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위암 발생률 세계 최고 수준
술잔 돌리기나 음식 나누어 먹기 등 감염 원인 피해야
46세 A씨는 건강검진에서 십이지장궤양과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진단받고 제균요법을 처방받아 치료 약물을 복용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증은 위 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는 나선 모양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에 의한 감염병을 말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암 발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여서 세계보건기구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감염성 질환의 하나로 북유럽에서는 11%, 북미에서는 23~30%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남미에서는 72~82%나 되며 국내 유병률도 50% 내외로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은 모든 암 중 남성은 2위, 여성은 4위에 해당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이다.
이런 위암의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된 헬리코박터균은 요소분해효소를 만들어내 위산을 중화함으로써 위 점막을 약화시킨다. 이에 따라 위산과 소화효소가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나 십이지장 점막을 헐게 만든다. 또한 헬리코박터균은 위 세포에 부착되어 염증을 유발하고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이 때문에 위 점막이 점진적으로 손상되어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소화성궤양, 위암 등 다양한 위장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경로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입에서 입으로, 대변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었을 때, 술잔을 돌리거나 음식을 한 그릇에 놓고 함께 먹는 등 비위생적인 생활습관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암 환자 직계가족은 치료 필요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은 이유는 감염자 대부분이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간혹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위염이나 소화성궤양 등 질환을 유발했을 경우에는 소화불량, 복통, 구역, 구토, 체중 감소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진단은 위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하거나 요소분해효소 검사로 할 수 있다. 또한 위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고도 요소호기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도 있다. 모든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다 치료할 필요는 없지만, 소화성궤양 또는 말트 림프종(위장의 악성 종양)이 있거나 조기 위암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확인된 경우에는 제균요법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위축성 위염,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또는 설명되지 않는 철 결핍성 빈혈이 있거나 위암 환자의 직계가족인 경우에도 제균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제균요법은 궤양을 치료하는 약제와 항생제를 섞어 1~2주 복용하고, 치료 4주 후에는 세균이 모두 박멸되었는지 재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화장실 이용 후와 식사 전에 손을 잘 씻고, 식사 준비를 위생적으로 하며,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를 마시고, 음식을 한 그릇에 담아 여러 명이 같이 먹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