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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경험한 사람의 27%는 자살 생각하기도…일반인보다 13.5배 높아

자살은 단순 인과관계로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현상이며, 생물·심리·사회·정신의학·생태 등 체계적 관점으로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자살과 관련해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는 우울이다. 진단(DSM-5) 기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 사고, 또는 자살 시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주요우울장애 증상에 포함된다. 

많은 연구에서 자살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우울장애를 겪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실시한 자살사망자 전수조사에서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받은 이력이 있는 사람은 3만6040명으로 전체의 56.2%에 해당하고, 정신건강 문제 중 우울증이 가장 많았다고 보고했다. 

자살사망자가 사망 전에 우울 증상을 호소했거나, 주변에서 자살사망자의 우울 증상을 관찰했지만, 자살사망자가 실제 도움을 받고자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실제 우울증을 겪은 자살사망자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살예방백서(2021)에 따르면, 2019년 13.1%의 청소년이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특히 우울감을 경험한 학생(33.9%)이 자살 생각을 하는 경우가 우울감을 경험하지 않은 학생(5.0%)보다 6.8배 높았다. 성인의 경우, 우울감을 경험한 사람(27%)의 자살 생각 비율이 경험하지 않은 사람(2%)보다 13.5배 높았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 우울증이 자살 생각·행동과 깊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경미한 수준의 우울감을 넘어선 임상적인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거나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이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에 계속 빠져들면서 우울이 지속·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부정적 사고는 현실에 직면한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을 떨어뜨리고 심리적 고통을 심화시켜 자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우울증 치료가 자살 예방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 의료기관, 학교, 직장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우울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자살 위험은 지속적으로 관찰되어야 한다. 

ⓒ시사저널 우태윤

자살사망자의 60%가 실제 우울장애 경험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 대한 사후 심리부검연구에서 이들 중 60% 정도가 주요우울장애나 다른 기분장애를 겪었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우울증의 정도가 심할수록 자살 기도 빈도가 높았다. 자살로 사망한 154명을 대상으로 한 사후 심리부검연구에서 전체의 4분의 3이 첫 번째 주요우울장애에서 사망했고, 세 번 이상 재발 시 사망한 경우는 전체의 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울증은 처음 발생했을 때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자살 예방에 중요하다. 

2015년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조사 결과, 자살자의 88.4%가 자살 전에 우울증 등 기분장애를 앓고 있었다. 사망 전 한 달 이내 병·의원을 방문한 사람이 53.2%로 높아 의사가 우울증과 자살에 대해 물어보기만 했어도 자살 예방이 가능했다. 우울증 환자의 10~15%가 자살을 시도한다. 그리고 여러 요인 중 우울증이 자살 위험을 가장 높이고(3.79배) 그다음으로 남자(2.45배), 노령(1.52배) 순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이 자살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에 대한 14개 연구를 정리하면, 자살 위험률을 3~66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자살 증가율은 13.4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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