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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에, 과거 거물 코미디언한테 성 상납 요구받았다고 폭로
여론의 비판 화살, 오히려 피해자 마리에 향해

4월4일 일본의 유명 여성 연예인인 마리에(33)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영상에서 과거 ‘성 상납’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폭로의 구체적인 내용은 마리에가 15년 전인 18세였을 당시, 회식 자리에서 방송계의 거물 코미디언이었던 시마다 신스케(65)로부터 ‘베개영업(枕営業)’(일본에서는 ‘성관계를 전제로 한 영업’이라는 의미로 이런 표현을 쓴다)을 요구받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요구를 거절하자 시마다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그 자리에 동석했던 유명 남성 코미디언인 데가와 데쓰로와 야루세나스가 자신에게 시마다와의 성관계를 재촉했다는 사실까지 밝혀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두 사람은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연예인이다. 특히 마리에는 “데가와가 아직도 CF 등에 출연하는 것을 정말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거물 코미디언이었던 시마다는 실제 평소 여성 편력이 대단하기로 유명했다. 2011년 경찰 조사에서는 야쿠자 간부가 평소 시마다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친밀한 관계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스스로가 사실임을 인정하고 전격적으로 은퇴한 바 있다.

이번 폭로로 성관계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데가와와 야루세나스의 소속사는 4월 9일 마리에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일절 반응하고 있지 않다. 반면 마리에는 “저는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절대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는 등 자신의 폭로가 사실임을 계속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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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세중

당사자는 이미 은퇴, 관련자는 강력 부인

유명 스타와 성 상납 폭로. 일본 언론에서 흥미를 가질 만한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지금 일본 언론은 조용하기만 하다. 이 사실을 다루는 일본 방송사와 유력 일간지는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관련 보도는 스포츠지와 주간지 및 인터넷 언론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방송사의 경우 4월17일, 후지TV의 정보방송인 《와이도나쇼》에서 유명 코미디언인 메인 MC가 한 출연자에게 느닷없이 “마리에 문제 어떻게 생각해?”라고 농담성 질문을 던지자 그 출연자가 당황하는 장면이 연출됐던 것이 전부였다.

일본 유력 언론이 이번 사태를 무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4월14일 주간지 ‘프라이데이(FRIDAY)’와 일간지 ‘닛칸 겐다이’는 각각 ‘마리에 ‘고발’을 미디어가 보도하지 않는 사정’과 ‘마리에의 ‘성 상납’ 고발이 그다지 퍼지지 않는 이유, 신경 쓰이는 소동의 제2라운드’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또 4월20일에는 ‘프레지던트(PRESIDENT)’가 ‘마리에의 ‘성 상납’ 고발이 방송국과 신문사에서 완전히 무시되는 진정한 이유’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이들 보도 내용을 정리하면, 우선 이번 폭로는 마리에의 증언뿐으로, 결정적 증거 또는 현장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증언하지 않는 한 사태는 평행선을 달릴 뿐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성 상납을 요구했다는 시마다와 1대1 구도라면 몰라도, 여러 연예기획사가 얽힌 소동으로 이번 폭로를 확산시킨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유력 일간지들이 소송 등을 우려해 탐사보도를 꺼리는 현실이 존재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연예계의 ‘성 상납’ 관련 뉴스는 천박한 주제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무뎌져 이번 마리에의 폭로가 여성 인권과 직결되는 주제임에도 인권 문제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전하기도 했다.

방송국이 이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형 연예기획사들과 방송국들의 유착 관계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이유로 영향력 있는 유력 언론들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진입로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10년 전인 2011년 9월, 일본의 유력 주간지인 ‘슈칸 겐다이’는 ‘시마다 신스케와 폭력단, 신문·방송사가 보도하지 않는 야비한 관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번 마리에의 폭로 대상자였던 시마다의 치부에 대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본의 언론 환경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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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 상납’을 요구받은 사실을 폭로한 마리에ⓒ인스타그램 캡처

‘미투 운동’ 일어나기 매우 어려운 일본 사회

일본 네티즌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마리에의 폭로 초기만 해도 시마다는 충분히 그럴 인물이니 마리에의 용기를 응원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마리에가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않는 데다, 비판의 화살을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시마다가 아닌, 옆에서 이를 종용했다는 데가와와 야루세나스에게 집중시킨 점 등을 들어 오히려 마리에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은퇴해 영향력이 없는 인물보다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인기 코미디언들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자신 있으면 왜 법적 절차를 밟지 않느냐고 마리에를 공격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마리에가 최근 출판된 자신의 책 선전을 위해 폭로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 탓일까. 5월4일 도쿄스포츠는 성 상납을 부추긴 의혹을 받고 있는 데가와 측에서 오히려 마리에를 상대로 소송전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매우 어려운 일본의 사회 분위기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성폭행 피해자인 자신의 신분을 최초로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의 경우다. 이토는 26세이던 2015년, 일본 TBS의 워싱턴 지국장이었던 야마구치 노리유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에 어렵게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자주 있는 일이므로 수사하기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고, 담당 검사마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려버렸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 후,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성폭행 피해를 공개적으로 알린 지 4년8개월이 지난 2019년 12월 승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일본 내에서 많은 비난과 협박에 시달려 결국 영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됐던 흥국생명 소속 쌍둥이 프로배구 선수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특히 일본 지상파 방송사들은 바다 건너에서 벌어진 이 사건을 2월16일부터 4월13일까지 무려 16차례에 걸쳐 다뤘다. 정작 자기 나라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으면서 해외 이슈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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