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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 강민구의 사건분석] 부부 간 성폭행 성립의 조건

Q. 옛날에 중학생 때 가정 과목 수업 시간에 결혼의 목적에 대해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여러 목적 중에 하나가 ‘성적 욕구 충족’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요. 그럼에도 부부관계에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정말인가요?

《부부의 세계》는 다양한 흥행코드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한 장면 ⓒJTBC
 

A. 부부관계에서도 강간죄가 성립한다. 

필자가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형법각론 시간이었는데 강간죄에 대해 교수님이 열강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수업 전에 본 월간지 기사에서 부부간에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외국 사례를 본 기억이 났다. 교수님에게 “잡지에서 보니까 외국에서는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되는 경우가 있다던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가요?”라고 질문했다. 교실엔 잠시 정적이 돌았다. 약간 당황한듯한 교수님은 웃으면서 “부부간에는 성관계에 응해줘야 할 의무가 있으니 강간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와 동시에 교실은 떠나갈 듯 웃음바다가 되었다.  질문을 한 필자는 얼굴이 빨개졌고,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 동안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대법원은 법적인 부부 사이라도 사실상 파탄돼 더 이상 실질적 부부관계가 지속되지 않는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강간죄를 인정해 왔다.  그런데 필자의 도발적(?) 질문이 있고 약 28년이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실질적인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형법이 정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는 법률상 처(妻)가 포함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전제조건은 있다.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가정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판시에 따르면, 아내에 대한 폭행․협박이 피해자를 곤란하게 할 정도인지의 여부는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가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정도’ ‘남편이 힘을 쓴 경위’ ‘결혼생활의 형태와 부부의 평소 성교 전후의 상황’ 등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일각에선 이런 해석도 내놓는다. 부부 사이는 친족에 해당하므로 이론상 성폭력처벌법에서 명시한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죄’로 가중 처벌될 수 있다는 것.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이러한 해석은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근본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부부지간의 성범죄는 통상의 경우보다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한 친족의 범위에 부부는 삭제하는 것이 입법론상 옳다고 생각한다.    ■ 강민구 변호사는 누구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와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을 졸업했다.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를 지냈다. 2001년 법무부 장관 최우수 검사상을 수상했다. 검찰을 떠난 뒤 형사와 부동산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가동산 사건을 다룬 소설 《뽕나무와 돼지똥》을 비롯해 《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부동산·형사소송변호사의 생활법률 Q&A》《형사 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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