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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도 ‘무관’에 그치는 토트넘 향한 팬들의 분노, 손흥민에 집중돼
동료 다이어의 샤우팅 등 팀 내 불화도

지난해 7월,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토트넘 홋스퍼와 4년 재계약에 사인했다. 2025년 여름까지 토트넘이 손흥민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됐다. 종전보다 2배 가까이 오른 연봉(약 165억원)으로 팀 내 최고 대우를 받긴 했지만, 그 결정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2020~21 시즌 커리어 하이(22골 17도움)를 기록하며 전성기에 도달한 손흥민이 우승 가능성이 더 높은 빅클럽으로 이적한다면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2010년 데뷔해 함부르크, 레버쿠젠, 토트넘을 거치는 동안 클럽팀에서 손흥민이 우승을 경험한 적은 없다. 2018~19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 커리어 최고의 성적이다.

실제로 리버풀, 유벤투스, 파리생제르맹 등 자국 리그에서 우승 가능성이 높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정상에 설 가능성이 높은 팀들이 손흥민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손흥민은 2015년 시작한 토트넘에서의 경력을 10년간 채우는 것에 더 강조점을 뒀다. 다른 팀이나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해외 리그로 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보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익숙한 조건 유지를 택했다.

토트넘 손흥민이 1월1일 왓퍼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득점 기회를 놓치자 실망하고 있다.ⓒAP연합
토트넘 손흥민이 1월1일 왓퍼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득점 기회를 놓치자 실망하고 있다.ⓒAP연합

손흥민의 한 경기 부진에 쏟아진 엄청난 혹평

재계약 후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이 토트넘과의 로맨스를 이어간다. 트로피가 없는 비운의 레전드가 될 수도 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우승은 은퇴 후 현역 선수 생활에 대한 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많은 선수가 갈망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 더 큰 클럽으로 향한다.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환상의 호흡을 펼치는 파트너 해리 케인은 지난여름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감행했다가 큰 지탄을 받았다. 토트넘 유스 출신이지만 우승을 더 원한다는 방증이다. 그런 상황에서 손흥민이 계약 연장을 선택한 것은 토트넘의 레전드가 되길 원하고, 팀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의미다.

그런 손흥민이 다시 한번 동료와 팬, 언론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3월2일 열린 미들즈브러와의 잉글랜드 FA컵 16강전 패배가 기폭제였다. 이날 토트넘은 2부 리그 소속 미들즈브러를 상대로 연장 혈전을 벌인 끝에 1대0으로 패했다. 이미 리그 우승도 물 건너간 상황에서 FA컵까지 패하며 결국 토트넘은 올 시즌도 ‘무관’에 그칠 분위기다. 문제는 그 패배와 무관에 따른 분노가 손흥민을 향해 집중됐다는 점이다.

경기 후 런던 지역지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의 부진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손흥민은 결정적 기회를 여러 차례 맞았으나 단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실책투성이였다”고 혹평했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은 형편없는 경기를 펼쳤다. 2주 전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승리할 때는 엄청난 활약을 했다. 손흥민은 경기에서 아주 뛰어난 활약을 펼치거나 아예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기복 있는 경기력을 질타했다.

토트넘 팬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팬 커뮤니티인 ‘스퍼스웹’에는 “손흥민은 이날 14차례나 공을 빼앗겼다. 그런 선수가 있는 팀이 승리를 바랄 수는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로 이에 동조하는 의견도 줄을 이었다. 실제 미들즈브러와의 경기는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후 가장 부진한 경기로 꼽을 수 있다. 후반 추가 시간 결정적인 헤더 기회와 연장 전반 막판 골키퍼와의 1대1 찬스를 놓치며 승부에 점을 찍지 못했다. 4차례의 턴오버(공격 시도 중 뺏긴 횟수)를 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손흥민이 처한 상황에 대한 고려를 충분히 하지 않은 비난 세례라는 반박도 있다. 지난 1월 햄스트링 근육을 다친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이 목표인 팀을 위해 돌아왔고, 리그 5경기 연속 출전했다. 2경기는 풀타임, 나머지 3경기도 80분 이상 소화했다. 올 시즌 토트넘의 승리 방정식은 분명하다. 손흥민이 잘하면 승리하지만, 대신 그가 부진하면 패할 가능성이 높다.

로테이션이 어려운 토트넘의 현실 속에서 손흥민은 묵묵히 헌신했다. 시즌 중 이미 감독 교체까지 한 상황에서 에이스의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시즌 막판으로 오면서 부상 여파로 매 경기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미들즈브러전 부진만 놓고 보면 비판할 수도 있지만, 시즌 전체로 따지면 팀 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그 한 경기를 못했다고 모든 짐을 지게 한 셈이다.

그런 상황을 압축해 보여준 장면이 있었다. 후반 35분 손흥민은 미들즈브러 수비 둘의 압박에 공을 뺏겨 역습 기회를 내줬다. 상대의 공격이 종료된 뒤 동료인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손흥민에게 달려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공을 뺏긴 뒤 수비에 가담했던 손흥민은 고개를 숙인 채 다시 전방으로 돌아갔다. 손흥민이 공을 간수하지 못해 벌어진 장면이었지만, 결정적인 위기까지는 아니었다. 그 뒤 전력질주해 수비에 가세할 정도로 손흥민도 책임감을 느꼈지만 동료들은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다.

비슷한 상황은 전에도 있었다. 2019~20 시즌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전반 종료 후 주전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라커룸에서 손흥민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전방 압박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손흥민은 격렬히 반박하며 “뭐가 문제야. 난 잘못이 없다”고 말하자 요리스는 “팀을 위해 더 뛰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국내에서는 손흥민이 활약에 비해 팀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의견이 일었다.

 

“손흥민이 월드클래스 되지 못하는 이유는 기자들 탓”

손흥민은 기록상으로 팀 내 레전드 반열에 오를 만하다. 올 시즌도 리그 10호 골을 돌파해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을 제외하면 역대 프리미어리그에서 12명만이 세운 기록이다. 전문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포워드로서는 사디오 마네(리버풀)와 손흥민만이 보유했다. ‘깐부’ 해리 케인과는 무려 37골을 합작해 첼시 시절 프랭크 램파드와 디디에 드록바의 합작 골 기록을 넘어섰다. 3월8일 열린 에버턴과의 리그 28라운드에서는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5대0 대승의 물꼬를 텄다. 득점 4위, 공격포인트(득점+도움) 2위에 올라서며 리그 최정상급 선수임을 다시 증명했다.

손흥민의 활약과 팀에 대한 애착은 이미 레전드급이다. 하지만 한 경기 부진으로 냉혹한 비판을 감내해야 할 때는 마치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미들즈브러전 논란 이후에도 손흥민은 감정적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에버턴전을 마치고 자신의 골 셀레브레이션 사진을 올리며 “큰 경기가 열리는 한 주의 좋은 시작”이라는 글을 적었다.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의 향방이 걸린 리그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유의 긍정 에너지였다.

무리뉴 전 감독은 손흥민에 대해 “실력으로는 이미 월드클래스다. 게다가 겸손하고, 사교적이고, 경기장 밖에서 사건·사고도 없다. 그래서 기자들에겐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보다. 경기 외적으로 대서특필할 게 없으니까. 손흥민이 월드클래스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기자들의 책임이다”라는 평가를 한 적이 있다. 오직 실력과 실적으로 비판을 잠재우는 손흥민은 평가절하에 아랑곳하지 않고 토트넘에서 자신의 역사를 써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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