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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갈등 현장 담는 관찰카메라
높은 수위와 자극으로 본말전도 우려

달달한 부부의 일상? 그런 건 최근 부부 관찰카메라에서 조금씩 지워져가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건 갈등이다. 폭언, 폭력까지 등장하는 이 살벌한 갈등까지 담는 관찰예능 프로그램들이 말해 주는 건 뭘까.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방영됐던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가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는 것에 얼마나 조심스러웠는가를 잘 보여줬던 프로그램이다. 1999년 네덜란드에서 《빅 브러더》가 방영된 후 서구에서는 이미 리얼리티쇼가 제작자들에게 블루칩으로 떠올랐던 쇼의 형식이었다. 일반인이 출연하고 그들의 사생활을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서구 시청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제작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를 들여 폭발적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이 쇼 형식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달랐던 점은 일반인 대신 연예인을, 그리고 실제 일상이 아닌 ‘가상결혼’을 담았다는 점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네 대중은 누군가의 실제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편함이 있었다. 

만일 당시를 살던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2022년 현재 방영되고 있는 관찰예능 프로그램을 본다면 적지 않게 놀랄 것이다. 연예인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가감 없이 그 사생활을 카메라 앞에 노출하고, 그저 달달한 일상이 아니라 마치 싸움을 하는 듯한 갈등이 가감 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결혼과 이혼 사이》는 OTT라는 플랫폼 덕분에 훨씬 높은 수위의 부부 사생활이 공개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가장 역할을 해야 함에도 아내 카드로 명품 신발을 사와 아이처럼 좋아하는 철없는 남편 때문에 답답해하는 아내와 어딘지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편 등 그래도 현실적으로 보이는 부부가 등장한다. 하지만 입만 열면 욕설이 튀어나오고 자신이 돈을 벌어온다는 이유로 아내를 무시하고 폭언을 하는 남편은 물론이고 심지어 분노조절장애로 폭력성까지 보이는 남편도 등장한다. 갈등은 예사이고, 시종일관 보기 불편할 정도로 치고받는 말싸움이 계속되면서 저러다 ‘큰일’ 날 것 같은 불안감마저 느껴지게 만든다. 관찰카메라 방식으로 스튜디오에서 이 촬영분을 보며 토크를 하는 연예인 출연자들조차 충격을 받는 모습이 보일 정도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오죽할까. 

ⓒTV조선·MBC·TVING 제공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의 포스터ⓒMBC 제공

폭언하는 남편, 남편 때리는 아내 

새로 시작한 MBC 《오은영 리포트》는 ‘결혼 지옥’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이 프로그램 역시 부부의 갈등을 관찰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보고 솔루션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가족 관계에 솔루션을 제공하며 ‘국민 멘토’로 불리는 오은영 박사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지만,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관찰카메라는 수위가 결코 낮지 않다. 첫 번째 상담 부부로 나온 배윤정·서경환 부부의 사례는 그래도 ‘산후우울증’ 같은 출산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들여다봤고, 나아가 ‘소통 문제’가 더 큰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솔루션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잘 보여줬다. 하지만 두 번째 출연한 김승현의 부모인 김언중·백옥자 부부의 경우는 화가 난 아내가 남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내보낸 예고편만으로도 화제와 논란이 됐다. 물론 실제 방송분은 과거 남편의 도박과 주식 등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아내의 트라우마가 그 이유로 제시됐고, ‘화병’과 ‘황혼 갈등’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가 오은영 박사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관찰카메라의 높은 수위와 자극이 자칫 이 프로그램이 갖는 ‘리포트’ 성격과 솔루션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기획 의도와 실제 사이의 간극은 애초 이혼 같은 소재를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먼저 가져왔던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서도 나타나는 결과다. 즉 애초 시즌1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다소 자극적인 설정을 가져오긴 했지만, 이혼한 부부 역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달라진 결혼과 이혼에 대한 세태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즌2에 출연한 일라이, 지연수 같은 이혼 부부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자극적인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감정 쓰레기통”이나 “하녀” 같은 센 말들이 이혼 이유로 등장하면서 이 프로그램은 마치 치고받는 ‘싸움 구경’을 하는 방송처럼 보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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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TV조선 제공

사실 ‘관찰카메라’라는 우리 식의 지칭을 가져온 것도 리얼리티쇼의 불편함을 상쇄시키기 위한 우회 전략이었다. 처음에는 그래서 아이들이나 가족의 단란한 모습들을 ‘관찰하는’ 방송 같은 뉘앙스로 접근했지만, 지금처럼 심지어 이혼으로까지 치닫는 내밀한 사생활을 담는 방송을 관찰카메라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포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오은영 리포트》는 그 형식상 오은영 박사라는 솔루션 전문가가 전면에 세워져 있어 관찰카메라로서의 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혼과 이혼 사이》 같은 경우, 관찰하는 스튜디오 출연자들은 모두 연예인이고, 매회 변호사나 부부상담사 같은 전문가들이 출연해 어떤 역할들을 부여받고 있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솔루션을 주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다만 그들이 등장함으로써 막연히 생각했던 이혼을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고(변호사), 두 사람의 갈등 원인을 좀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부부상담사)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자극과 수위에서 차이가 있지만 솔루션 자체보다 갈등 영상에 더 집중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관찰카메라보다는 점점 리얼리티쇼 성격을 가져가고 있다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현재로선 관찰의 자극과 솔루션의 정보 사이에 균형점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자극은 더 큰 자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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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NG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의 한 장면ⓒTVING 제공

리얼리티쇼가 되어가는 관찰카메라의 한계 

게다가 부부의 결혼생활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들여다보는 이들 관찰카메라가 여전히 ‘결혼을 유지하는 것’만이 유일한 지상과제인 것처럼 다루는 것도 한계로 지목된다. 즉 어떤 갈등에 대한 솔루션이 제아무리 효과가 있다 해도 한 회분의 방송을 통해 해결될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 특히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관찰카메라들은 이제 결혼을 굳이 유지하는 것이 과연 해결책이 될까 싶은 수위까지 등장한다.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 아내에 대한 존중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고 돈을 벌어다 준다는 이유로 막말에 욕설, 폭언을 하는 남편 같은 경우, 굳이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게 서로를 위해 나은 일일까 의구심이 생길 정도다. 특히 아이가 있는 앞에서 언성을 높이고 싸움을 계속하는 부부에 대해 변호사는 그것이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꺼내 놨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혼이 결혼 유지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 같은 방송에서 연예인 부부가 출연하는 관찰카메라의 경우는 이혼을 솔루션에 포함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갈등이 등장해도 결국은 소통하고 화해하는 모습으로 ‘전형적인 서사 구조’가 만들어지는데(이건 제작진이 의도했다기보다는 출연자들 스스로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분은 시청자들에게는 조작이나 설정 같은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결국 관찰카메라의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진정성이 희석되는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되돌아가긴 어렵게 됐다. 다만 중요한 건 그 끝에서 그래도 작은 희망이라도 발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미 대세로 자리한 관찰카메라가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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