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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연계 통해 MCU 세계관 확대
마블에 대한 진입장벽 높아져…디즈니+로 시청자 유입될까

우리가 사는 이곳은 몇 번째 우주일까. 마블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4의 핵심 테마로 내세우는 다중우주, ‘멀티버스’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귀환을 통해서다. 《닥터 스트레인지》(2016)를 통해 MCU에 발을 들인 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에 빠짐없이 얼굴을 비친 닥터 스트레인지에 대해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페이즈4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일 것”이라고 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리고 5월4일 전 세계 동시 개봉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2》)가 중요한 이유는 마블의 페이즈4에서 대체 불가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는 마블의 어떤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을까.

* 《닥터 스트레인지2》의 일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멀티버스 세계관의 단서 곳곳에 배치

도심에 나타난 괴물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아메리카 차베즈(소치틀 고메즈)를 만난다. 차베즈는 멀티버스 이동이 가능한 10대 소녀. 차베즈와 스트레인지의 멀티버스 이동이 이뤄지고, 전설의 마녀 스칼렛 위치로 각성한 완다(엘리자베스 올슨)가 이들을 쫓는 혼돈 속에서 스토리는 진행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영화는 마블 페이즈4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멀티버스를 중심으로 다룬다.

MCU가 멀티버스를 다루는 것은 지금까지 방대하게 쌓인 스토리를 재구성하면서 인물과 서사가 상호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멀티버스를 전제로 한다면 작품의 설정이 다른 작품과 충돌해도 되고, 이미 MCU에서 보지 못하게 된 캐릭터를 다시 볼 수도 있다. 마블의 이전 영화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그랬듯, 이전의 캐릭터를 불러오고 스토리를 확장하는 것이 자유로워진다.

멀티버스에 대해 사전 정보가 없다면 ‘대혼돈’에 빠지기 쉽다. 영화 안에서 멀티버스가 강조되는 방식은 배경과 인물이다. 일단 우리가 생각하는 메인 유니버스, 그러니까 지금까지 MCU의 배경은 지구 616이라 불린다. 스트레인지가 차베즈와 함께 이동한 새로운 유니버스는 지구 838이다. 이렇게 유니버스에 붙은 넘버링은 앞으로 MCU 작품에 수많은 멀티버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예고를 던진다.

차베즈와 스트레인지가 도망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유니버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마블의 여러 시리즈에서 활약했던 인물들이 멀티버스에서 다양한 역할로 활약하고, 배우들은 1인 다역을 소화하면서 다른 세계에서의 ‘또 다른 나’를 보여준다. 닥터 스트레인지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5월3일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영화는 마블 페이즈4의 게이트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며 “멀티버스라는 콘셉트와 함께 현실에서의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복잡하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왓 이프...?》는 MCU 히어로들이 기존 작품과 다른 삶을 사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9부작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디즈니+
디즈니플러스의 《왓 이프...?》는 MCU 히어로들이 기존 작품과 다른 삶을 사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9부작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디즈니+

마블은 그동안 멀티버스 세계관을 전개할 단서들을 영화 외 작품에서도 조금씩 제시해 왔다. 디즈니의 OTT인 디즈니플러스의 《왓 이프...?》는 MCU 히어로들이 기존 작품과 다른 삶을 사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9부작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는 설명이 가리키듯, 우리가 알고 있는 히어로의 역할을 다른 사람이 대신하는 경우도, 어벤져스 멤버로 예정됐던 히어로가 세상을 떠나는 일도 《왓 이프...?》에서는 일어난다. 다른 세계, 다른 삶의 가능성을 전제하는 도구다.

멀티버스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로키》(2021)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기점으로 퇴장한 로키가 드라마를 통해 다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로키》의 배경이 멀티버스이기 때문. 시간을 넘나들며 멀티버스의 안정을 추구하는 TVA(시간 변동 관리국)의 존재, 그리고 시간선이 파괴되고 멀티버스가 범람하게 되는 과정이 드라마를 통해 그려진다. 드라마는 로키라는 인물보다 앞으로 마블이 풀어갈 멀티버스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둔다. 본래 MCU 자체가 복잡하고 유기적인 속성을 지니기에 영화마다 연결고리가 존재했지만, 디즈니플러스 등장 이후부터는 멀티버스에 대한 단서를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위치에 뿌린 것이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로키》 스틸 컷 ⓒ디즈니+
멀티버스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로키》(2021)다. ⓒ디즈니+
영화로 바로 이어지는 완다의 서사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9부작 드라마 《완다비전》(2021)에 존재한다. ⓒ디즈니+
영화로 바로 이어지는 완다의 서사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9부작 드라마 《완다비전》(2021)에 존재한다. ⓒ디즈니+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의 역할

그 단서는 어떤 역할을 할까. 분명 6년 만에 돌아온 닥터 스트레인지의 두 번째 솔로 무비지만, 영화에서 완다의 분량이 만만치 않다. 마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때 아이언맨의 비중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멀티버스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 하지만, 마블의 ‘영화’만을 봐온 관객들은 어떤 공백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영화에서 존재감이 큰 완다를 둘러싼 스토리는 《닥터 스트레인지2》에 충분하지 않다. 완다의 심리 변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완다가 왜 ‘스칼렛 위치’가 되는지 영화만을 통해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정보는 마블이 내놓은 드라마 속에 있다. 완다의 인생은 마블 영화들에 드문드문 등장하지만, 영화로 바로 이어지는 완다의 서사는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9부작 드라마 《완다비전》(2021)에 존재한다. 완다의 슬픔을 이해하고 보는 영화, 어둠의 마법서인 ‘다크홀드’의 존재부터 괴물의 몸 곳곳에 박제된 문양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고 보는 영화는 그렇지 않은 관객들이 보는 영화와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케빈 파이기는 “관객들은 매번 같은 것이 아닌 발전된 캐릭터와 장르의 확장을 보고 싶어 한다”며 《완다비전》 시리즈가 《닥터 스트레인지2》와 연결될 것임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영화 예고편에서도 아이들을 끌어안는 완다의 모습이나,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공평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스칼렛 위치의 모습 등 《완다비전》을 본 이들만이 알아챌 수 있는 신들이 존재했다. 본편 곳곳에 등장하는 《완다비전》의 장면이나 테마곡도 그 연결성을 보여준다. 결국 마블은 영화를 100% 이해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내건 셈. 마블은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디즈니플러스로 향하라고 조언한다.

영화 《캡틴 마블》의 후속작 《더 마블스》와 연계될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미즈 마블》. 6월 공개 예정이다. ⓒ 디즈니+
영화 《캡틴 마블》의 후속작 《더 마블스》와 연계될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미즈 마블》. 6월 공개 예정이다. ⓒ 디즈니+
여성 헐크를 주인공으로 한 《쉬 헐크》 등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들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마블
여성 헐크를 주인공으로 한 《쉬 헐크》 등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들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 마블 스튜디오

그렇다면 마블의 이 계획은 디즈니플러스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특히 한국에서, 디즈니플러스의 주력 콘텐츠는 역시 마블이다. 마케팅 역시 마블 드라마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바탕으로 구독자를 늘리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 시리즈 팬이 많은 미국에서는 스타워즈 드라마인 《만달로리안》을 통해 마케팅하는 식이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론칭 초기 MCU 팬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였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현상을 겪었다. ‘킬러 콘텐츠’로 여겨졌던 마블의 오리지널 드라마가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관객층을 유입시키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이미 본 마블 대작 영화를 보기 위해 OTT에 진입하는 경우가 드물뿐더러, 영화 외에 드라마나 애니메이션까지 접근해야 할 이유가 크지 않았다.

이제는 마블이 본격적으로 드라마와 영화의 연계를 공식화한 상황. 특히 이번 영화를 통해 마블은 그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했고, 관객도 그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 영화의 전개 방식을 100% 이해할 수 있는 장치이자 빌드업된 서사를 파악하기 위한 초석으로서 오리지널 드라마의 역할이 지대해졌다. 《닥터 스트레인지2》에 이어 《토르: 러브 앤 썬더》가 올해 7월 개봉하는데, 마블 영화의 연이은 개봉으로 MCU에 대한 관심이 커진 관객들이 디즈니플러스로 유입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여기에 영화 《캡틴 마블》의 후속작 《더 마블스》와 연계될 《미즈 마블》, 여성 헐크를 주인공으로 한 《쉬 헐크》 등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들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시즌2로 이어질 《로키》는 내년 개봉이 예정된 《앤트맨과 와스프: 퀀터매니아》와도 연결된다. 이제 마블의 세계관을 충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드라마-영화로 연결되는 유니버스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새로운 개념들의 연관성을 그려낸 오리지널 드라마 《로키》가 어렵고 복잡하다는 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리지널 드라마 작품 자체의 흥미성과 캐릭터의 특성을 잘 담아내는 것은 디즈니플러스의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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