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치료제 존재…호흡기 전파보다는 밀접한 신체 접촉으로 감염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유사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주로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풍토병이다. 1958년 두창과 비슷한 증상이 덴마크의 한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나타나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1970년 콩고에서 처음으로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된 뒤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감염병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신종 감염병의 대부분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된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사스코로나바이러스,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코로나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원숭이두창은 5월13일 풍토병 지역인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를 벗어나 영국에서 첫 발생이 보고됐다. 이후 스페인·포르투갈·독일·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이탈리아에서 환자가 나왔다. 캐나다·미국·호주를 넘어 이스라엘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들 환자가 풍토병 지역인 서아프리카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사례 중에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가 대다수였다고 하지만, 누구든지 감염자와의 밀접한 신체 접촉을 통해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감염 증상은 천연두와 유사하나 중증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로부터 전염 가능한 인수공통 전염병이기는 하지만, 피부 병변·체액·호흡기 비말 그리고 오염된 침구 등을 매개로 인간 사이에도 전파할 수 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의 잠복기는 대개 6~13일이지만, 5~21일까지도 보고되고 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 두통, 근육통, 요통, 림프절 비대, 오한, 허약감 등을 시작으로 1~3일 후 얼굴을 중심으로 발진 증상을 보이며 몸의 다른 부위로 발진이 퍼져 나간다. 작은 융기성 발진은 수포(물집)와 농포(고름집) 등으로 진행되며 증상은 약 2~4주간 지속되고, 대개 자연 회복되지만 1~10%가 사망한다. 특히 어린이·임신부·면역저하자의 사망률이 높다고 알려졌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피부 병변의 조직이나 병변에서 나오는 분비물·딱지·혈액을 PCR(중합 효소 연쇄 반응)검사, 항원검사, 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 바이러스 배양 등으로 확진한다.
천연두 백신으로 85% 예방
일부 항바이러스제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에 효과가 있어 증상이 심하거나 면역이 저하된 환자에게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기는 했으나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천연두 백신이 교차면역으로 약 85%의 예방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는 천연두 백신이 3500만 명분 이상 비축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1980년 천연두 근절을 선언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백신 접종을 중단했으므로 40·50대 이하 한국인은 천연두 백신 경험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천연두·원숭이두창 백신이 개발되어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의 시판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하는 이때 새로운 감염병 발생으로 우려가 크지만 지나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호흡기 전파보다는 감염자와의 밀접한 신체 접촉이 주된 전파 경로로 추정되고 백신과 치료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숭이두창 예방을 위해서는 증상이 있는 사람과 밀접한 피부 접촉을 피하고, 안전한 성생활을 하며, 손을 잘 씻고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또한 원숭이두창 발생 지역을 방문할 때는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아픈 동물의 서식지 및 물건과의 접촉을 자제하는 것이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