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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기 체인지업 간파당해…지난해부터 피안타율 나빠져
“일시적 부진” vs “하락세 본격화” 평가 엇갈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35)은 지난해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을 기록했다. 2013년과 2014년, 그리고 2019년과 같은 14승을 올렸다. 다승만 보면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 게릿 콜(16승)에 이어 아메리칸리그 공동 2위였다. 세이버 매트릭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승의 가치가 이전보다 하락했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다승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팀 승리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다승만 놓고 보면 지난해 류현진은 전성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보다 세밀한 지표를 살펴보면 심각한 하락세가 두드러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나쁜 평균자책점(ERA 4.37)으로 시즌을 마쳤다. 두 자릿수 패배(10패)도 처음이었다. 9이닝당 탈삼진 수(7.62개, 2013년 7.22개)도 데뷔 후 두 번째로 적었다. 사실 다승도 14승에 만족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류현진은 선발투수 중 9이닝당 득점지원(7.30점)이 가장 많았다. 류현진 다음으로 많은 득점지원을 받은 LA 다저스의 훌리오 우리아스(7.17점)는 20승을 올렸다.

류현진은 2019년 12월 맺은 토론토와의 4년 8000만 달러 계약이 어느덧 반환점을 지나 3년 차에 돌입한다. 그사이 토론토는 지난해 트레이드로 데려온 호세 베리오스에게 7년 1억31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안겨줬으며, FA 시장에서 케빈 가우스먼을 5년 1억1000만 달러 계약으로 영입했다. 토론토 입단 때 보장받았던 1선발 자리는 이제 류현진의 자리가 아니다. 즉, 올해 3선발로 처지게 된 류현진으로선 명예 회복에 도전하는 시간이다.

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이 4월16일 오클랜드와의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3회초 투런홈런을 허용하고 있다.ⓒAP 연합

준비는 착실하게 이루어졌다. 메이저리그가 직장폐쇄로 인해 개막이 무기한 연기됐지만, 류현진은 친정팀 한화 이글스 훈련장에서 몸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직장폐쇄가 풀리자 곧바로 토론토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개막이 일주일 늦춰졌지만, 큰 문제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류현진은 3월26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시범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1회 첫 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3점을 내줬지만, 2회와 3회는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시범경기 첫 등판 내용은 3이닝 3실점이었다. 류현진과 같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시범경기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류현진은 나쁘지 않았다. 빠른 공 구속도 끌어올렸고, 경기를 치를수록 탄력을 받는 모습이었다. 홈런을 내줬던 타자도 두 번째 승부에서는 삼진으로 복수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이후 류현진은 시범경기 등판을 더 하지 않았다. 팀 자체 청백전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렸을 뿐 다른 팀을 만나는 실전 등판은 하지 않았다. 이는 류현진을 위한 토론토의 배려로 볼 수도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류현진을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아직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부진 징조, 지난해 6월부터 나타나…평균자책점 5점대

우려는 현실이 됐다. 류현진은 올 시즌 첫 등판 경기인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3.1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5일 휴식 후 나온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서도 4이닝 5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두 경기 도합 7.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고, 11실점을 하면서 피안타 11개, 피홈런 2개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데, 오히려 최악의 출발을 하게 됐다. 찰리 몬토요 감독도 류현진의 투구에 매우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빨리 제구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류현진은 왼쪽 팔뚝 부상을 호소하며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류현진이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현지 언론은 옥신각신했다. 아직 몸 상태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일시적인 부진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던 반면, 지난 시즌 후반부터 지속된 난조를 언급하면서 하락세가 찾아왔다는 분석도 있었다. 전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후자는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류현진의 성적은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쳤다. 6월 이후 21경기 평균자책점이 5.29였다. 특히 시즌 마지막 10경기 평균자책점은 7.43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아메리칸리그에서 류현진보다 평균자책점이 나빴던 투수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댈러스 카이클(ERA 7.65)뿐이었다. 참고로 카이클은 류현진과 비슷한 유형으로 언급되는 투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시즌 중반 투수들에 대한 이물질 검사가 강화되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과거에도 투수들은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이물질을 사용해 왔다. 규정상 부정 투구였지만, 암묵적으로 허용된 관행이었다. 하지만 점점 이물질의 성질이 상식을 벗어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끄러움 방지를 넘어 공의 회전수를 늘리는 이물질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이물질은 금지약물과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무국도 리그가 극단적인 투고타저 경향을 보이자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다만 시즌 중 갑작스럽게 규정을 신설하면서 투수들의 반발이 있었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투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리그가 전체적으로 어수선해진 가운데 류현진도 영향을 받았다.

올해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뛸 수 있게 해준 공은 체인지업이었다.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던 2019년, 류현진은 빠른공보다 체인지업을 더 많이 던졌다(체인지업 27.5%, 빠른공 27.3%). 피안타율이 0.190에 그쳤던 체인지업은 류현진을 지켜준 구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상대가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0.256으로 나빠졌고, 올해 첫 두 경기도 체인지업 성적은 10타수 3안타(0.300)였다. 체인지업을 대신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를 찾아야 하지만, 아직까지 대체할 수 있는 구종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지난 시즌 비중을 높인 커터는 제구가 조금만 흔들려도 매우 위험한 결과를 불러왔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류현진은 일단 트리플A에서 재활 등판을 한다. 등판 결과에 따라 5월 중순경 메이저리그에 돌아올 수도 있다. 현지에서는 류현진의 등판일에 선발 요원 두 명을 함께 쓰는 피기백(piggyback) 전략을 가져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만큼 류현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위기에 직면한 류현진은 반전을 연출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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