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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역린 건드린 LH, 아킬레스건 잡힌 與

고양이는 생선만 물고 가지 않았다. 어물전을 뒤엎어버렸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얘기다. LH 직원들의 일탈은 가뜩이나 성 난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부동산에 불공정 문제까지 합쳐지면서 민심의 역린(逆鱗)을 제대로 건드렸다. 이번 사태는 LH 규탄 수준을 넘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졌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값을 잠재울 수 있다는 믿음의 둑마저 깨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주도 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 자신했던 정부의 말도 우스워졌다. 정부는 ‘발본색원’을 내세우며 연일 강경대응 기조를 내비치고 있지만, 대중이 조사 결과를 납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H직원들의 기상천외하고도 치밀한 투기 수법을 국민들이 벌써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당장 조사 범위를 신도시 전체와 과거 정부로까지 확대하면 고구마 줄기 캐듯 범죄 혐의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4‧7 보궐선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터져버린 이 악재를 정부여당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전문가도 혀 내두른 내부자의 투기 수법

LH 직원 투기 의혹 사태는 모순적이게도 국민 부동산 교육의 장이 됐다. ‘알박기’나 ‘쪼개기’ 대토보상‘ 등의 부동산 투기 용어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면서다. 일반인은 일면식도 없는 이러한 투기 방법을 LH 일부 직원들은 대범하게 실천으로 옮겼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H직원 십여 명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도 광명과 시흥 일대 7000평의 토지를 공동으로 매입했다. 진입로도 없고 도로에서 떨어져 ‘맹지(盲地)’로 불리는 땅이었다. 무려 58억원의 대출을 끼고 100억원대에 구입했다. 이자만 수천만원 규모인 터라 토지 개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거래였다. 아니나 다를까, 2021년 2월 이 일대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다. 해당 토지 일부에는 추가 보상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묘목 수천 그루가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땅을 사들인 뒤 잽싸게 나무를 심어 보상금액을 올리는 수법이다. 가령 LH 직원 A씨는 한 평에 한 그루가 적당한 용버들이라는 버드나무의 일종을 25그루가량 빽빽하게 심었다. 통상 토지에 나무가 심어져 있으면 보상금액이 커진다. 그런데 일반적인 나무는 감정가액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높은 보상을 받기 어려운 반면 희귀수목은 크고 굵은 나무일수록 보상금액이 커진다. 용버들은 희귀한 데다 빨리 자란다. 시장에서 2000~3000원이면 살 수 있는 용버들이 커지면 그루당 수십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나무로 변한다. 전문가들은 토지 보상 업무에 정통한 LH 직원이 보상을 노리고 이 같은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땅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땅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들은 또 보상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쪼개기’ 투기법을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LH 직원 4명이 포함된 7명은 지난해 2월 말 공동 명의로 시흥시 과림동의 밭 3개 필지 5025㎡를 22억5000만원에 샀다. 5개월 뒤 이들은 해당 토지를 1163~1407㎡씩 4개 필지로 분할했다. LH의 대토보상 기준인 1000㎡를 딱 맞춘 것이다. 대토보상이란 토지주에게 현금 대신 아파트 입주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국토교통부가 해당 제도를 입법예고하기 엿새 전의 일이었다. LH 직원들이 절묘한 시점에 땅을 쪼갬으로써 아파트 입주권을 받아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토지의 상당수가 ‘농지’라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농지를 매입하려면 영농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LH 직원들은 이를 허위 또는 부실하게 작성한 정황이 드러났다. 벼를 재배하겠다고 신청했으나 불법으로 묘목을 심은 것이다. 또 직업 기재란을 비워두거나 거짓말로 기재했고, 문서를 베껴 쓴 흔적도 다수 발견됐다. ‘농지는 경작자만이 소유할 수 있으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는 헌법 121조마저 무시하고 돈을 좇은 셈이다. 
지난 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 있다. ⓒ연합뉴스

성남 민심에 기름 부은 LH 관계자의 망언

여기에 LH 추정 직원들의 적반하장 태도도 수면 위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내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꼬우면(아니꼬우면) 니들도(너희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해당 커뮤니티는 해당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만 가입과 글 작성이 가능하다.  해당 글 게시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서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라며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겠다”고 했다. 그는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극히 혐오스러움)”이라는 등 비속어를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또 다른 게시자는 해당 글과 관련해 “너무 억울하다”면서 “왜 우리한테만 XX(분별없는 행동)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 심정을 토로했다. 앞서 투기 의혹에 분노한 농민들이 지난 8일 경남 진주에 위치한 LH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던 당시에도 LH 관계자는 “8층이라 하나도 안 들려 ‘개꿀’(너무 좋다)”이라고 조롱한 것으로 드러났다. LH 투기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한 지난 4일에도 한 추정 직원은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마란(말란) 법 있나요“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 사내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 사내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이 같은 LH 직원들의 투기 논란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여권으로선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수습하기 힘든 대형 악재가 터진 것이다. 문 대통령마저 연일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여당은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책 입법 추진을 약속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성난 민심을 잠재우긴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꾸린 합동 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맹탕’이란 비판에 휩싸이거나, 민주당 소속 의원의 시흥시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이라는 아킬레스건에 다시 한 번 발목 잡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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