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제주지검장,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이두봉 인천지검장, 박찬호 광주지검장 등 거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에 임명된 지 2년7개월여 만에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됐다.
문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불렀던 윤 당선인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정치검찰”로 내몰렸고, 지난해 3월 결국 자진 사퇴했다. 당시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사퇴의 변을 남긴 윤 당선인은 3개월 뒤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정계에 뛰어들었다.
여당 검찰총장이 야당 대선후보가 됐고, 결국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했던 조치들이 결국 헌정 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 조직의 전폭적인 변화는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다. 인사를 통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관련한 수사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文 정부에서 좌천된 특수통, 화려한 부활 예고
윤 당선인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해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 검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등 문재인 정부 실세와 관련한 수사를 담당하다 좌천된 검사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윤 당선인은 한 검사장 등에 대해 “굉장히 유능한 검사이기 때문에 아마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면 각자 다 중요한 자리에 갈 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설이 벌써부터 나오는 가운데 이원석 제주지검장,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이두봉 인천지검장, 박찬호 광주지검장 등이 차기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 양석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 김창진 창원지검 진주지청장, 고형곤 대구지검 포항지청장,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 검사,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도 거론된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친정부 성향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검사의 경우 정반대 상황에 놓였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서울중앙지검장과 1차장으로 있을 당시 채널A 사건 등을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이종근 서부지검장, 신성식 수원지검장 등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에 앞장섰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윤 당선인의 처벌을 주장해 왔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인다. 2021년 6월 취임한 김 총장의 법정 임기는 2023년 6월까지다.
김영삼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역대 사례를 살펴보면, 노무현·문재인 정부 출범 때만 검찰총장이 교체됐다. 김수남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하루 만에 임기 7개월을 남긴 채 옷을 벗었고, 노무현 정부 때는 김각영 전 총장이 취임 5개월 만에 ‘평검사와의 대화’를 계기로 전격 사퇴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검찰 개혁을 전면 재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오수 총장 역시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사퇴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주진우·석동현·이완규·손경식·김종민 변호사 주목
현역은 아닐지라도 새 정부의 인재풀로 지목되는 검찰 출신 변호사도 많다. 윤석열 캠프 법률지원팀을 이끈 주진우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주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시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다 2019년 좌천성 인사에 반발해 검찰을 떠났다. 주 변호사는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등 처가 의혹을 도맡아 처리했다. 벌써부터 새 정부에서 청와대에 입성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윤 당선인과 서울대 법대 동기로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는 상임대외협력특보로 활발히 활동했다. 각종 소송에서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한 손경식·이완규 변호사도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김종민 변호사도 빼놓을 수 없다.
대선이 끝나면서 각종 수사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검찰은 전담수사팀까지 꾸렸지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대장동 5인방’만 기소하는 데 그쳤다. ‘윗선’으로 지목된 정진상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 등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대장동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장동 의혹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 역시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위상도 크게 위축될 수 있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 이성윤 고검장 황제조사로 물의를 빚은 것은 물론 최근 전방위 통신자료 수집으로 홍역을 치렀다.
윤 당선인은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법 24조를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통신자료 수집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수처법 24조 폐지는 국회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한데,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당장의 급진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