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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클럽 러브콜 쇄도…孫 진가 이제야 알아봤나
자금력 강화한 토트넘, 챔스리그 경쟁력 확보 위해 金 영입 준비

아시아인 최초로 유럽축구 5대 리그에서 득점왕에 등극한 손흥민에 대한 평가는 한층 더 올라갔다. 이젠 정성적 평가가 아닌 정량적 평가로도 압도할 수 있다. 그의 이름 앞에 당분간 붙게 될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충분하다. 세계 어디를 가든 인정받을 성과다.

언론과 팬덤의 격상된 평가는 손흥민의 몸값으로 직결된다. 현재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의 가치는 7000만 유로(약 930억원)로 평가받는다. 2015년 독일의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올 당시 이적료였던 1600만 유로의 4배가 넘는다. 하지만 이 금액도 득점왕 등극 이전의 활약과 기록으로 추정한 것이다. 새로운 시장가치는 1억 유로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여름 손흥민은 기존 계약을 4년 연장해 2025년까지 토트넘에 머물기로 했다. 주급은 13만 파운드(약 2억원)에서 20만 파운드(약 3억1000만원)로 상승하며 팀 내 최고 대우를 받았다. 축구에 가정법은 없다지만 손흥민이 재계약 시점을 이번 여름으로 잡았다면 이적시장의 최대어로 등극했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언론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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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표팀의 손흥민이 5월30일 파주 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오픈트레이닝에서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토트넘, 손흥민 향한 리버풀의 영입 움직임 강력 차단

실제로 득점왕 등극 이후 손흥민은 이적 관련 루머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리버풀이 손흥민을 강력하게 원했다는 것이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은 2021~22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모두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현재 유럽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팀이다. 손흥민과 공동 득점왕에 오른 살라를 중심으로 반다이크, 알렉산더 아놀트,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 티아고 알칸타라, 알리송 등 각 포지션에 세계적인 선수가 즐비하다.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이 가능한, 토트넘보다 한 단계 위의 전력이다.

‘풋볼런던’ ‘데일리 익스프레스’ 등은 최근 일제히 “손흥민은 리버풀의 타깃이었다. 엄청난 제안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클롭 감독은 과거부터 손흥민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온 지도자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 재임 시절부터 독일 분데스리가의 떠오르는 신성 손흥민을 주목하며 극찬했다. 손흥민 역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유달리 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두 시즌 동안에도 손흥민은 리버풀과의 4경기에서 3골을 터트린 바 있다.

다음은 리버풀의 전력 보강 정책이다. 5년간 공격을 이끈 마네가 올여름 떠날 가능성이 높다. 계약 종료를 1년 앞둔 마네는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떠나는 것이 확실시되는 바이에른 뮌헨과 이미 교감을 나눈 분위기다. 마네는 리버풀 입단 후 매 시즌 리그 10골 이상을 넣어준 검증된 공격수다. 그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면 최적의 후보는 손흥민이다. 공교롭게 손흥민과 마네는 왼쪽 측면을 중심으로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득점과 도움에 만능인 유형이다. 현재 네이마르와 함께 왼쪽 윙포워드 기준으로 세계 TOP3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런 리버풀의 관심은 조기에 차단된 분위기다.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하면서 모든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는 본선(32개팀) 출전만으로 중계권·입장권 수익으로 500억원가량의 배당금을 확보하고 들어가는 무대다. 만일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실패했다면 자금 마련을 위해 손흥민을 이적시키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에는 영국계 투자회사인 ENIC로부터 2300억원이 넘는 투자도 유치했다. ENIC는 토트넘 구단주인 조 루이스가 최대 지분을 소유한 회사인데, 토트넘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기 위한 증자를 했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이후 토트넘의 소극적인 이적시장 움직임에 불만을 표시하며 당장 올여름에 떠나겠다고 선언했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과 이적 자금 확보로 화를 누그러트린 상태다.

토트넘과 콘테 감독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취약 포지션 보강을 위해 6명가량의 선수 보강을 계획 중이다. 이미 왼쪽 측면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페리시치를 인터밀란으로부터 영입했다. 집토끼도 확실히 잡는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여름 맨체스터 시티로의 이적을 요구하며 구단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해리 케인도 콘테 감독 부임 후 달라진 경기력과 팀 분위기에 만족을 표시하며 잔류를 예고했다. 다음 시즌 우승 전력을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분위기 속에 콘테 감독과 토트넘 수뇌부가 손흥민을 경쟁팀으로 이적시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래도 손흥민에게는 기분 좋은 이적 루머다. 토트넘에서 맹활약을 수년째 이어가고 있는 손흥민은 유럽 내에서 대표적으로 저평가된 선수로 꼽혀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파리생제르맹,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 등이 관심을 보였다고 언급됐지만, 이번 리버풀의 케이스처럼 여러 정황과 금액 등이 구체적으로 나온 적은 없었다. 이제 최고의 공격수를 찾는 팀이라면 손흥민은 반드시 검토해야 할 후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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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11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UAE의 경기에서 김민재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민재, 손흥민과의 상업적 시너지 효과 상승 기대로 주가 높아져

오히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새로운 한국인 동료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김민재(페네르바체)다. 토트넘은 센터백 포지션에도 선수 보강을 준비 중인데 김민재는 이미 1년 전부터 영입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1년 전 중국 베이징 궈안에서 페네르바체로 넘어간 김민재는 터키 쉬페르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등극하며 많은 유럽 클럽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토트넘은 페네르바체 이전에 김민재를 영입할 기회가 있었다. 손흥민도 강력 추천했지만, 당시 유럽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선수 영입을 위해 15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쓰길 꺼리며 무산된 바 있다.

유럽 내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터키 무대에서 검증을 마친 김민재의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페네르바체는 김민재를 팔아야 한다면 바이아웃 금액인 2300만 유로(약 305억원) 이상을 원하는 분위기다. 1년 사이 김민재는 몸값이 2배가량 뛰었다. 토트넘은 김민재의 기량 외에도 손흥민과 함께 할 경우 상업적인 시너지 효과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손흥민의 맹활약으로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매 시즌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다. 게다가 오는 7월 토트넘은 한국을 찾아 두 차례 친선전을 벌이는 프리시즌 투어를 갖는다. 현재 한국 축구 대표팀의 공수 대들보인 두 선수를 모두 품을 경우 이 방한에서 엄청난 스폰서십 유치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상업적 계산이 빠르기로 소문난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으로선 김민재 영입을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시즌 막바지에 입은 발목 부상으로 인해 4월에 입국해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휴식과 재활 중인 김민재는 국내에 머물며 자신의 거취 문제를 검토 중이다. 토트넘 외에도 에버턴, 이탈리아의 AS로마와 나폴리도 김민재 영입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페네르바체 역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만큼 김민재의 잔류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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