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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10대 청소년 영양결핍 181%, 비만 263% 급증
전체 연령대 평균 증가 폭보다 2~3배 높아

우리 아이들의 영양결핍과 비만 정도가 위험 수준이다. 최근 5년 동안 10대들의 영양결핍이 181%(연평균 29.5%), 비만은 263%(연평균 38.1%) 증가했는데, 이는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가파른 증가 폭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국내 영양결핍과 비만 자료를 분석해 보니, 영양결핍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21년 기준 33만5441명(남자 8만1058명, 여자 25만4383명)으로 2017년보다 123.9%(연평균 22.3%) 증가했다. 

이 분석 결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10대 청소년의 증가 폭이다. 10대 영양결핍 환자는 2017년 4802명에서 2021년 1만3522명으로 181.6% 증가했다. 비교적 단조로운 식단 탓으로, 영양결핍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60대(180%), 70대(124.9%), 80대 이상(150.9%)보다도 가파른 증가세다. 이 증가 폭은 최근 더 커지는 중이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10대 영양결핍 환자는 69.6% 늘어났고, 10대 미만은 무려 80.9%나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연령대 평균 증가 폭(31.6%)보다 2~3배 많은 수치다.

ⓒ시사저널 이종현

결핍 영양소는 비타민D·칼슘·티아민 순

우리 아이들의 영양결핍 증가세가 두드러진 이유로는 정크푸드(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푸드·인스턴트식품의 총칭) 식습관이 꼽힌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0대의 영양결핍은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섭취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런 정크푸드에는 영양분이 골고루 함유돼 있지 않은데 특히 칼슘은 거의 없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정크푸드를 접할 기회가 더 많을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등교하지 않아 학교 급식을 먹지 못한 점도 있다. 학교 급식은 사실 집밥보다 더 영양적으로 균형이 잡힌 식사다. 또 코로나19 유행기에 비대면 수업과 외출 자제 등으로 집에서 배달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다. 이런 식습관은 영양결핍뿐만 아니라 비만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결핍된 영양소는 비타민D·칼슘·티아민(비타민B1) 등이다. 2021년 기준 비타민D 결핍 환자는 24만7077명으로, 2017년 대비 증가 폭이 186.3%로 가장 가파르다. 여성(19만1625명)이 남성(5만5452명)보다 3.5배 많다. 비타민D는 체내에서 칼슘과 인의 대사를 좌우하므로 비타민D가 부족하면 칼슘과 인의 혈액 내 농도가 충분하지 않게 되며 이에 따라 골격이 약해질 수 있다. 비타민D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 30분만이라도 야외활동을 통해 햇볕을 쬐어야 한다. 햇빛을 받으면 체내에서 비타민D가 합성된다. 또 병원에서 비타민D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부족하면 주사제나 영양제를 처방한 것도 비타민D 결핍 증가 폭을 키운 한 가지 원인으로 보인다.

칼슘 결핍 환자는 9089명으로 2017년보다 21.8% 증가했다. 여성(8046명)이 남성(1043명)의 7.7배나 많다. 티아민 결핍 환자는 1369명으로 2017년보다 13% 증가했고, 남성(925명)이 여성(444명)의 2.1배 더 많다. 질병관리청이 2021년 12월 발간한 심층보고서(우리 국민의 식생활 현황)에 따르면 칼슘 적정 섭취자분율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0년 15%까지 떨어졌다.

특히 청소년과 노인의 칼슘 섭취량이 가장 낮은 수준인데, 여자 청소년의 칼슘 적정 섭취자분율은 10% 미만이다. 여자 6~11세와 12~18세의 칼슘 적정 섭취자분율은 각각 13%와 3.5%다. 같은 연령 남자의 칼슘 적정 섭취자분율은 각각 20.1%와 14%다.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칼슘 결핍 상태인 셈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총 칼슘 섭취량의 70% 이상을 채소류·우유류·곡류·어패류·두류를 통해 충당할 수 있다. 아이들은 주로 우유로 칼슘을 섭취하는데 채소·곡류·어패류·두류 등 다양한 음식을 통한 칼슘 섭취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신경과 근육 활동에 필요한 성분인 티아민은 흰쌀밥 위주의 식습관으로 결핍해질 수 있다. 현미 등 다양한 잡곡류·돼지고기·콩류 섭취가 티아민 결핍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 주변에 티아민이 함유된 식품은 많으나 함량은 대체로 낮은 편이므로 음식을 골고루 먹는 식습관이 필요하다. 이영은 전 대한영양사협회장(전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하루에 20~30분만이라도 햇볕을 쬐어야 비타민D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주로 우유로 칼슘을 섭취하는데, 권장량은 하루 2컵이지만 1컵 정도만 마신다. 또 흰쌀밥보다 현미 등 잡곡류를 섭취해야 티아민 부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양가는 낮고 열량이 높은 정크푸드 위주로 식사하면 비만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병원에서 비만으로 진단받은 사람만 2021년 기준 3만170명으로 2017년(1만4966명) 대비 101.16% 증가했다. 매년 19.2%씩 증가해 5년 새 두 배로 불어난 셈이다. 의료계는 병원을 찾지 않은 비만 환자들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10대 이하, 전체 비만 인구에서 약 25% 차지

비만 환자 중에서도 10대의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중년으로 진입하는 30대와 40대의 최근 5년간 비만 증가 폭은 각각 59.8%와 80.4%인데, 10대의 비만 증가 폭은 263.2%다. 10대 미만 연령대의 비만 증가 폭도 205.9%나 된다. 최근 2년(2020~21년)만 보더라도 10대 비만 증가 폭은 82.1%로 다른 연령대보다 2배 이상이다. 이 기간에 10대 미만의 비만 증가 폭도 34.8%로 낮지 않은 수준이다.

증가 폭뿐만 아니라 전체 비만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문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전체 비만 인구에서 20대(14.5%→12.7%), 30대(27.9%→22.1%), 40대(24.1%→21.6%), 50대(14.4%→13.2%) 등 사회활동이 왕성한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모두 하락했다. 그런데 유독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8.2%에서 14.8%로 상승했고, 10대 미만이 차지하는 비율도 6.8%에서 10.3%로 높아졌다. 

인스턴트식품, 배달음식, 외식, 간편식 등의 섭취는 늘고 신체활동은 줄어든 것이 우리 아이들 비만의 원인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의 ‘2020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일상생활 변화와 관련해 “인스턴트식품 등의 섭취가 늘어났다”고 응답한 사람이 21.5%, “배달음식 섭취가 늘어났다”고 답한 사람은 38.5%였으며,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걷기나 운동 등 신체활동이 줄었다는 응답이 52.6%로 조사됐다.

특히 청소년은 주로 정크푸드와 빵·과자류를 통해 나트륨도 과다 섭취한다. 질병관리청이 2021년 12월 발간한 심층보고서(우리 국민의 식생활 현황)에 따르면, 나트륨 적정 섭취자분율(만성질환 위험 감소 섭취량 이하인 분율)은 남자 6~11세에서 37.3%, 12~18세에서 21.2%다. 여자 6~11세와 12~18세의 나트륨 적정 섭취자분율은 각각 49.4%와 55.9%다. 우리 아이들의 절반 이상은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는 셈이다. 외식이 잦을수록 나트륨 섭취량이 늘어난다. 외식 빈도가 하루 1회 이상일 경우 나트륨 적정 섭취자분율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지적은 질병관리청의 ‘우리 국민의 식생활 현황’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건강식 생활 실천율(포화지방산, 나트륨, 과일 및 채소, 영양표시 4개 지표 중 2개 이상을 만족하는 분율)이 남자 6~11세는 26.4%이고, 12~18세는 31%다. 같은 나이 여자는 각각 37.1%와 41.7%다. 약 70%의 남자 청소년 그리고 여자 청소년도 절반 이상은 식생활 개선이 필요한 셈이다. 

 

“부모가 조리 교육 받을 기회 많아져야”

특히 과일과 채소의 충분한 섭취가 필요해 보인다. 과일과 채소 적정 섭취자분율(과일과 채소를 1일 500g 이상 섭취하는 분율)은 남자 6~11세 13%, 12~18세 14.2%다. 같은 나이의 여자는 각각 14%와 10.1%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10명 중 8명 이상인 셈이다. 이영은 전 회장은 “영양 균형을 맞춘 학교 급식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것이 가정으로 연결돼야 한다. 그런데 젊은 부부의 조리 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식 대체식품) 등 짧은 시간에 해결하는 간편 요리에 익숙해졌다. 조리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나물 반찬 등을 골고루 마련한 가정 식단이 필요하다. 또 부모가 조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사회적으로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 부족 현상도 비만 청소년 증가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기존에도 외부 활동보다 가정에서 게임 등을 즐기던 아이들은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집 밖 외출을 크게 줄였다. 급증한 10대 청소년의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학부모·학생 모두의 적극적인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안미라 급여정보분석실장은 “최근 5년간 영양결핍과 비만으로 인한 진료 통계를 참고해, 모든 국민이 균형 있고 바른 식습관과 신체활동을 통해 영양은 채우고 비만은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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