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라임·옵티머스·에디슨·쌍방울 등 증권범죄합수단 사정권
옛 여권 관련 의혹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에 금융가·정치권도 ‘초긴장’
‘여의도 저승사자’가 부활했다.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됐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을 새롭게 출범한 것이다. 합수단 부활 소식에 금융가가 우선 긴장하고 있다. 특히 투자 사기와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논란이 불거졌던 ‘세력’들이 합수단의 타깃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서울남부지검에 출범한 합수단은 자본시장에서 일어나는 시세조종과 불공정거래를 비롯해 금융·증권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검사와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국세청 직원 등 총 48명으로 구성됐다. 합수단 재출범은 2020년 1월 폐지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2014년 처음으로 출범한 합수단은 각종 금융범죄 사건을 전담하면서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때문에 새롭게 출범한 합수단의 ‘1호 사건’인 루나-테라 폭락 사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5월20일 서울남부지검은 루나-테라 폭락 사태 관련 사건을 합수단에 배당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루나-테라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와 신현성 티몬 대표 등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번 고소·고발에는 피해자 5명이 참여했고, 총 피해 액수는 14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단 1호 사건, 루나-테라 폭락 사태
피해자들은 현재 지속적으로 LKB를 통해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LKB 관계자는 “권 대표 등이 공모해 루나-테라 코인을 설계·발행해 투자자들을 유치하면서 알고리즘상 설계 오류 및 하자에 관해 고지하지 않았다”며 “특히 백서 등을 통해 고지한 것과 달리 루나 코인의 발행량을 무제한으로 확대한 행위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도 천문학적인 피해를 양산한 루나-테라 폭락 사건이 합수단의 1호 사건으로 중량감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과거 금융·증권 범죄 사건을 통틀어도 전례 없는 수준의 피해액을 발생시켰다. 일주일 만에 450억 달러(약 57조7800억원)가량의 손실액을 기록했고, 피해자만 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을 4개월여 앞둔 검찰이 합수단을 통해 수사력을 입증할 기회라는 시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합수단의 1호 사건은 상징성이 크다.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며 “합수단이 해체된 이후 금융범죄가 급증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합수단은 이번 루나-테라 수사를 통해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데 사활을 걸 것이다”고 전망했다.
루나-테라 사건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모펀드 라임·옵티머스 사태도 합수단에서 재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20~21년 불거진 이 사건은 5000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2조원 이상의 피해를 안겼다. 라임·옵티머스 핵심 관계자와 일부 정·관계 인사는 이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합수단 해체 배경이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청와대 행정관 등 여권 인사들이 연루돼 이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규정해 특검 도입 등 총공세를 펼쳤다.
라임·옵티머스 재수사, 정치권으로 향하나
라임·옵티머스 재수사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합수단이 남부지검·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이어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원종준 전 라임 대표 등 주요 피고인들을 재판에 넘긴 남부지검 수사팀은 현재 라임 사태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 김영홍 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라임 사태의 또 다른 배후로 지목되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 기동민·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앙지검은 배우자가 옵티머스 이사였던 이아무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의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수사팀은 지난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선거캠프 복합기 사용료 대납 의혹과 김진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옵티머스 로비스트를 현직 부장판사에게 소개해 줬다는 의혹 등 옵티머스 사건에 연루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합수단에서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전면적으로 재수사할 경우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 인수 과정에서 일어난 시세조종과 불공정거래 의혹도 합수단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게 에디슨모터스와 쌍방울이다. 먼저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에 실패하면서 그 후폭풍을 거세게 맞았다.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조달 창구였던 상장사 에디슨EV(옛 쎄미시스코)는 주가조작, 대주주 투자조합의 먹튀 논란 등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에디슨EV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지난 3월 거래가 정지돼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막심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에디슨EV는 5월4일 법원에 파산신청까지 했다.
쌍용차 인수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한 쌍방울도 마찬가지다. 쌍방울 또한 쌍용차 인수를 선언해 주가를 띄우고 차익을 실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쌍방울 계열사인 미래산업은 보유 중이던 아이오케이컴퍼니 주식이 급등하자 모두 처분해 논란을 자초했다. 쌍방울을 실소유하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과거 주가조작 전력 등이 거론되면서, 이 같은 의혹이 더욱 가중됐다.
쌍용차 인수전 ‘먹튀’ 논란도 사정권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현재 쌍용차 인수 과정에서 주식을 처분한 에디슨EV와 쌍방울 등의 불공정거래를 조사 중이다. 금감원은 최근 투자조합 등을 이용해 인수·합병에 나서는 기업들을 향해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될 경우 엄정 조치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달 말 현재 총 10건의 투자조합이 연관된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이 조사 중인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 10건 가운데 에디슨모터스와 쌍방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시세조정과 불공정거래 혐의가 구체적으로 발견될 경우 금융 당국이 합수단에 수사를 의뢰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쌍용차 인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주가조작 의혹과 먹튀 논란이 불거졌으며, 이에 따라 다수의 투자 피해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일명 ‘세력’들이 쌍용차 인수전을 통해 조직적으로 시세조종을 했다는 뒷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쌍용차 인수전은 기업사냥꾼들의 복마전이나 마찬가지다. 금융범죄 중 주가조작 사건에 특화된 합수단에서 충분히 수사할 만한 사안이다”면서 “쌍용차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 전력이 있는 세력들의 이름이 여럿 등장한다. 인수에 참여한 기업 오너 중 몇몇은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과거 합수단의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