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넷플릭스의 주가 폭락으로 OTT 위기설 현실화
독자 콘텐츠 고갈 이어 제작자 이탈 조짐도

한때 “극장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고 극장 관객이 평년에 비해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상황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극장용으로 제작한 《승리호》 같은 SF 대작도 버티다 못해 결국 넷플릭스를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극장의 시대는 그렇게 저무는 것 같았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OTT는 새로운 영상 소비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그 상징적인 작품이 됐다.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이 작품은 K콘텐츠의 위상을 알려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OTT의 힘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보여주는 실례가 됐다. 넷플릭스를 위시해 디즈니플러스, 애플플러스, HBO맥스 같은 해외 OTT들이 글로벌 시장에 속속 등장했고 저마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워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내에서도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등 다양한 OTT 플랫폼이 등장해 방송사 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시청자들은 이제 구독 기반으로 다양한 OTT를 선택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소비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러니 극장과 방송국의 시대는 가고, 대신 OTT의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웹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눈동자 사진은 《오징어 게임2》의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웹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눈동자 사진은 《오징어 게임2》의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OTT 폭주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OTT 관련 소식들은 팬데믹 상황에서와는 너무나 다른 전망들로 채워진다. 넷플릭스의 주가 폭락은 그 위기감을 드러낸다. 2022년 1분기 넷플릭스의 실적은 전년 대비 무려 6% 가까이 하락했고, 가입자도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주가는 무려 35%나 급락하는 상황을 경험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다양한 OTT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가열된 측면이 있고, 따라서 독보적인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은 현실도 작용한 면이 있다. 또한 막대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 부담이 구독자 감소와 함께 위기설로 폴폴 피어난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달리는 자전거 같은 넷플릭스는 계속 새로운 콘텐츠에 투자해야 쓰러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엔데믹 상황이 되면서 그간 침체기를 겪었던 극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점도 OTT로서는 그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이유가 됐다. 실제로 《범죄도시2》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쥬라기월드》가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칸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은 물론이고 《탑건 매버릭》 《마녀2》 그리고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을 겨냥한 《한산》 《외계+인 1부》 《영웅》 《비상선언》 같은 작품이 줄줄이 흥행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OTT들끼리만 경쟁하면 됐지만, 이제 영화관으로 가는 관객들의 발길을 OTT로 끌어오는 노력까지 필요해진 것. 한때 극장은 끝났고 OTT의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는 이제 정반대로 극장이 되살아났고 OTT의 폭주가 끝났다는 이야기로 바뀌고 있다. OTT의 이런 현실 때문일까. 최근 들어 시즌2 제작을 서두르는 넷플릭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최근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2》의 제작 확정 소식을 알렸다. 시즌1을 만드는 데 무려 12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시즌2는 더 빨리 전 세계 대중 앞에 선보일 거라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2》만이 아니다.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던 《D.P.》도 시즌2 제작에 들어갔고,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2022년 상반기에 이렇다 할 화제작을 내놓지 못한 데다 최근의 위기설들을 뛰어넘기 위한 공격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2》처럼 잘된 작품의 시즌2 제작이 넷플릭스 같은 OTT가 마주하게 된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줄까. OTT 위기설은 사실 겉으로 드러난 구독자 감소나 주가 폭락 같은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솔솔 피어나오고 있다. 그 진원지는 제작자들이다. 제작자들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경험하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자긍심은 분명히 갖게 됐지만, 그만한 보상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해 왔다. 《오징어 게임》은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물론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제작진에 보너스를 지급했지만 그 액수는 성공 수익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적은 금액이라고 한다. 이것은 OTT들이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할 때 체결하는 계약과 제작비 선지급 등에 따라 《오징어 게임》처럼 이후 생겨난 엄청난 성공에 대한 다른 보상체계가 없는 것에 대해 제작자들이 불만을 갖게 만드는 이유다. 
 5월2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한국 투자신고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6월6일 오후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시민들ⓒ시사저널 박정훈

시즌2 제작 서두르는 넷플릭스 

하지만 이보다 더 첨예한 부분은 저작권 문제다. OTT들이 요구하는 배타적인 저작권은 제작사로서는 곤혹스러운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독점적인 콘텐츠 확보가 중요해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해온 넷플릭스 같은 OTT는 성공작의 리메이크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콘텐츠를 제작한 한 업체의 경우, 중국 등에서 리메이크 제안이 와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넷플릭스 측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허락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작가의 저작권도 모두 가져가 하다못해 작품을 책으로 내려고 해도 OTT 측 허락을 일일이 받아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고 한다. 이럴 경우 OTT와 작가 사이에서 양측과 계약하는 제작사들은 곤란한 입장으로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OTT가 강력한 새 플랫폼이긴 해도, 제작자들이 불만을 갖게 되고 이 때문에 이탈하기 시작하면 OTT는 결코 살아남기 어렵다. 왜냐하면 OTT의 경쟁력은 독보적인 콘텐츠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콘텐츠는 능력 있고 창의력 넘치는 제작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OTT가 다수이고 성공한 콘텐츠 제작자가 1인 상황은 이 관계에서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즉 넷플릭스나 티빙 같은 OTT가 거대한 자본을 갖고 있는 플랫폼이라고 해도, 여러 OTT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 제작자가 갑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러닝로열티 개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성공한다면 그 성공한 만큼의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야말로 제작자들이 뛰어들 수 있는 가장 큰 유인이다. 과거와는 달라진 OTT의 위상만큼 그만한 보상 시스템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고, 이를 통한 성공 사례 또한 분명히 드러나야 OTT도 생존할 수 있다.  또한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저작권에 대한 배타적 권리는 상호보완적으로 수정돼야 한다. 좋은 작품을 쓴 작가가 그로 인해 온전한 성공과 명예를 가져갈 수 있는 정도의 저작권 관련 계약 조항의 보완이 필요하다.  물론 극장이 되살아난다고 해서 OTT가 힘을 잃어버리는 그런 제로섬 게임 양상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팬데믹 상황에서 과도하게 OTT 쪽으로 쏠려있던 제작과 투자의 흐름이 이제 극장 쪽으로도 옮겨가며 ‘정상화’되어 갈 것이란 점이다. 극장에서 볼 작품은 극장이 제격일 수밖에 없고, 또 OTT로 보는 것이 더 편리한 작품도 있다. OTT가 어떤 대안들을 갖고 이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콘텐츠 업계에서 OTT의 입지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