇴직 후 선거를 통해 자신이 일하던 곳의 지자체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시장의 낙마로 인해 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지 전북도 인구수 4번째 도시의 시장 역할을 하면서 지방자치가 갖는 문제를 정면에서 경험한다. 그를 바탕으로 자신 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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