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는 종범(從犯), 변창흠은 주범(主犯) 격” “변창흠, 김현미보다 더해…부동산 정책 안 바꿀 것”(아이디 장장) “김현미는 어린애, 부동산은 공공재 배급으로 생각하는 변창흠”(살기좋은세상만들기) “쎈 언니 김현미 가고 더 쎈 변창흠 온다?”(유먼허운전) “김현미는 순한 맛, 변창흠, 진짜가 왔다”(자유주의자)
12월23일 국회애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이미 네티즌 사이 화제의 인물이 됐다. 부동산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관련 온라인카페에선 연일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찬반이 극명히 엇갈린다. 그의 입각을 환영하는 쪽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시장에 정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보는 반면, 반대 측은 “시장을 더 왜곡시킬 전형적인 폴리페서(현실정치 참여형 대학교수) 출신 인사”라고 꼬집는다.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시무 7조’를 써 화제를 모은 인터넷 논객 '조은산'은 12월5일 쓴 글에서 “‘김현미를 파직하라' 라는 상소문을 썼던 내가 이제는, ‘김현미를 유임하라’ 라는 상소문을 써야 할 판”이라며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벌써 그녀가 그리워지기 시작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생각도 이들 비판론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 국회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한 김 전 의원의 주 전공은 도시계획 및 부동산이다. 그는 원래 국회 입성 전 부동산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17번)로 당선된 것도 이런 이력 덕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건설경제연구실장 출신인 김 전 의원은 변 후보자와 인연도 남다르다. 두 사람은 1994년 경 서울시 산하 서울시장개발연구원(서울연구원 전신)에서 함께 연구원으로 일했다. 당시의 변 후보자를 김 전 의원은 “비정규직 연구원 처우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학자”로 기억했다. 건산연 연구원으로 간 김 전 의원과 세종대 교수로 간 변 후보자가 다시 만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다. TV 등 여러 토론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열띤 공방을 벌였다.
“공공 개발은 선이고 민간 개발은 악인가?”
김 전 의원이 기억하는 변 후보자는 시장 규제론자다.
“변 박사(변창흠 후보자)는 당시 주택공급을 반대했다. 공급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기대감으로 땅값이 오른다는 주장을 폈다. 용적률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홈 오너십(Home Ownership) 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며 1가구1주택 원칙을 강하게 주장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다만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의 시프트(장기전세주택) 정책은 찬성했던 것 같다.”
학자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변 후보자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김 전 의원은 “SH공사 사장으로 가면서 그의 입에서 ‘공공 디벨로퍼’라는 용어가 나온 것은 놀라웠다”고 털어놓았다. 그 전까지 그는 변 후보자가 공공이던 민간이던 간에 개발 자체를 반대해왔다고 봤다. 김 전 의원은 여기에 무서운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본다.
“공공이 개발하는 건 ‘선’이고 민간이 개발하는 건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는 국가주의적 발상이다. 모든 걸 국가가 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학자에게 자기 이념과 철학은 중요한 덕목이지만 정무직 공무원인 장관은 다르다. 현실이나 시장은 정책의 실험대가 아니다. 정치인이 되는 순간 변 후보자는 전문성을 버려야 한다. 내가 많이 안다고 생각한 순간 남의 말을 안 듣는다. 그게 전문가가 정치인이 됐을 때 겪는 시행착오다.”
김 전 의원은 변 후보자 기용에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모두 담겨 있다고 본다.
“시행착오의 고통분담은 오로지 국민 몫이다. 요즘 보면 변 후보자거 오히려 공기업 사장 일 때보다 더 학자적인 실험정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변 후보자의 정책은 시장이 안정화돼 있다면 실험해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새로운 걸 해선 안 된다. 수습이 안 된다. 변 후보자의 메시지를 보면 시장을 수습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김 전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도 일산신도시가 위치한 고양정이다. 이 지역은 김현미 국토부장관에게 두 번의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준 곳이다.
낙선의 아픔을 뒤로하고 김 전 의원은 사단법인 도시재생전략포럼과 산하연구소인 ‘다시작(作) 도시연구소’를 만드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 비대위가 준비중인 부동산 정책 ‘착한 공급, 정직한 공급’도 그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지속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주택 공급 대책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가 무작정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자는 건 아니다. 점진적으로 개발하면서 토지이용 효율성을 높이되 녹지 등 공공자산은 예외로 둬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일환으로 내건 서울 태릉 골프장 개발에 대해선 반대다. 공공임대에서 민간임대, 민간 자가로 넘어가는 '주거사다리' 정책도 마련 중이다.
“변 주택 정책은 주택시장 초토화 시키는 수류탄”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변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중도 사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 전 의원이 걱정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시장은 정부 정책이나 메신저에 대한 신뢰가 없다. 그랬기에 장관 교체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한 거다. 공급 확대는 몇 년 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기에 누가 해도 이걸로 문제를 풀 순 없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세운 장관이라면 정책 기조를 전환할 사람, 메시지를 바꿀 사람이 적합하다. 변 후보자의 생각이 달라지지 무슨 장관 교체 효과가 있겠느냐.”
그는 신뢰 상실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장관이나 대통령이 하는 말을 시장에서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택시장이 쉽사리 안정되기 힘들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핀셋 규제를 한다고 말한다. 전쟁으로 치면 저격한다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 이 사람들이 쏟아내는 건 '총알'이 아니라 '수류탄'이다. 수류탄은 대상만 맞출 뿐 아니라 주변을 완전 초토화시킨다. 변 후보자 정책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그를 임명한 것은 시장을 상대로 '싸우겠다'며 덤벼드는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