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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40조원대 초대형 항공사 탄생 초읽기…지나친 시장 개입 우려도
아시아나항공 무상감자로 매각 재시도
아시아나의 감자와 반대로 대한항공은 내년 1월 임시주총을 열어 발행주식 한도를 높이고 3월에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아시아나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증자다. 대한항공은 자본금을 늘린 후 1조8000억원을 아시아나에 투입할 예정인데, 이 가운데 1조5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신주를 인수한다. 주식 취득 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내년 6월30일이다. 인수 후 두 항공사의 항공기를 포함한 보유자산 규모는 40조원을 넘어서고, 연간 매출은 20조원에 달해 글로벌 10위권의 여객과 3위권의 화물 수송량을 갖게 된다. 보유 항공기 수는 대한항공 163대, 아시아나항공 81대로 통합 후에는 244대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미 11월16일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도록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서 8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기본구조는 단순하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돈을 지원하면 그 돈이 대한항공으로 들어가고 다시 대한항공은 증자를 통해 추가 조달한 돈을 합쳐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것이다. 자금이 부족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배려인 것은 물론이다. 합병은 괜찮은 아이디어다. 우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최소한의 자금 투입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인수가 무산될 경우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도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과도한 부채, 경쟁력 약화 등으로 공적자금의 지원 없이는 독자생존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전 같으면 일단 산업은행이 직접 인수해 어떻게든 정상화한 뒤 다시 매각을 추진했을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공기업화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대한항공으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코로나19로 의한 매출 및 이익률 감소 등 재무적 위기를 정부 지원을 통해 넘기게 된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개인적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우호 지분을 합쳐도 41.4%에 그쳐 46.7%의 지분을 가진 3자 연합에 열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자기 돈 들이는 것 없이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보면 합병 이후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항공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과거 한진해운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고용의 유지라는 사회적 가치 문제도 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직원 숫자는 1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고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정치적인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시장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책은행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아시아나 문제가 급하다고는 해도 국가가 가족 싸움에 끼어드는 모양새는 우습다. 어떻게 설명해도 조원태 회장이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는 것은 조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해 주는 특혜다. 일반 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8000억원을 한진칼에 출자하는 산업은행은 결과적으로 아시아나 인수 금액의 45% 정도를 책임지는 셈이다. 나머지는 국민연금, 우리사주조합 등 대한항공 일반 주주들이 부담한다.통합 항공사 동반 부실 나타날 가능성도
지속적 재정적자로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위기 상황에서 국책은행의 자금을 부실기업에 털어넣는 것은 모험이다. 특혜 시비를 불식하는 것이 먼저다. 산업은행은 투자합의서에서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 7가지 의무조항을 두고 위반 시 조 회장의 해임과 위약금, 지분 처분권 등 견제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도 승인 과정에서 독과점 폐해를 줄이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걸 것이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결국은 대한항공이 자구 노력과 경영 실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했을 때 실행 가능한 시너지 효과 방안을 내놓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의 항공시장 회복은 불확실하다는 게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 회복이 늦어질 경우 통합되는 항공사 모두 동반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지난 3~11월 국적 항공사 운항 편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에 머물렀다. 일단 위축된 항공 수요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자본이 투입되면 재무 상황이 다소 개선되는 것은 사실이다. 자본 확충으로 두 항공사의 합산 자기자본은 3조8400억원에서 6조3400억원으로 늘어나고, 부채비율은 927%에서 561%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300%를 넘지 않는 글로벌 상위 항공사들에 비하면 여전히 취약하다. 재무적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지금도 우려스럽다. 두 항공사의 합산 연간 순손실 규모는 1조4000억원을 넘어선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올해 말까지 부족한 유동성만 약 7000억원 규모라고 한다. 대한항공도 올해 말까지는 문제가 없다지만, 이후 2조원 정도의 유동성이 필요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안에는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합병도 포함돼 있다. LCC 업계에도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있지만 그건 모를 일이다. 구조조정 없이 재무구조 개선과 실적 개선이 가능할까. 부채 12조원의 거대 부실기업을 구조조정 없이 정상화할 수 있다면 그건 기적이다. 돌이켜보면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는 성공적이었고 SK의 하이닉스 인수는 대성공이었다. 반면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는 그룹 전체를 부실하게 만들었다. 인수·합병의 성패는 오히려 그 후의 과정에 달려 있다. 그동안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책은행이 지원한 돈만 아시아나항공 3조5400억원, 대한항공 1조2000억원에 이른다.